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요한가요?
동물과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요한가요?
  • 이원주 기자
  • 기사입력 2021.03.19 09:39
  • 최종수정 2021.03.19 1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과 동물 간에 전염 가능성 현재는 없다고 봐야

[헬스컨슈머] 질병관리청은 작년 11월 20일을 기준으로 볼 때 세계 19개국에서 456건의 동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생활공간을 함께 하는 동물들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할까라는 물음까지 생겼다. 참고로 코로나19는 사람의 질환 명이고 동물의 경우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19일 기초과학연구원이 코로나19 특집으로 내놓고 있는 최신정보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부터 반려동물들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본지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일부 발췌하여 옮겨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개-고양이 등 동물의 코로나바이러스]

이 리포트는 고양이의 경우 경미한 소화기계 질병을 유발하는 고양이 장 코로나바이러스(FECV‧feline enteric coronavirus)와 치명적인 면역복합체 게재성 혈관염을 유발하는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바이러스(FIVP‧feline infectious peritonitis) 등 2가지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돼지에게 심각한 설사를 일으키는 돼지 전염성 위장염 바이러스, 겨울철 소에서 심각한 설사와 호흡기 질병을 일으키는 소 코로나바이러스도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러 종류의 동물에 감염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바이러스 스파이크단백질과 숙주세포 ACE2 수용체의 결합으로 감염이 시작된다고 하는 데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동물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종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개가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고, 사람이 개의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도 않는다는 것. 일부 동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이미 백신이 개발되었으며 접종도 진행 중이지만 이들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유전적 차이가 있어서 해당 백신이 동물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에 취약한 동물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215종의 동물을 대상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위험성을 평가하는 대규모 모델링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연구진은 사람과 접촉 가능성이 높은 동물들을 중심으로 28종의 고위험군을 선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반려동물은 대부분 어떠한 질병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증상이 나타나도 집에서 돌볼 수 있는 가벼운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으로 반려동물이 죽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고양이는 개보다 감염에 취약하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감수성이 개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고양이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와 반려인에서 분리한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에서는 다른 지역에 사는 고양이들이 각각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항원 양성반응과 미약한 임상증상을 보였다. 그런데 한 마리의 반려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다른 고양이의 반려인은 항원 음성반응을 보였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로부터 감염되었거나, 코로나19에 걸린 다른 사람과 접촉하며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

밍크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례는 적지만,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요주의 동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 등 세계 곳곳의 밍크 농장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집단 감염 및 변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코로나19 감염 중간숙주 될까]

사람이 동물에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전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홍콩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반려인과 살고 있는 고양이 17마리와 개 15마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고양이 1마리와 개 2마리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이라고 볼 수 있는 항체면역반응을 확인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825명 반려인들의 반려동물들을 조사했는데, 반려동물의 21~53%가 항체면역반응을 보였다. 또한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인의 반려동물이 그렇지 않은 반려동물에 비해 항체면역반응이 월등히 높았다. 일련의 연구들은 사람에서 반려동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이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밍크 농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사례를 보면 68%의 농장 관계자들이 항원양성반응 혹은 항체면역반응을 보였다. 또한, 밍크와 사람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본 결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밍크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음을 의미하나 아직까지 밍크 이외의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유의미한 증거는 없다. 

지난 1월 24일 우리나라에서도 첫 반려동물 확진 소식이 들렸다.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이 기르던 고양이였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으면 각 시‧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진단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양성일 경우 사람과 마찬가지로 2주간 격리 조치에 들어간다. 

기초과학연구소의 리포는 끝으로 “여러 사례와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은 낮다”며 “그러나 반려인의 부주의한 행동이 반려동물을 감염시킬 수는 있다. 전대미문의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중한 식구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과 같은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다”라고 반려인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