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약을 함께 복용할 때 주의점은?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할 때 주의점은?
  • 최수빈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0.08.11 11:26
  • 최종수정 2020.08.11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컨슈머]필자는 ‘다제약물 관리사업’의 자문약사로 참여하고 있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이란 건강보험가입자 중 만성질환을 1개 이상 진단받고 상시로 복용하는 약 성분이 10개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대상자의 집에 직접 방문하여 약물관리를 해주는 사업이다. 주로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많고 우리나라의 쉬운 의료접근성으로 인해 1군데의 병원이 아닌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시는 분들이 꽤 있다. 이런 경우 약물이 중복으로 투여되고 약물-약물 상호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다제약물 관리사업 자문약사들은 이런 대상자들의 집에 직접 방문하여 약물을 관리해 주는 일을 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상자 중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환자는 70세 남성으로 5개의 병의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었고 복용 약물의 개수는 처방의약품 29개, 일반의약품 4개, 건강기능식품 1개를 복용하고 있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같은 효과를 가진 약들을 복용중이십니다]

먼저 중복투약에 관련된 문제이다. 가정 방문 전 투약내역을 확인하였을 때 순환계와 관련된 약물을 각각 다른 3군데의 병원에서 3가지 약물을 처방받았고, 신경안정제를 2군데의 병원에서 3가지의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었다. 일일 최대용량을 넘지 않고 환자가 이런 중복약물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느끼지 않는다면 물론 계속 투약을 해도 된다. 하지만 방문하여 기본적인 상담을 하였을 때 환자는 어지러움을 호소하였고, 어지러움 때문에 다시 다른 병원을 방문하여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다.

우선 문제가 되었던 것은 순환계와 관련된 약물이었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관리를 위해 기본적인 혈압약에 이뇨제를 추가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뇨제는 주로 혈압조절과 신장이 안 좋은 사람에게 쓰이지만 붓기를 없애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이 환자는 세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였고, 다른 3군데의 병원에서 중복으로 이뇨제가 처방되었다. 과도한 이뇨작용으로 체액이 부족하게 되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 것 일수 있다. 이 어지러움으로 다른 병원을 방문하여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환자는 이미 신경과를 다니고 있었고 그 신경과에서 신경안정제 2종류를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렇게 복용하시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다음은 약물-약물 상호작용에 관련된 문제이다. 한 병원에서 처방되는 약물들은 약물-약물 상호작용을 비교적 찾아내기가 쉽고, 상호작용이 있는 약물이 함께 처방되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처방이 나오더라도 이러한 약물-약물 상호작용이 있음을 처방의가 충분히 인지하고 세심한 관찰 하에 투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이다. 방금 언급한 것처럼 한 신경과에서 2종류의 신경안정제를 처방하는 것도 처방의의 관리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병원을 다니게 되면 의도치 않은 약물-약물 상호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이 환자는 신경안정제와 위장약의 상호작용이었다. 복용약물이 많아 위장장애가 있어 위장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다. 여기까지는 한 병원에서 처방이 이루어져 괜찮다. 하지만 신경과에서 처방받아 먹는 약물 중에 이 위장약과 상호작용이 있는 신경안정제가 처방된 것이다. 신경과에서는 처방하는 신경안정제와 위장약의 상호작용을 우려하여 처방하지 않았지만 의도치 않게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위장약이 문제가 된 것이다.

두 약물을 함께 복용하였을 때 신경안정제의 효과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곧 부작용의 증가를 불러온다. 이와 관련된 부작용인 숨참, 거동불편, 어지러움이 있냐고 환자에게 물으니 그런 증상들이 있다고 하였다. 앞서 호소한 어지러움이 이 두 약물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 일수도 있다.

그래서 우선 어지러움으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를 투여 중지할 것을 권하였고, 문제가 되는 이뇨제들을 모아 병원에 방문하여 새로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을 것을 교육하였다. 또한 위장약과 신경안정제의 약물-약물상호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병원에 위장약을 들고 가서 알릴 것을 권하였다.

의료접근성이 쉽다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이다. 이런 사고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환자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 어떤 약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되고, 복용하는 약 개수가 많다면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소지하고 내원해야 중복투약사고와 약물-약물 상호작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