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토닌과 가을의 상관관계
세로토닌과 가을의 상관관계
  • 최장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0.09.25 10:49
  • 최종수정 2020.09.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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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추남(秋男), 외모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깃 세운 코트를 입고 사그락 거리는 낙엽길을 걷는 우수에 찬 “가을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여름 내내 우리를 번갈아 괴롭혔던 지긋지긋한 장마와 폭염을 서서히 뒤로하고 이제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엔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분위기에 취해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예술적 영감을 얻기도 한다. 일년 내내 허전하던 옆구리는 유독 가을에 더 시리다. 추남이 늘 그러하듯 고독한 것처럼, 가을에 사람들의 기분은 이상하게 감정적이고 가라앉는다. 이는 특히 요즘 같은 엄중한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런 기분이 되는 걸까? 그 이유와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자.

[일조량의 변화 때문!]

여름철 맹렬히 열기를 내뿜던 햇빛은 가을이 되면서 그 힘이 점점 줄어든다. 게다가 사람들은 외출, 모임이 줄어들고 실내활동이 늘어나는 특수한 현재 상황으로 인해 더욱 더 햇빛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진다. 이 지구의 모든 물리적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이, 정신적 에너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Seasonal Affective Disorder, 즉 SAD라고 부르는 계절성 정서장애는 부족한 일조량으로 인한 무기력증, 나른함, 의욕상실, 우울감, 수면장애 등을 일컫는 용어로 1984년 영국 정신과 의사인 노먼 로젠탈에 의해 처음 정의되었다.

사람이 햇빛을 받게 되면 뇌에서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이 분비되어 기분을 좋게 만들고, 매사에 의욕적이며 활동적으로 움직이게 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몸을 건강하게 한다. 마치 식물이 햇빛으로 광합성을 이용해 무럭무럭 자라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햇빛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다.

우리나라 1년 4계절 중 봄, 여름에 쨍쨍했던 그 햇빛이 가을의 시작을 기점으로 감소하게 되면서 인체도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현상을 흔히 “가을을 탄다”라는 용어로 많이 표현한다. 세로토닌 감소로 인한 무기력함은 물론 하루에도 몇번씩 요동치는 감정변화와 깊은 우울감이 생기며 수면부족, 식욕의 저하를 동반하는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달리 수면과다, 식욕증가로 인한 폭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세로토닌을 보충하자]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달콤한 음식을 자주 찾게 되어 체중의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계절성 정서장애(SAD)는 연중 마음이 굳건했던 정상적인 사람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이고, 큰 질환이라기 보다는 가을을 맞이하는 하나의 당연한 과정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일조량의 변화가 가장 주된 원인이니 무기력하게 있기 보다는 시간을 내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밀집된 장소보다는 충분히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넓은 공원이나 운동장 등 선선한 바람을 쐬면서 매일 일정시간 가볍게 걷고, 본인에게 가장 맞는 스포츠를 찾는것도 괜찮다. 기본활동으로 세로토닌을 늘리고 식단을 구성함에 있어서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는 ‘트립토판’ 성분이 풍부한 ▲바나나 ▲치즈 ▲달걀 ▲견과류 등을 곁들이는것도 결과적으로 세로토닌을 보충하는데 좋다. 생활상에서 신경쓸 수 있는 점들을 개선해 나가고, 만일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하다면 푸로작(Prozac), 졸로푸트(Zoloft), 팍실(Paxil) 등과 같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뇌에서 세로토닌의 과다흡수를 방지하여 혈중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킴)를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 후 복용해 보는것도 의외로 편하게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건강한 가을 보내기]

몸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사람의 심신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건강이 행복한 생활을 위한 가장 첫번째 단계이고 그 첫걸음에는 세로토닌이 큰 역할을 한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일상이 힘든 요즘, 계절의 변화에 걸려 넘어져 우울의 웅덩이에 빠지기 보단 본인에게 적용가능한 현명한 대처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멋진 가을을 맞이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