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가스파초) 49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가스파초) 49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20.07.21 09:00
  • 최종수정 2020.07.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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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필자는 스페인에 두 번 근무하는 행운이 있어 7년 정도 살았으니 스페인이 제2의 고향이다. 스페인의 여름은 굉장히 덥다. 섭씨 45도가 넘는다. 그래서 그들은 여름이면 가능하면 화식을 피하고 찬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스페인 사람들이 더위를 이기는 여름 보양식이 바로 ‘가스파초’라는 찬 야채스프로, 익히지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두어 차갑게 해서 마신다. 여기에 바케트 사이에 스페인 햄인 하몬을 넣어 만든 ‘보까디요’라 불리는 샌드위치 하나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하몬이 없으면 그냥 빵을 찬 스프에 잘게 잘라 넣어서 걸쭉하게 만들어 먹거나 아니면 빵을 스프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가스파초, 어디서 왔을까?]

가스파초는 원래 이슬람 음식으로 아라비아어로 ‘젖은 빵’이라는 뜻이다. 8세기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할 당시에 요리법이 전해져 시간이 흐르면서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 무렵 마늘 등 매운 맛을 좋아하는 무슬림들이 즐겨먹는 스프는 아호블랑코(ajoblanco, 흰 마늘 스프)였다. 안달루시아에 지역에서 풍부했던 아몬드를 기본으로 만드는데, 아몬드를 하루 정도 물에 불려 일일이 껍질을 벗기고, 마늘과 빵의 흰 속살만 넣어서 우윳빛 색깔의 찬 스프를 만들어 먹었다.

또한 당시 무슬림들은 마늘을 잘 못 먹는 스페인 일꾼들을 위해, 농장에서 재배하는 각종 야채들을 ‘도르니요’라는 나무절구에 올리브유와 물과 빵을 함께 넣고 빻아 가스파쵸를 만들었다. 이 스프가 무더운 들판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갈증을 달래고 더위를 식히며 허기를 채우던 음식이었다. 그 뒤 무슬림의 마늘 선호가 스페인 사람들 사이에도 점차 녹아들어, 마늘도 첨가되었다. 이후 16세기 신대륙에서 토마토가 건너온 이후 각종 야채는 토마토로 대체되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가스파초, 만들어 먹어 보자!]

가스파초 만드는 레시피는 비교적 간단하다. 아래 재료 10 여 개를 믹서기에 함께 넣고 갈면 끝이다. 4인분용으로 토마토 6개, 오이 2개, 양파 1개, 빨간 파프리카 3개, 마늘 2~3쪽,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 올리브유 4 큰술, 식초 1/4컵, 레몬즙, 설탕 약간 등이다. 그리고 이를 4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 차게 만든 후 먹는다. 이때 좋아하는 야채들로 고명을 만들어 같이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가스파초가 건강식인 이유는 토마토에는 ‘라이코펜(Lycopene)’이란 영양소가 풍부한데,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생기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라이코펜의 활성산소 제거 능력은 베타카로틴의 2배 이상, 비타민E의 100배 이상이다. 파프리카는 비타민 캡슐이라 불릴 정도로 풍부한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칼슘과 인이 풍부하다. 마늘 또한 우리가 잘 아는 강장제로 비타만 B가 풍부해 피로회복과 스테미너에 좋을 뿐 아니라 혈관 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한다.

게다가 음식에 포함된 비타민C는 열을 가하면 쉽게 파괴되는데, 가스파초는 불을 쓰지 않으니 함께 들어가는 양파나 오이 등 야채에 포함된 비타민C와 영양소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 시원 새콤한 감칠맛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올 여름 가스파쵸로 더위에 잃기 쉬운 입맛을 되찾아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을 나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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