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줄 수 없어요 - 구강붕해정
갈아줄 수 없어요 - 구강붕해정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1.04.02 11:34
  • 최종수정 2021.04.02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컨슈머] 약은 최상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제형으로 만들어진다. 정제, 산제, 캡슐제 외에도 서방정이나 OROS정, 구강붕해정 같은 약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루로 만들 수 없는 구강붕해정에 대해 소개한다. 그 이유는 구강붕해정이 처방 나왔을 떄 가루로 만들길 원하는 환자 분들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설명드리기 위함이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약국에서 근무하다보면 종종 알약을 가루로 만들어 달라는 경우가 있다. 또한 약을 까서 가루를 통안에 담아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설명을 해드려도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이 있다.
대표적인 구강붕해정인 하루날D정은 탐스로신염산염 0.2mg을 함유하고 있고 전립선 평활근 수축으로 요도가 좁아져 소변을 보기 힘든 현상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이다. 이 약은 밤에 화장실에 자주 가는 환자 분들을 위해 물 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복용 후에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약이다. 그러나 타액으로 혀 위에서 녹도록 만들어진 이 약은 습기에 매우 약하여 미리 약을 까두면 안 되고 가루약으로 만들 수도 없는 약이다. 
 

구강붕해정(Orally Disintegrating Tablets)은 속붕해정이라고도 하며 물 없이도 입 속의 침으로 빠르게 용해되는 제형으로 정제를 삼키기 힘든 고령자나 수분 섭취에 제한을 받는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약이다. 빠르게 녹는 성질은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약의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Olanzapine(자이프렉사정)라는 약이 있는데 빛에 약하고 분쇄하면 약효과 떨어지는 특성 때문에 산제 조제가 어려웠다. 이후 자이프렉사 자이디스(구강붕해정)가 개발되면서 어린이나 노인들도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이 되었다. 구강붕해정 약은 물 없이 녹여 먹어도 되나 씹어먹어서는 안 되고 물과 함께 삼키는 것은 가능하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구강붕해정 외에도 약국에서 가루약으로 지어드리지 못하는 또다른 제형의 약들이 있다. 
그 중에 한가지 예를 들자면 OROS라는 제형의 약이 있다. OROS(Osmotic controlled-Release Oral delivery System) 제형은 내장의 수분을 이용하여 삼투압을 조절함으로써 약물을 일정한 속도로 방출하는 시스템으로 만든 약이다. 대표적으로 아달라트오로스정이라는 혈압약이 있으며 제형 특성 상 갈거나 쪼개드시면 안 된다. 이 약의 특이한 점은 약효가 든 성분이 제형 내부에 있어 대변으로 약의 껍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이 그 모양대로 몸에서 배출되는 걸 보고 약이 녹지 않고 효과가 없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약 껍질이 대변과 같이 배출될 수 있음을 꼭 알려드린다.

 

지금까지 약 중에는 가루로 만들어 드릴 수 없는 약이 있음을 설명했는데, 약을 받을 때는 약사의 설명을 꼭 잘 듣고 올바르게 약을 복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