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의 추억, 알메하스
파나마의 추억, 알메하스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20.07.28 09:19
  • 최종수정 2020.07.28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컨슈머]‘알메하스’. 우리 가족이 파나마에 살 때 가장 맛있게 먹었던 요리의 하나이다. 알메하스(Almejas)는 스페인어로 조개라는 뜻인데, 보통은 바지락조개를 일컫는다.

레시피도 어렵지 않다. 외국요리치고는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 게 포인트다. 마늘, 양파, 토마토, 피망을 잘게 썰어 올리브유에 볶다가 바지락조개 집어넣고 버터 한 스푼과 백포도주 적당량 부은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된다.

알메하스(Almejas), 사진제공: 홍익희
알메하스(Almejas), 사진제공: 홍익희

우리 집 아이들이 이 요리를 너무 좋아해 사진은 내가 기억을 되살려 직접 집에서 만든 알메하스 요리이다. 이 국물에 빵을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굉장히 맛있고 든든한 한 끼 식사이다.

지금도 우리 가족이 파나마시티 인근의 작은 섬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맛보았던 알메하스의 그 황홀한 맛을 잊을 수 없다. 특히 파나마시티 풍경과 태평양을 감상하며 나눈 식구들 간의 소소한 대화의 정취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히 느껴질 정도이다.

여기서 팁 하나가 더 있다. 스파게티 면을 삶아 그 위에 알메하스를 얹어 먹으면 그것이 ‘봉골레 스파게티’이다. 그리고 알메하스를 먹고 남은 국물에 스파게티 면을 볶아먹으면 '알리오 올리오' 보다 더 맛있다. 포도주와 함께 에피타이저로 시작했던 알메하스가 봉골레 스파게티나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로 연결되는 훌륭한 코스 요리가 되는 것이다.

스페인에는 비슷한 재료를 쓴 ‘조개 수프’(Almejas caldoso)가 유명하다. 해물 육수에 바지락 또는 모시조개와 새우 그리고 불린 쌀과 양송이를 넣고, 올리브유와 와인, 마늘, 소금, 흰 후추로 맛을 내어 끓여낸다. 이를 약간 변형할 수도 있다. 수프 곧 국물요리 보다는 쌀을 좀 더 많이 넣고 좋아하는 야채나 토마토를 넣고 이탈리안 리조토 형식으로 만들면 훌륭한 ‘arroz caldoso con almejas’가 탄생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사람들은 해산물 요리를 참 좋아한다. 스페인의 1인당 수산물 소비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바지락은 맛도 좋지만 베타인, 글루탐산과 같은 아미노산과 철분이 풍부하여 빈혈기 있는 여성에게 좋고, 메티오닌 성분은 근육을 만드는 단백질 합성을 도와주어 성장기 어린이들이 쑥쑥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타우린 성분은 담즙 분비를 촉진시켜 간 기능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바지락조개와 굴 등 조개류들이 비싼 편이다. 밀라노 근무 때 식당에서 굴 한 개에 1유로(약 1,300원)씩 주고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갯벌과 청정해역을 갖고 있어 바지락조개와 굴 등 조개류를 싼값에 풍족히 먹을 수 있다. 큰 행복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