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기름, 사실 몸에 좋습니다
돼지기름, 사실 몸에 좋습니다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0.11.09 12:24
  • 최종수정 2020.11.09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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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더럽고, 멍청하고, 뚱뚱하다는 착각

[헬스컨슈머]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고기 종류로 범위를 좁히자면 역시 토실토실한 돼지 뱃살인 ‘삼겹살’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국에는 ‘오리는 남한테 뺏어서라도 먹고, 닭은 자기 돈으로라도 사먹고, 돼지는 누가 사주면 먹고, 소고기는 누가 사줘도 먹지 말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금류 기름은 건강하고, 네발짐승의 기름(비계)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편견의 역사는 깊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들어봤을 이 말, 그리고 ‘돼지는 뚱뚱하다’는 편견, 과연 진실일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돼지기름은 건강하다]

우선 돼지에 대해 편견을 가졌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전 세계인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명제가 있다. 바로 ‘돼지기름은 맛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들이 삼겹살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이자, 동시에 돼지기름인 ‘라드’가 중화요리사와 제빵사에게 있어 환상적인 재료인 이유다.

실제로 돼지기름은 사람의 체온(36.5도) 정도에서는 액체로 존재하는 희소성 있는 동물성 지방이기도 하다. 덕분에 요리가 다소 식은 후에도, 입 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는다. 덕분에 중국요리에 라드를 쓰면 그야말로 입에서 녹는 듯하다. 제빵에서도 버터 대신 라드를 쓰면,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중후함과 눅진한 맛이 소비자들의 혀를 잡아끈다.

서양에서는 심지어 돼지비계를 버터처럼 빵에 발라먹기도 한다. 생각보다 한국인들 입맛에도 맞는다고 하니, 용감한 한국인들은 시도해봐도 좋을듯 하다.

좌우지간, 세상 만사 모두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맛있는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원칙이다. 하지만 돼지기름의 유해성은 생각보다 더욱 과장된 면이 크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물론 돼지기름의 칼로리와 콜레스테롤 함량은 여타 고기들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아라키돈산, 리놀산과 같은 특수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정상적으로 섭취할 경우 우리 몸에 콜레스테롤이 몸에 쌓이지 않고 배출된다.

아울러 돼지기름에는 비타민 D역시 풍부해, 1인분 요리에 들어갈 분량인 20g이면 하루 권장량의 5배에 달하는 비타민 D를 섭취할 수 있다.

또한 돼지 비계는 쉽게 상한다. 따라서 시장에 유통되는 돼지비계는 매우 관리가 잘 되는 편인데, 그 덕분에 불포화지방산이 산패되지 않은, 매우 신선하고 깨끗한 기름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돼지기름은 때로 약으로 쓰일 정도다. 세계 문화유산인 한국의 <동의보감>에서도 ’돼지족발 등을 끓여 식힌 기름을 바르면 추위에 갈라진 피부에 좋다’고 언급되어 있다.

고대 로마군도 돼지기름을 보급받아 비슷한 용도로 사용했다. 이는 동시에 식량이기도 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바셀린도 라드의 저렴한 대체품으로서 등장한 것으로, 지금도 바셀린의 상위호환 제품으로 대용품으로 쓰인다.

육류 기름에 대한 오해

반면, 돼지기름을 위시한 육류 기름(비계)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 그리고 관련 연구는 미국 설탕협회(Sugar Association)등의 설탕 관련 기관들의 로비와 후원으로 진행된 것이다. 미국 내과학회지 <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은, 이런 연구들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육류 기름(포화지방)의 위험을 과장해, 설탕의 위험함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다시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재조명되고있는 MSG(인공 조미료), 사카린(인공 감미료)이 받던 과거의 오해들 역시 설탕협회의 작품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돼지는 우리보다 날씬하다]

또한 돼지 하면 연상되는 매우 뚱뚱하고, 더럽고, 멍청한 이미지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이 같은 인식은 수익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매우 비인간적인 축산 환경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돼지는 지능지수(IQ)가 70 수준이며, 화장실 역시 따로 구분할 정도로 깔끔하다. 또한 일반적인 체지방률은 15% 수준으로, 보통 성인 남성 10%~20%, 여성 20%~30%의 체지방률을 보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훨씬 날씬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았던 돼지껍데기 튀김도 같은 맥락이다. 포크 라인드(Pork Rind), 혹은 Crackling이라고 불리는 이 식품은,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대표적인 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오늘날 돼지기름이 식용으로 그렇게 널리 쓰이지 않는 이유가 확실히 있긴 하다. 돼지기름은 실온 상태에서 고체 상태로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돼지기름이 싱크대 하수구로 들어가면 막히기 일쑤다. 게다가 돼지기름의 가격 역시 저렴한 편은 아니였고, 결정타로 여기에 ‘돼지기름은 건강에 나쁘다’라는 인식까지 생겨나며 돼지기름은 식용 기름의 자리에서 점점 밀려나게 되었다.

여기까지 돼지기름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물론 속담에도 있듯이,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주말 저녁 삼겹살 파티를 할때,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