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진통제를 먹으면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
아파도 진통제를 먹으면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1.03.23 10:32
  • 최종수정 2021.03.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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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진통제는 일반인에게 매우 친숙한 약이다.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픈 건 아니지만 가벼운 통증이 느껴질 때 진통제를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므로 가정에서 상비약으로 많이 두고 먹는다. 그렇지만 진통제는 지나치게 남용해서는 안 되는 약이다. 또한 아무리 아파도 진통제를 먹지 말아야 하는 경우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일반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진통제를 먹어서는 안 되는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술 먹은 다음날 머리 아플 때] 
술 마신 다음날 숙취로 머리가 아플 때 흔히들 진통제를 찾는다. 통증에서 빨리 해소되고자 그러는 건 알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습관이다. 우선 진통제 종류 중 타이레놀을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간 손상 때문이다. 타이레놀은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만큼 안전한 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술을 마신 사람이 타이레놀을 먹으면 간에 치명적이다. 그 이유는 간에서 술을 대사시키는 효소와 타이레놀을 대사시키는 효소가 같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간 효소가 충분하여 타이레놀을 모두 해독하여 안전한 상태로 배출할 수 있지만 술을 마신 상태는 간 효소가 술을 해독하는데 소모되어 부족하기 때문에 타이레놀 대사 과정에서 NAPQI라는 독성물질이 증가하고 이것이 간세포를 파괴하게 된다. 여기다 분해된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까지 더해지면 이중으로 간이 손상되고 간염이나 간경화로 진행되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타이레놀 성분은 감기약, 근육통약, 생리약, 복통약 등 다양하게 쓰이므로 복용 시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술을 먹고 최소한 24시간이 지난 후에 진통제를 먹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면 타이레놀이 아닌 이부프로펜이나 다른 성분의 진통제 약은 술 마신 다음 날 먹어도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이부프로펜이나 다른 성분의 진통제 약은 알코올 대사와 같은 효소로 대사되지 않아 간 부작용은 적지만 위장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장 손상은 타이레놀 보다 더 많이 일으키는 편이다. 따라서 술 마신 다음날 두통은 숙취 해소제만 복용하고 진통제는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심하게 체해서 머리 아플 때]
음식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소화불량이지만 명치가 콕콕 찌르듯이 아프고 두통이 심한 경우는 체한 경우이다. 이 때 두통이 심하여 흔히들 진통제를 찾아 먹고는 하지만 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체했을 때 왜 두통이 생기는 것일까? 위가 운동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급하게 음식을 먹어서 체하는 경우도 있고 스트레스가 심하여 체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교감신경이 과민하여 위장운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이고 두통이 생기는 원인은 혈액순환에 있다. 체했을 때 생기는 두통은 90% 이상이 편두통이다. 뇌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짧고 강하게 두통이 오는 것이다. 민간요법에서는 손 끝을 따거나 손에 혈자리를 주물러서 체기를 다스린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때 진통제를 먹으면 왜 안 되는 것일까?이유는 진통제가 위장운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진통제는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을 일으키는데 특히 체한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진통제를 먹지 않는 게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통이 심하여 참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장장애가 덜한 타이레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체했을 때는 아예 음식을 토해버리는 것이 좋고 구토하기 어려우면 소화제 및 위장운동약과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우황청심환 등의 약제를 써서 음식이 내려가는 과정을 돕는 게 좋다. 침 분비를 자극하는 매실액 같이 새콤한 음료를 소량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신 초기와 임신 말기]
임산부의 경우 함부로 약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타이레놀의 경우에는 임신 중 먹어도 안전한 약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임신 중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임신 10주 이내인 임신 초반과 임신 32주 이후인 말기에는 통증이 있어도 함부로 진통제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임신 초기에는 중요한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로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진통제 복용에 주의해야 하고 임신 말기에는 태아의 혈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복용을 삼가야 한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어떤 연구에서는 임신 말기 타이레놀을 복용한 여성의 아이들이 자폐증이나 ADHD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아마도 아세트아미노펜의 대사물질이 태반을 통과하여 아이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추측되고 있다. 따라서 임신 중 진통제를 복용해도 안전한 경우는 어디까지나 임신 중기이며 시기에 따라 진통제를 복용하면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숙지하는 게 좋다.


지금까지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는 게 좋은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진통제를 복용하여도 쉽사리 통증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나 장기간 복용하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계속 약을 먹지 말고 병원이나 약국에 방문하여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암이나 뇌질환 같은 심각한 병의 초기 단계에서 통증이 오는 것을 진통제를 복용하여 넘기다가 병이 심해진 다음에 병원에 가면 발견이 늦어져 치료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안전한 진통제 복용을 위해 항상 전문가와 상담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