한의사 박치영의 생기 가득 피부 이야기(햇빛)4
한의사 박치영의 생기 가득 피부 이야기(햇빛)4
  • 박치영(생기한의원 강남역점 대표원장, 대전대 한의학 겸임교수, 중부대 피부미용학 외래교수)
  • 기사입력 2020.07.16 09:31
  • 최종수정 2020.07.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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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피부질환 치료는 일광욕과 함께

[헬스컨슈머]한의학에는 건강의 핵심 개념으로 양기(陽氣)라고 하는 단어가 있다. 양기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현대어가 무엇일까?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필자는 생명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하지만 생명력이라는 단어와 완전히 등가가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의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양기는 생명력 그 자체는 물론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양기’]

심장을 뛰게 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생명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양기의 활동에 의한 것이다. 양기의 활동은 경락(經絡)이라고 하는 기(氣)의 순환체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한의학에서는 양기가 부족해지면 기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혈액의 순환 역시 함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양기를 중심으로 기의 흐름과 혈액순환의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을 중시한다.

 

[양기의 핵심, 햇빛]

인체라는 외연의 범주에서 벗어나 조금 더 밖으로 시각을 확장해보자. 우리 인간의 신체는 지구 그리고 우주라는 공간적, 시간적인 제약이 따르는 존재이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 대부분의 생물체는 햇빛에 의존한 에너지대사를 통해서 생명력을 유지한다. 우리 인체와 피부도 이처럼 햇빛에 의해서 생명력을 활성화하면서 생명 활동을 지속한다는 것이 바로 한의학적인 양기의 개념이다.

오늘날 햇빛이 인체와 피부에 미치는 작용과 기전에 관련된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 결론은 대부분 비슷하다. 햇빛에 대한 적절한 노출은 인체와 피부의 건강 관리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햇빛의 치유력]

피부과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햇빛이 가진 치유력은 무척이나 놀랍다. 햇빛은 피부 진피층 아래 깊은 곳까지 침투해서 치유력을 발휘하고 피부세포의 재생력을 높인다. 또한, 피부 염증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바이러스와 세균 그리고 진균을 파괴한다.

난치성 피부질환을 진료하는 필자의 진료실은 하얀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으로 넘쳐난다. 아토피와 건선을 비롯한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대부분 하얀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 일광욕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얀 피부의 사람들에게 검은 피부로 변화시키는 것이 피부 치료의 첩경임을 강조한다.

햇빛에 피부를 지속해서 노출하면 자연스레 검어지고 각질층이 건강해진다. 피부 속 멜라닌세포의 색소 분비량이 늘어날수록 외부 자극에 대한 방어 능력도 높아진다. 또한, 피부의 자연 재생력과 상처 치유력이 높아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난치성 피부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체질 개선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영양제보다 햇빛이 더 효과적]

피부과학적으로 피부를 햇빛에 노출하면, 자외선에 의해 비타민D가 합성된다. 비타민D는 피부 세포의 정상적인 재생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비타민D는 달걀, 우유, 생선, 버섯 등의 음식에 함유되어 있다. 최근에는 비타민D 보충제가 유행처럼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음식과 건강보조식품을 통해서는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D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는다. 반드시 햇빛에 의한 노출, 즉 일광욕을 통해야만 비타민D가 체내에서 충분히 합성되어야 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고가의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일광욕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피부는 건강해질 수 있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일광욕은 피부 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개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외선에 대한 과잉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포심은 일부 기업의 상술에 의한 잘못된 마케팅에서 기인한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을 앓고 있으면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바르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햇빛이라는 자연의 치료제를 스스로 차단하는 행위가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기업의 과잉된 공포 마케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신(神)으로 경외하던 태양을 오늘날에는 공해로 인식하고 있다. '햇빛=자외선=피부 손상'이라는 등식이 상식처럼 자리 잡은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햇빛으로 건강해지는 방법]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적당한 양의 햇빛에 노출되도록 일광욕을 꾸준히 해야 한다. 자외선이 피부 노화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일광욕이 실보다 득이 훨씬 많은 것은 분명한 과학적 사실이다.

그렇다면 피부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일광욕이란 어떤 것인가? 결론적으로 화상을 입지 않는 범위에서 매일 혹은 자주 반복하는 것이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서 해야 한다. 특히 피부가 약한 분들이 햇빛이 강한 한여름에 갑자기 일광욕을 심하게 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여름철에는 자외선 지수가 높은 시간을 피해야 한다. 오전 11시 이전 혹은 오후 4시 이후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화상을 입을 정도로 과한 일광욕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햇빛에 천천히 적응해가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건강하게 구릿빛 피부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변화하는 피부, 그러한 변화 속에서 흔히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불리는 숱한 피부병을 극복하는 경험이 펼쳐질 것이다.

과거 뉴욕 여행 중에, 일광욕을 즐기는 서구의 문화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뉴욕의 한 중심가에서 심한 피부염 환자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햇살 가득한 맨해튼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향해서 시선을 두지 않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풍경이 가능하기를 소망한다.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많은 이들이 마음 편히 일광욕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