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인들의 영양 상태가 위험하다
대한민국 노인들의 영양 상태가 위험하다
  • 이은혜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0.08.10 17:00
  • 최종수정 2020.08.10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혈압, 당뇨약 복용 노인, 충실한 영양 공급이 필요해

[헬스컨슈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65세 이상 3,476명 노인들의 식생활과 영양소 섭취 실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영양섭취 불균형이 꽤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대상자의 44.5%만이 ‘충분한 양과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고 응답함

-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 : 잡곡밥, 배추김치, 쌀밥, 된장찌개, 멸치볶음

- 식사를 통한 에너지, 단백질 섭취 부족

- 칼슘, 칼륨, 리보플라빈, 비타민A는 영양 상태 불량

- 전체 에너지 섭취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74%로 적정 비율 상한선인 65% 초과

- 나트륨(소금) 섭취는 많고 물을 잘 마시지 않음

- 연령이 증가할수록 영양 결핍 및 영양 불량 상태가 심해짐

[삼시세끼 잘 드시고 있나요?]

노인 환자에게 ‘삼시세끼 잘 드시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잘 먹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밥과 국, 김치 외에 다른 반찬, 고기나 생선, 야채 반찬을 챙겨 드시는지 여쭤보면 대부분 입맛이 없어서, 소화가 안되서, 잘 씹지 못해서, 혼자 먹어서 등의 이유로 그렇게는 챙겨 드시지 못한다고 한다. 영양 부족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노인에게 영양 부족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기운이 없다는 의미일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약, 당뇨약을 드시고 계시나요?]

노령층이 될수록 질병이 많아지고 복용하는 약물이 많아진다. 많은 노인들이 고혈압,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약을 복용한다.

이런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영양과 수분의 부족은 알게 모르게 몸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 치료에 처방되는 이뇨제인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는 다른 고혈압약과 함께 많이 사용되는데, 이 약은 우리 몸에서 물과 나트륨의 재흡수를 억제해서 물과 나트륨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약이다. 이때 몸안의 전해질(칼륨, 마그네슘 등)도 같이 배출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전해질 불균형, 즉 무기질이라고 부르는 영양소의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근육 경련, 불규칙한 심장박동, 힘이 빠짐,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물을 배출시키므로 탈수 증상도 생길 수 있다.

평소에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매일 먹는 식사의 질과 양이 좋은 노인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노인이라면 이런 전해질 불균형과 탈수의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일단 증상이 발생하면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에 많이 처방되는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 고혈압약과 소염진통제를 복용할 때는 신장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충분히 드시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약을 복용하는 노인이 식사를 충실히 하지 않는다면 급격히 혈당이 떨어지는 저혈당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 노인의 저혈당이 위험한 이유는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혈당 은 배고픔, 온 몸 떨림, 기운없음, 식은 땀, 두통, 머리가 멍함, 가슴 두근거림, 불안, 입술 주위나 손끝 저림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설탕, 사탕, 주스 등을 섭취해서 빠르게 당분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때론 같이 복용하는 고혈압약이 저혈당으로 나타나는 가슴 두근거리는 증상을 억제시켜서 저혈당 발생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약을 복용하는 노인 환자는 평소의 식사량을 갑자기 줄이거나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고령 사회, 잘 먹어야 한다]

2019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4.9%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 사회에 들어섰고 기대수명도 82.7세로 늘어났다. 그러나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평균 64.4세로 생애 마지막 18.3년은 건강 문제로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 건강 수명을 늘리는 가장 기본은 규칙적이고 질 좋은 식사, 충분한 물 마시기,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이가 들수록 복용하는 약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욱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물론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에 사회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인이 영양과 자신의 몸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매일의 식사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노력이 꼭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