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 올라간 운동화, 편하다고 매일 신으면 발 건강 악영향
발끝 올라간 운동화, 편하다고 매일 신으면 발 건강 악영향
  • 박신안 기자
  • 기사입력 2020.09.25 12:35
  • 최종수정 2020.09.2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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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 올린 운동화, 단기적으로 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에 부담
중족지절에 악영향 줘 족저근막염 발생 위험 높여
"발끝 올라간 신발 계속 착용, 근육·관절 기능 저하시킬 수 있어"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신발을 신을 때 발이 편하다고 해서 발에 꼭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런닝화를 신을 때 발끝은 대부분 살짝 위로 올라가는 형태인데, 이런 구조를 '발가락 스프링'이라고 한다. 발가락 아래쪽과 근육의 운동량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는 이 발가락 스프링은 단기적으로 발의 피로도 등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족저근막염 발생 등 발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밝혀졌다.

운동화 끝 각도에 따른 발 건강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팀은 운동화의 발끝이 많이 올라가 있는 운동화일수록 족저근막염 등 발 질환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지면에서부터 운동화 발끝의 각도가 10, 20, 30, 40도일 때 발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특히 발가락과 발 몸체를 이어주는 중족지절(MTP) 관절에 집중했다. MTP는 걸을 때 접히는 부분에 위치한 관절로, 잘못된 보행을 지속하면 이 부분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걸을 때 발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발을 떼려고 뒷발꿈치를 떼는 순간 발등이 아치형으로 구부러지게 된다. 족부학에서는 이 과정을 감아올리기 기전이라고 부른다. 엄지발가락의 MTP 관절이 젖혀지면서 발바닥에 있는 힘줄이 아치형으로 늘어나면서 팽팽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MTP 관절이 많이 젖혀질수록 발의 피로도는 커진다. 만약 발끝이 올라간 운동화를 신으면 발가락 힘으로 젖혀야 하는 관절을 신발이 대신 젖혀주고 있기 때문에 발가락을 덜 움직여도 된다. 그만큼 발은 편해진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맨발일 때보다 10도 올라간 신발을 신었을 때 발등 쪽으로 젖혀지는 각도가 29.42% 줄어들었다. 신발의 발끝이 올라갈수록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는 줄어들어, 발끝이 40도 올라간 신발은 10도 올라간 신발보다 최대 15.92% 감소했다. 이는 발끝이 많이 올라간 신발일수록 발가락 관절을 덜 움직여도 된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 보면, 발에 힘이 덜 들어가다 보니 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신으면 오래 걸어도 비교적 덜 피곤하게 느껴 장점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발의 관절과 주변 근육을 덜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진다. 또한 MTP 관절을 계속 젖힌 상태로 걸어 다니다 보면 발가락의 근육은 늘어난 상태로, 발등의 힘줄은 계속해서 수축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발바닥의 다른 부분에 부담이 가게 돼 족저근막염과 같은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이런 작은 근육 활동의 차이는 하루에 4,000~6,000보 정도를 걷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계속 착용하면 근육과 관절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미국 하버드대학교, 독일 켐니츠 공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