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긴 멸균우유, 아이 먹이기 불안하다면?
유통기한 긴 멸균우유, 아이 먹이기 불안하다면?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21.01.05 12:49
  • 최종수정 2021.01.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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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와 건강 특집기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2021년은 소의 해다. 소와 한민족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졌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으니, 소위 ‘완전식품’이라고 불렸던 우유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우유는 몇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오늘 다뤄볼 것은 바로 ‘멸균우유’다. 유통기한도 길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이 우유는 상당히 많은 ‘루머’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방부제 덩어리다’, ‘고온살균으로 인해 영양소가 파괴되었다’ 등의 이유로 멸균 우유를 꺼리곤 한다. 이 우유가 정말 그렇게 나쁜 것일까?

쉽게 접할 수 있는 멸균우유는 일반우유보다 저렴하다, 화면캡쳐: 구글
쉽게 접할 수 있는 멸균우유는 일반우유보다 저렴하다, 화면캡쳐: 구글

[멸균우유란?]

멸균우유는 최고 150℃의 높은 온도로 살균과정을 거쳐, 거의 모든 미생물이 제거(멸균)된다. 또한 빛과 공기를 차단하는 재질로 포장하기에 상온에서도 몇 달간 보관할 수 있고, 제품에 따라서는 1년까지도 가능하다. 소비자 우려의 출발점 역시 바로 이 ‘멸균’과 장기보관성일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시중의 우유도 다들 이렇게 살균을 진행한다. 또한 장기보관성 역시 방부제가 아닌, 멸균과 밀폐 포장의 결과물일 뿐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보통의 우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시중에서 유통되는 모두 살균 과정을 거친다. 병원성 미생물에 의해 오염된 우유는 다른 어떤 식품보다도 사람에게 많은 전염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젖소에서 짜낸 원유에서 발견되는 병원성 미생물로는 탄저균, 살모넬라균,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결핵균, 브루셀라균, 디프테리아균 등이 있다. 농장에서 갓 짜낸 것을 먹지 않는 이상(원래 국내에서는 이런 원유 판매가 불가능해졌지만, 최근 관련 법령 개정으로 가능해질 예정이다), 모든 우유가 살균이나 멸균을 진행하지 않고는 아예 유통이 불가능한 이유다.

현재 유통되는 ‘보통’ 우유의 살균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저온, 고온, 초고온 살균이 그것이다.

저온 살균

먼저 저온 장시간 살균(Low Temperature Long Time pasteurization, LTLT)은 62∼65℃에서 30분간 가열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원유의 풍미와 세균류의 잔존율을 높일 경우에 효과적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인 만큼, 부패균 등 일부 비병원성 미생물(감염성이 없거나 또는 감염하여도 발병까지에 이르지 않는 미생물)은 죽이지 못한다. 좋은 것들을 살리려다 보니, 나쁜 것들도 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쉽게 상하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고온 살균

고온 단시간 살균(High Temperature Short Time Pasteurization, HTST)은 72∼82℃의 온도에서 15∼20초간 가열 유지하는 방법이다. 저온살균에 비해 높은 온도로, 살균 정도가 더욱 강하다.

또한 생산성도 좋은 편이라, 단가가 저온살균법보다 낮아진다.

초고온 살균

초고온 단시간 살균(Ultra-High temperature sterilization, UHT)은 130∼135℃의 고온에서 1∼2초간 살균한다.  이 방법도 대량의 우유를 단시간에 연속적으로 처리 가능해 보관성도 높다. 경제성이 매우 좋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시중에서 제일 많이 접하는 동시에,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제품군이다.

중요한 것은, 이 초고온 살균 역시 (멸균우유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 정도로) 무균상태 가까이 멸균을 시키는 방법이다.

황인경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연구팀에 따르면, 실제 유통되는 우유의 고온살균 전후의 비타민 잔존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비타민이 고열 살균과정에서 최하 9.45%부터 최고 76%까지 파괴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감안해보면, 소비자들이 사먹는 대다수 제품은 결국 멸균우유와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균은 아주 빠르게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금 남아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의 영양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멸균우유, 영양적 가치는?]

학계에서는 일반 우유와 멸균우유의 영양적 우열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본 영양소는 무생물이기 때문에, 미생물보다 더 높은 온도를 더 오래 견딜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멸균우유를 비롯한 모든 우유는 미생물은 죽지만 영양소는 크게 파괴되지 않을 정도로만 살균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온에 민감한 일부 비타민, 무기질과 소량의 유익균을 제외하면, 칼슘, 지방, 탄수화물 등 우유의 주 영양소는 파괴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멸균우유가 일반우유에 비해 맛과 향이 조금 부족하다는 정도다. 하지만 멸균우유의 맛과 향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 역시 적지 않으니, 안심하고 마셔보도록 하자. 자신의 새로운 우유 취향을 발견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