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백신 접종 요원해, 도쿄 올림픽도 멀어진다
日백신 접종 요원해, 도쿄 올림픽도 멀어진다
  • 최유진 일본 도쿄 특파원
  • 기사입력 2021.01.21 11:56
  • 최종수정 2021.01.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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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수상, 자료제공: 일본 총리 관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수상, 자료제공: 일본 총리 관저

[헬스컨슈머]일본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수도권 등 주요 지역들이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있지만, 정작 백신 접종은 요원하다. 때문에 이미 1년 연기된 도쿄 하계 올림픽이 올해도 개최가 어렵다는 전망이 일본 내외부에서 나오고 있다.

20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올해도 도쿄 올림픽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매체는 올림픽 개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백신 접종 속도를 올리는 문제와 일본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설득하는 문제 등을 꼽았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 부회장 키스 밀즈 역시 방송에서 도쿄올림픽은 중단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밀즈는 "2024년 파리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재연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도쿄올림픽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본은 2020년에 이미 총 인구가 접종하고도 남을 코로나 백신 수량을 확보했지만, 정작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은 코로나 백신 생산 시기와 생산량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특수한 행정처리 때문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바로 ‘전산화’의 부족이다.

일본의 ‘주민등록증’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넘버카드는 2016년에서야 제정된 제도지만, 현재까지 발급률은 23.1%에 불과하다. 마이넘버카드가 없는 일본인이 8000만명 수준이라는 의미다. 심지어 정부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원되는 공무원의 발급률도 2020년 기준으로 58% 수준이다.

일본 '마이넘버카드' 공식 홈페이지, 자료제공: kojinbango-card
일본 '마이넘버카드(kojinbango-card)' 공식 홈페이지, 자료제공: 마이넘버카드

기본적으로 사회적 면역력을 형성하기 위한 백신 접종은 신속하고도 체계적이어야 해서, 전 국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전산화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주민등록증’조차 제대로 발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1억명이 넘는 국민 중 누가 1차 접종을 받았고, 2차 접종을 언제 받아야 하며, 아예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일본인이 누구인지 일일이 손으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인터넷 전산화가 이루어져도, 결국에는 그것을 사람이 일일이 보고 승인을 내려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작년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인터넷 신청이 우편 신청보다 훨씬 느리게 처리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연기된 대회 개최일인 7월 23일 전까지 전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본 국민들은 백신도 올림픽 개최에도 부정적이다.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9~10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도쿄올림픽을 중지하거나 재연기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