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쓰기 싫은데요?
스테로이드, 쓰기 싫은데요?
  • 정회헌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0.10.15 11:12
  • 최종수정 2020.10.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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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약국에 근무하며 종종 겪는 일이 있다. 아이의 약을 대신 받는 부모는 약 봉투에 적혀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라는 설명을 보곤 “아이가 먹을 건데, 스테로이드는 안 좋은 거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위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소비자들에게 어디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약간의 시간적 여유와 듣는 이의 의지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장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스테로이드가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봐서 가까이하기 싫다는 게 대다수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애매모호한 개념 정립에서 비롯된 성급한 두려움이다. 이 글은 스테로이드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고, 그것을 무작정 멀리만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다.

보통 사람들은'스테로이드' 하면 이 같은 모습을 연상하곤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보통 사람들은'스테로이드' 하면 이 같은 모습을 연상하곤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테로이드(steroid) 안 좋은 걸까?]

스테로이드란 유기화합물의 일종으로 다음의 그림처럼 생긴 물질의 통칭이다. 6개의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고리 3개, 5개의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고리 한 개의 기본 구조를 가진 유기화합물이다. 이러한 형태를 가진 물질을 여러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스테로이드가 존재하고, 우리 몸에선 생체 내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물질의 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면역 반응, 혈압 조절, 신진대사, 성 구별, 생식, 뼈, 근육 생성 촉진 등이 모두 스테로이드가 돕는 일들이다.

또한 스테로이드 약물은 생체 내에서 작용하는 물질의 유사체로 의사의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아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부작용에 대해 겁낼 이유가 없다.

스테로이드성 연고,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테로이드성 연고,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소염진통제? 그거 진통제에요?]

이 질문도 하루에 꼭 한 번은 받는다. 왜 사람들은 소염이라는 말보다 진통이라는 말에 더 먼저 반응할까? 아마도 해당 단어에서 느껴지는 친숙함이 더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좌우지간, 필자는 소염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염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염증(inflammation, 炎症)은 조직과 조직 미세순환 손상에 대한 반응으로 정의되며, 염증을 일으키는 매개체들의 생성과 혈류로부터 혈관 외 조직으로의 체액과 백혈구의 이동을 특징으로 한다. 염증은 미생물, 손상 세포, 외부 세포를 국소화하고 제거시킴으로써 정상 구조와 기능을 갖도록 한다. 다시 말해, 내부 혹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조직이 받은 손상에 대한 반응 모든 과정을 말한다.

정리하면, 소염진통제(antiinflammatory analgesic drug, 消炎鎭痛劑)란 소염; 염증을 완화, 진통; 통증을 완화 작용을 하는 약을 말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미워하지 마세요]

소염작용을 하는 물질은 스테로이드인 소염제와 스테로이드가 아닌(Non-steroidal) 소염제 두 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즉, 소염제는 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analgesic drug)가 존재한다.

그리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에는 스테로이드를 안 좋아했던 글 초반 일화 속 부모님의 우려와 달리 스테로이드는 전혀 들어있지 않았고, 정형외과적인 염증과 통증을 완화 작용을 하는 약이다.

일상생활에서 소염진통제를 몸살, 두통, 생리통, 염좌 등에 적절하게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거부했던 약물들에 대한 그릇된 시선을 거두고 정확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