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식품, 맛만 없고 건강엔 별 도움이 안 된다(상)
저지방 식품, 맛만 없고 건강엔 별 도움이 안 된다(상)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6.03 17:26
  • 최종수정 2019.06.12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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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싸게 주고 먹는 불량식품

[헬스컨슈머]사회학자 엥겔스가 희망했던 것처럼, 이제 우리는 진정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가 수천년의 역사동안 오직 생존을 위해 투쟁해왔던 것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제는 더 이상 무서운 맹수에게 잡아먹힐까 두려워하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냥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손만 뻗으면 필요 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 인류는 지금껏 없었던 사회문제를 마주쳤는데, 그것이 바로 비만이다. 이처럼 오늘날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인간이 ‘살을 찌우기 위해’가 아니라 ‘살을 빼기 위해 투쟁하는’ 시대다.

그중 한 방편으로 많은 사람들은 ‘저지방 식품’을 선택한다. 그것이 전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은 전혀 모르는 채로.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안타깝게도 어짜피 칼로리는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날씬한 몸을 꿈꾸며 선택한, 맛도 없고 가격도 비싼 저지방 식품.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이 비장한 얼굴로 내린 그 결심은 틀렸다. 왜냐면 대부분 칼로리는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저지방 식품은 일반적인 식품과 칼로리가 별 차이가 없다. 맛을 위해, 지방 대신 당분이 더 많이 들어갔거나 다른 조미료 성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다.

미국 코넬대학의 완신크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지방 식품이 항상 저칼로리 식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지방 식품에서 지방은 보통 설탕등의 당분으로 대체되고, 그런 식품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는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식품들의 칼로리는 평균적으로 겨우 11% 가량 낮을 뿐이며, 오히려 지방 대신 첨가된 당이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혈관을 망가뜨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심장학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인 주디스 윌리 로셋은 "사람들이 불포화지방같이 몸에 좋은 지방을 필요한 만큼 섭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라고 설명하며 "오늘날 식품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지방 섭취를 기피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연적인 지방을 인공적인 성분(얼레스트라)으로 대체하고, 또한 그만큼 맛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탕을 비롯해 여러가지 조미료를 넣는다. 현대의학은 결코 그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 식약처(FDA)는 가공식품 영양성분 표시란에 ‘지방 섭취에 따른 칼로리’ 항목을 없애고 대신 설탕·시럽 같은 첨가당에 따른 칼로리를 표시하도록 규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저지방이 진짜로 지방 함량이 낮은게 아니다]

또한 음식에 흔히들 표기하는 ‘저지방’이란 것은 절대적 의미가 아닌, 상대적 의미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지방이라는 표시가 붙는 제품은 대부분 애초에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의 지방함량을 줄인 것이다. 즉, 원래보다는 지방함량을 줄였지만, 마음 놓고 먹기에는 여전히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영양성분표를 잘 살피는 지혜로운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가 그랬습니다, 저지방이 더 살찐다고]

귀찮고 어렵지만, 이번에야말로 지방 함량을 꼼꼼히 따져 정말로 지방을 적게 먹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하지만 슬프게도 여전히 그건 별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1년 6월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는 <Changes in Diet and Lifestyle and Long-Term weight gain in Women and Men(식이 생활습관 변화에 따른 장기적 체중변화)>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놀랍게도 저지방/무지방 우유를 먹는 사람들이 보통 우유를 먹는 체중이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2012년 7월에는 <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유럽 영양학회지)>에서 ‘저지방/무지방 우유를 먹는 사람들의 체중이 더 빈번하게 증가한다’는 결과의 논문이 발표되어 ‘저지방/무지방은 다이어트에 좋다’라는 생각을 무참히 깨부쉈다.

심지어 2016년 3월 미국 하버드 의대 다리우시 모자파리안(Dariush Mozaffarian)교수는 심장학회지 <Circulation(혈액순환)>에서 ‘일반 우유를 먹은 그룹이 저지방 우유나 무지방 우유를 먹은 그룹에 비해서 당뇨병 발생률이 46%나 낮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어서 같은해 4월 4일자 <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을 위해서는 양질의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위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저지방 식품을 먹는 것이 '건강한 지방'은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우리의 몸은 물에 녹는 비타민(수용성)뿐 아니라 지방에 녹는 비타민(지용성)도 필요한데, 지방 섭취가 부족할 경우 결국에는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론적으로, 애초에 우리는 양질의 지방을 필요로 하며, 건강을 위해서는 차라리 설탕 섭취량을 신경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의 중요한 역할]

지방은 지용성비타민의 섭취를 도와주며, 일부 호르몬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초물질로 쓰이기도 한다. 게다가 신체 내에서는 세포 모양을 잡아주고 세포벽을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동시에 혈관벽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성분의 하나이다.
이 외에도 지방은 뇌발달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즉 성장기 아이들에게 지방은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며, 특히나 24개월 미만 아이들에게는 저지방 우유는 절대로 먹여서는 안 된다.

먼 옛날 유럽에서는 토마토에 독이 있다고 믿으며 절대로 먹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많은 용감한 전문가들의 헌신으로, 토마토는 그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으로 이제 양식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상을 차지했다.

지방 역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방도 우리가 그릇되게 알고 있는 ‘상식’으로 인해 본연의 멋진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적어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삼겹살과 고소한 한우 차돌박이에 있어서 지방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맛’, 그 절대적인 가치에서는 말이다.

 

(다음 기사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