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코로나 때문에 떠오른 '가사분담' 논쟁
印, 코로나 때문에 떠오른 '가사분담' 논쟁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07.24 10:11
  • 최종수정 2020.07.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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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세계 제2의 인구대국인 인도가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 직면했다, 바로 ‘가사분담’이다. 지난 22일 인도의 가정주부 약 7만명이 연대서명한 내용의 공개서한이 라디오에서 발표되었다. 모디 총리를 수신자로 한 이 서한에는 “왜 인도의 남자들은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21세기에 가사분담 때문에 시끄러운 일이야 하루이틀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도에서는 여전히 신선한(?) 주제의 논쟁이다. 인도는 아직까지 남자와 여자의 역할 구분이 굉장히 명확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녀가 모두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해도, 집안일은 모두 여자가 담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해당 공개서한의 집필자인 소바나 여사는 “원래 우리 집에서는 가정부를 고용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가정부 출근이 불가능하다. 또한 나 역시 매일 업무로 인해 기진맥진한데, 퇴근하고 집안일까지 여자가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8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 도시 여성들이 매일 집안일에 쏟는 시간은 312분에 달하지만, 남성들은 고작 29분에 불과하다. 시골도 상황은 비슷해서, 여성들은 매일 평균 291분, 남성들은 32분을 가사에 투자한다. 심각한 불균형이 아닐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인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남녀평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때마침 코로나로 인해 통행이 봉쇄되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집안에 갇힌’ 상태가 되며 집안일에 대한 물리적인 직면을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현재 많은 인도인들은 평소 남자들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면제가 당연시되었던 집안일에 대한 재분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인도의 중산층들은 출퇴근 형식의 가정부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아직까지 남아있는 신분계층 제도인 카스트 제도에서 상위 계층에 속할수록 여성의 내조를 강조하기도 한다.

과연 현대 역사의 많은 흐름을 바꾸어놓은 코로나가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이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