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약국마다 약 값이 다를까?
왜 약국마다 약 값이 다를까?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0.12.01 11:02
  • 최종수정 2020.12.0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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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은 약 저렴하게 사는 방법

[헬스컨슈머]한 조사에 따르면 약국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 1위는 약국마다 약 값이 다른 점이라고 한다. 같은 약인데 약국을 일일이 돌며 가격을 비교하며 살 수도 없고 어쩌다 다른 약국보다 비싸게 약을 사야할 때는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서 화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약국마다 약 값을 다르게 책정하는 게 오히려 소비자에게 이득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

[약값, 옛날에는 다 같았다]

1999년 이전에는 의약품 표준소매가제도를 시행하여 전국에 모든 약국에 약 값이 모두 동일하였다. 이 제도는 의약품 제조업자가 출고가격에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적정 마진을 가산하여 표시하고 반드시 표시된 가격대로 약을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였다. 이 때 의약품 유통마진은 30%로 책정하였다.

지금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모든 일반약의 마진을 30%로 책정한다고 하면 놀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일반약의 마진은 대부분 30%가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약의 종류마다 책정하는 마진이 다르지만 유명 의약품의 경우에는 마진을 붙이지 않는 품목도 많다.

약국마다 약 값이 달라지게 된 계기는 1999년에 시행된 판매자 가격표시제도 때문인데 정부가 약 값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약국 간 경쟁으로 약 값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정부의 이 정책은 꽤 효과적이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소비자들의 이익이 증대된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일반약을 싸게 파는 약국을 찾는 방법]

위와 같은 이유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약 값은 약국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되었다. 약 값 차이를 유발하는 요인 중 대표적으로 지역과 유통 구조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약국이 밀집된 지역이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약 값이 싸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임대료가 비싸면 약 값이 비싸진다는 사실은 다들 쉽게 이해하지만, 위와 같은 부분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주변에 경쟁 약국이 없다면 약국은 적정 수준의 마진을 붙여서 약을 팔지만 경쟁 약국이 많으면 손님을 더 유치하기 위해서 출혈 경쟁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는 손해를 보면서 약을 팔기도 한다. 일반약에서 손해가 생겨도 처방전 수입으로 약국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약국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일반약을 사보면 약 값이 상대적으로 매우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약국이 한 번에 약을 대량 사입하는 대형 약국이냐 소량만 사입하는 소형 약국이냐에 따라 약 값 차이가 발생한다.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제약사와 거래할 때 약 값이 더 싸고 대량으로 약을 주문할 때 할인율을 많이 적용시켜 주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약을 판매하여 회전율이 좋은 약국은 사입가가 저렴하여 약을 싸게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치 같은 과자라도 이마트가 동네 슈퍼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처방전 약 값도 약국마다 다를까?]

그렇다면 병원에서 처방받아 약을 지을 때도 약국마다 약 값이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방전 약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약국마다 약 값이 차이나는 일은 없다. 동일한 처방전이라면 전국 어느 약국에 가든 같은 값을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라면 처방전으로 약을 지을 때도 약국마다 가격이 달랐던 것 같은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이 경우는 처방전에 비보험 약이 포함되어 있거나 약국을 방문한 시간대가 달라서였을 수 있다.

우선 비보험 약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고 소비자가 모든 약 값을 지불하기 때문에 일반약과 마찬가지로 약국 간 경쟁을 유발하여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 판매가 가격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표적인 비보험 약인 발모약이나 발기부전치료제는 환자들이 저렴하게 약을 판매하는 약국을 찾아서 이용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약국을 방문하는 시간대나 요일에 따라 처방전 약 값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오후 6시 이후에 약국에서 약을 지으면 야간 할증이 붙어서 약 값이 좀 더 비싸지고 평일보다 토요일에 약국을 이용할 때 토요가산이 붙어서 약 값을 좀 더 지불해야 한다. 이는 약국 근무자들에게도 야간이나 주말 근무 시에 추가 근무수당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법에 따라 할증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처방전 약을 짓고 싶다면 평일 오후 6시 이전에 약국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연령 가산도 다르다. 예를 들면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8세 이하 소아가 약을 지을 때는 성인이 약을 지을 때보다 약 값이 싸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법적으로 노인과 소아에게 좀 더 보험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이 점들을 종합하면 약국을 이용할 때 처방전 약도 약국마다 다른 듯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모든 약국이 처방전 약에 대해서는 동일한 가격을 받는다고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