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대란, 왜 발생했을까?
당뇨 대란, 왜 발생했을까?
  • 신영순(신영순소아청소년과 원장)
  • 기사입력 2020.08.20 11:01
  • 최종수정 2020.08.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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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인간에게 있어 생로병사는 누구나 거쳐가는 것이다. 강산이 여러번 바뀌는 시간 동안 의사로서 살아왔지만, 그 과정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낄 때가 많다.

그 중 죽음에 관련된 경우는 우리를 매우 힘들게 한다. 요사이 전세계에서 들려오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의 증가는 우리를 무척이나 슬프게 한다.

우리의 이웃이 희생되어 운명을 달리 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상당한 충격이자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삶에서 그런 죽음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평상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5-6위는 당뇨로 인한 사망이다.

이는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문제는 계속해서 그 수가 증가한다는 데에 있다. 누군가는 잠재적 소인을 가진 수까지 포함해 곧 당뇨 인구 천만 시대가 코 앞에 닥쳤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지금 현재 당뇨 전 단계의 인구까지 합친다면 이미 1000만명 시대가 도래 했으며, 이를 흔히 ‘당뇨병 대란’이라고도 표현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당뇨의 증가, 왜?]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에 비해 현재 8배 이상 급증한 상태다. 당뇨는 분명 오랜 역사를 가진 질환이긴 하나, 왜 근자에 들어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당뇨라는 질환은 발생, 치료, 경과 등에 ‘유전’과 ‘환경’에 관련된 수많은 요인이 관여하지만, 경제발전과 함께 ‘서구화된 식사로 인한 비만 인구의 증가’와 가장 큰 연관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대인들의 지나친 ‘스트레스’도 문제가 된다.

스트레스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부신수질에서의 에피네프린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올리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뇌하수체에서의 호르몬 분비를 통한 부신피질에서의 코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이 올라가게 된다.

외래 진료에서 보면, 유전적 소인이나 비만과 관계없는 환자군에서 당뇨환자로 이환되거나 혹은 잘 조절되던 환자군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그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환경 요인 중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독소에 관한 것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리 삶의 독소

지금은 미세 먼지, 생활 속 환경 호르몬 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든 수많은 화학 물질 등의 독소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20세기 이후 백만종이 넘는 화학 물질범람시대에, 추가적으로 계속 개발되어 사용되는 수많은 독소로 인해 인체의 해독 시스템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할 정도의 과부하가 걸리게 되며, 이로 인해 우리 몸의 만성염증을 야기한다. 이로 인해 종국적으로 대사성 질환, 당뇨 등의 질병이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2010년 대한비만학회지 등을 보면 복부내장 지방량과 혈청 내독소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 관계를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들에서도 다이옥신, DDT, PCB 등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 등의 혈청 농도와 당뇨간의 강한 용량-반응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일부에서는 비만 그 자체 보다 지방조직내에 축적되어 있으면서 지질 성분과 함께 존재하는 '다양한 지용성 화학 물질들'에 대한 만성노출이 제2형 당뇨병 발생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현세 화학물질의 증가와 함께 전세계에서 치료를 위한 약물 증가량도 비례하고 가파르게 상승하여 연일 최고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역설적으로 어쩌면 20세기이후 점점 더 발전되고 있는 과학의 결과로 우리가 더 병들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전적 요인

우리나라가 포함된 환태평양지역에서 발병률이 급증하여 권역별 기준 세계1위를 차지한다. 이는 동양인에서 서양인에 비해 췌장의 크기가 작아 인슐린 분비능자체가 작고 이로 인해 비만이나 다른 요소가 결합되었을때 더 잘 이환된다는 설이 있다

실제 유전과의 연관성이 크지만 실제 확실히 밝혀진 유전자 관련 환자비율은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생애 초기 잘못된 영양이 후천적 조기 노화를 유발하여 어른이 되었을 때 성인병에 쉽게 걸릴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마그네슘, 비타민D 등의 미세 영양소 부족, 장내 세균총의 변화, 운동 부족 등의 요소등이 관련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당뇨의 치료는 어떻게 해야할까?]

전세계 의료 관련비용의 10%이상을 이상을 차지하며, 향후 더 늘어날 이 질환. 어쩌면 암보다 더 무섭고 힘든 이 질환의 치료에 약물 외에도 다른 어떤 접근법이 있을까?

당뇨의 병인과 영향요소가 다양하고 복잡한만큼 사실 그 치료도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우선적으로 병원 치료, 즉 약물치료를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만성 질환에 있어 어떻게 보면 사실 약은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다

물론 약물치료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세계 당뇨 학회의 일관된 권고 사항처럼, 우선적인 치료의 핵심은 식이요법, 운동, 그리고 인지와 교육이 되어야 하며, 과도한 체중도 조절해야 한다.

