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들을 괴롭혔던 흔한 질환은?
조선시대 왕들을 괴롭혔던 흔한 질환은?
  • 최장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1.04.26 10:17
  • 최종수정 2021.04.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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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조선왕조 500년 역사속에서 유명한 세종, 세조, 정조, 효종 등 27명의 왕 중 12명의 공통점은 많은 업적을 이뤘다는 것도 있지만 위대한 성과에 비해 별것 아닌 종기에 고질적으로 시달리거나 그로 인해 운명을 달리했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의술이 집약되어 있는 왕실 궁중에서 종기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보면 일반 백성들은 얼마나 고생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월대보름에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피부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있는 견과류를 깨물어 먹는 풍습까지 있었을 정도니 말이다.

(사진출처) : istockpho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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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의 원인]

종기(furuncle)는 피부의 숨구멍인 모낭에 생긴 염증이 커져서 돌출된 결절형태의 질환을 일컫는다.

마찰이나 습한환경, 순환저하, 세균감염, 비위생적 환경, 당뇨 등 기저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며 초기에 치료되지 않을 경우 붓기와 발적을 동반하며 벌집모양으로 번지는 '봉와직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세균 혹은 곰팡이성 감염이기 때문에 몸 여러군데 전염되어 생길 수 있다.

또한 체내 노폐물들이 기름성분인 피지와 뭉쳐 피하에 주머니를 형성하는 '피지낭종'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고 몸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종기와 같이 부풀어 오르고 통증이 생기며 심하면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출처) : istockpho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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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의 확산]
 
현대에서는 생활상 문제가 된다면 물리적으로 칼집을 내어 완전히 배농한 뒤 환부가 회복될 때까지 항생제와 소염제를 복용한다.

예전에는 소독기술도 발달하지 못해 2차감염의 우려도 컸고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민간요법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작은 종기로 시작했으나 염증이 피부, 관절에 침범하고 발열, 오한을 수반하는 전신 패혈증(Sepsis)으로 확산되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춤추는 양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jmo9229)
(사진출처) : 춤추는 양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jmo9229)

 

지금도 종기가 생기는 것은 시대불문하고 예외가 없다. 일정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는 부위나 피부의 혈액순환이 더딘 둔부, 엉덩이 쪽에 생긴 종기로 치료법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뇨나 고지혈증 같은 혈관질환을 앓는 사람과 침대에 누워지내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 움직임이 제한적인 고령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자가치료법으로는 종기의 결절을 뽑아내는 '고약'과 '발근고'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종기의 치료]

처음에는 종기가 형성된 부위에 연교, 금은화, 목향, 유향 등 천연 한약재로 만들어진 고약을 환부보다 더 넓게 도포하여 붙이고 기다린다.

종기가 부풀어서 터지게 되고 농이 배출되었을 때는 창출, 청피, 황 등이 포함된 발근고를 농이 빠진 한가운데 넣고 고약으로 덮어 하루 1번씩 교체한다.

발근고를 이용해 남아있는 피와 고름을 흡수하여 감염을 차단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가정용 소독약을 같이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새살이 차오를때까지는 기름진 고기류나 음주는 피해야 한다. 상담을 통해 일반의약품인 한약제제 '배농산급탕'을 같이 복용하기도 하며 만일 1주일 이상 경과했는데도 차도가 없다면 외과적인 시술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 istockpho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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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에게나 날 수 있다.

어느 날 뜻밖에 새로 생길수도, 오래전 있었던 종기가 갑자기 부풀수도 있다.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는 고약은 오래전부터 조금씩 개발되고 보완되어 약 100여년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졌고, 그 효과와 명성으로 인해 최첨단 시대인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다.

평소 몸속에 독소와 노폐물이 쌓이는 흡연과 음주를 줄이면서 피부위생을 깨끗히 하고 필요시 초기에 적절히 고약을 사용한다면 조선시대 왕들을 그토록 괴롭혔던 조그마한 종기는 손쉽게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