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공적 마스크 판매처도 약국이 된다면?
제 2의 공적 마스크 판매처도 약국이 된다면?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0.07.22 14:40
  • 최종수정 2020.07.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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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이 제 2 공적마스크를 책임질 경우의 장점과 단점

[헬스컨슈머]지난 4개월 간 시민들의 곁에서 공적 마스크를 공급해온 약국이 이제 그 역할을 내려놓았다.

공적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골고루 마스크가 배분되도록 지난 2월 말에 정부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으며 애초 6월 말에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장되었다. 공적 마스크가 일단 마무리 된 지금, 판매 방식에 문제는 없었는지 다시 한 번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다면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알아보자.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공적마스크 공급 방식]

우리 나라가 진행했던 공적 마스크 판매 방식은 대만과 가장 유사하다. 대만은 보건카드를 등록하고 장 당 200원 정도의 덴탈마스크를 일주일에 3장씩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장 구매 방식 외에도 인터넷으로 예매가 가능하고 수령 장소를 지정하면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도 수령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등록된 약국, 우체국, 농협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일주일에 10매씩 구입이 가능했으며 인터넷 예약은 불가능하며 구입 장소에 마스크 재고가 남아있을 때 구입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마스크 생산량이나 비축 분이 여유가 생기면서 마스크의 공적 물량을 줄이고 시장 원리에 따라 마스크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만 해도 민간 유통 과정에서 품귀현상이 생겨 높은 가격으로 되팔거나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이 소외되는 점 등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정부는 때가 되면 공적 마스크 판매를 다시 시작하거나 새로운 운영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약국이 제2 공적마스크도 담당하게 된다면]

약국이 제 2의 공적마스크의 보급도 담당하게 되는 경우,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

장점

약국이 제 2의 공적 마스크 판매처도 담당하게 될 경우의 장점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DUR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있다. DUR시스템이란 DUR(Drug Utilization Review)의 줄임말로 의사, 약사가 의약품을 처방, 조제할 때 기존에 받은 약과 중복되는 약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마스크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공적 마스크를 살 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전국적으로 구입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일부 집단이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사재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이 방식은 약국 외에도 농협이나 우체국 등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다른 판매처에서도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므로 약국에서만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약국이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전국의 읍면동사무소는 3천510곳으로 2만3천여곳인 약국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약국이 주거지역과 가깝고 숫자가 더 많기 때문에 같은 지역 주민들이 한 번에 몰리는 현상을 분산시킬 수 있다. 마스크를 구매할 때 사람들이 한 곳에 몰려있으면 감염병이 공기를 매개로 전파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구매처는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는 편이 안전하다. 하지만 편의점도 약국만큼이나 숫자가 많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공식 판매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단점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약국이 제2 공적마스크를 담당했을 때의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공적인 업무에 해당하는 일인만큼 사적인 기관인 약국에서 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공적 마스크 물량이 충분하지 않았을 때 주민들이 아침 일찍 줄을 서서 기다리며 마스크를 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주민센터 공무원이나 동사무소의 통 반장 등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군에서 주민들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에게까지 무차별하게 균등하게 배포되므로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과소 공급될 수 있다는 문제와 가정방문을 통한 배포는 부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해봐야 한다.

그 밖에도 약국은 마스크 판매 업무가 약국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많이 준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 약국들이 대부분 1인 약국이거나 소수의 인원이 근무하는 곳인 만큼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경우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업무 분담이 쉽지 않은 만큼 마스크를 판매 업무에 치우쳐 약을 조제하거나 상담하는 일이 소홀해지고 그만큼 약화사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약국은 문턱이 낮아서 감염에 취약한 어르신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드나드는 곳인 만큼 마스크 구매를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언제까지나 희생에만 기대선 안 된다]

올 가을에 또 한 번의 코로나 재유행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민간 유통만으로 마스크 수급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제 2의 공적 마스크 판매처를 지정할 필요가 생길 것이다.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을 채택하여 또 다시 국민들에게 불편과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수한 의료보험 및 의료기술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이는 상당부분 의료보건인들의 봉사와 희생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제2 공적마스크 공급에서 약국이 다시 한번 나서야 한다면, 이를 위한 충분한 사전 합의와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장기적이고 건강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