특히 만성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기위해 혈압과 콜레스테롤수치의 조절도 중요한데, 혈당과 함께 이 세가지 모두가 잘 관리되는 경우는 실제 당뇨환자 15명중 1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완치가 어려운 당뇨병은 합병증이 관건이다. 오래 앓을수록 그 발생확률이 높아지기에 특히나 요즘 늘어나고 있는 젊은 당뇨병 환자의 관리와 치료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

미국등 여러나라에서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 전단계 고위험군에서 투약군, 생활습관 개선군, 위약군의 3가지 집단으로 나누어 추적한 결과, 생활 습관 개선군에서 50-60%의 당뇨병예방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결국 질병을 야기하는 여러 선행 인자의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함을 알수 있는 것이다.

실제 요즈음 인슐린 저항성이 당뇨 뿐 아니라 만성 대사성 질환의 원인으로 조명받고 있는, 이때 그 치료도 현재까지는 비만의 개선, 즉 식이조절과 운동등만이 이의 감소와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식이요법 관심 필요해

당뇨 환자는 식이 요법에 일차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한당뇨병 학회의 권고 사항은 아래와 같다:

1. 비만한 환자는 건강한 식습관으로 섭취량 감소하기

2. 특히 개별화되고 반복적인 영양교육의 필요성

3. 비타민, 무기질의 보충은 필요시에 시행

4. 통곡물을 포함한 식이 섬유소 (1일 20-25g) 섭취 권장

5. 총에너지의 50-60%를 탄수화물로 섭취하도록 권고

6. ‘당뇨병성 신증’ 동반시 고단백 섭취 피함(총에너지의 20%이상)

7. 지방섭취량은 대사적인 문제에 따라 고려하며 포화지방, 트랜스 지방 등의 섭취제한은 일반인과 동일하게

8. 그 외 저염식, 절주나 금주는 상황에 따라 권고함

이와는 별도로 식품의 종류에 따라 GI(혈당지수) 가 나뉘어 지는데 가급적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2010년 UNESCO에 의하면 과일과 야채, 생선, 불포화지방산 등 균형잡힌 지중해식 식단(육류및 유제품 섭취의 감소) 이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됨을, 특히 여러 만성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됨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식이요법과 더불어 당뇨 환자에 있어서 ‘운동’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지나치지 않은, 본인에게 맞는 적당한 양의 운동 (3일에 걸쳐 일주일에 최소 150분이상)을 할 것을 추천한다.

자료제공: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제공: 대한당뇨병학회

[영양의 부족vs과도]

영양소 보충

앞서의 식이요법 권고 사항 중 영양소, 비타민 미네랄, 염분등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굳이 부족증세가 없다면 영양제 복용을 굳이 권하지는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약제는 흔히 영양소 결핍을 일으키기에 보통은 영양제를 동반하곤 한다.

구체적으로 메트포르민 제재 복용시 비타민 B12의 장내 흡수가 저해되어 혈중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올라가고 혈중 비타민 B12가 감소한다. 더불어 엽산과 CoQ10 농도 역시 감소된다. 또한 sulfonylurea 계열 약물도 CoQ10를 저하시킨다. 따라서 이런 경우 영양제 보충은 필수가 된다

또한 당뇨병은 합병증 예방이 치료의 중요 목표 이므로 거기에 맞추어 적절한 영양소 보충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당뇨 망막증의 경우 70%이상의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다. 황반부의 문제가 생기는 만큼 루테인, 지아잔틴, 오메가 3, 항산화 영양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영양소 과도

2010년 미국 UDSA 보고에 의하면 90%의 미국인이 최소 하나 이상의 영양소 결핍을 보이며 71%가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Neutraceutical(기능성 식품)의 개념으로 수많은 영양제가 범람하고 있는 요즈음,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풍요속의 빈곤현상을 보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안 먹으니만도 못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과거 2007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의 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32,606명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학술논문 68건을 통계학적으로 재분석해 그 결과를 JAMA(미국 의학협회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항산화 비타민 보조제와 사망률에 관한 통계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비타민 A, C , E, 베타 카로틴을 함께 복용했을 경우엔 평균 사망률이 5% 이상 높아진다. 이를 따로따로 먹었을 경우, 비타민 A는 16%, 비타민 E가 4%, 베타카로틴이 7% 사망률을 높였다”고 적었다.

연구팀의 글루드 박사는 심지어 연구 결과에 스스로도 충격을 받았음을 밝히며, 질병치료 목적으로 비타민 섭취를 위한 보충제를 먹지마라고 조언하였다.

이는 참으로 충격적인 결과였기에 ‘코펜하겐 쇼크’라고 회자되며 여기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이렿듯 많은 이들이 합성 비타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관심있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영양소 중에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이를 어떻게 섭취하며 또 우리가 할수 있는 또 다른 선택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