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에게 왜 자신이 알러지가 있는 약을 알려줘야 할까?
약사에게 왜 자신이 알러지가 있는 약을 알려줘야 할까?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1.05.06 16:25
  • 최종수정 2021.05.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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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약국에 방문하면 약물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약사에게 사전에 말씀해달라는 문구가 벽에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약물 알레르기에 대해 약사에게 말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전문가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그럴 수도 있고 약 이름을 알고 있다면  자신이 그 약을 사지 않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는 약물 교차반응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약물 교차반응이란 기존에 A 약물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B약물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는 증상을 말한다.

이런 약물 교차반응은 의외로 흔하게 나타나며 사전에 약사나 의사에게 본인의 약물 알레르기 반응 이력을 알렸더라면 쉽게 피할 수 있었던 부작용임을 알아두어야 한다.  

 

[페니실린 알러지 교차반응]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원인은 우리 몸에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항하기 위해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는데 외부 인자를 식별하는 항원 물질은 복수의 항원결정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즉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부분을 식별하여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는 특정한 항원결정기를 저장하고 기억하기 때문에 그것이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더라도 특정한 항원결정기를 인식하면 빠르게 대량의 항체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현상을 교차반응이라고 하며 약물 외에 식품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본인이 항생제를 먹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환자의 경우 자신이 먹은 항생제의 종류가 무엇인지 파악하여야 하며 다음번에 항생제 처방을 받을 때 본인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의사와 약사에게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그 이름을 가진 항생제만 피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종류의 약들이 교차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항생제 알러지 중 가장 흔한 것은 페니실린으로 대표되는 베타-락탐계 알러지 반응이다.

페니실린 항생제에 알러지를 보인 환자는 페니실린 뿐만 아니라 세파계, 모노박탐계 항생제에도 알러지 반응을 보이게 된다.
 

출처: https://blog.naver.com/dzfree/220173984518

위 항생제들은 구조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베타-락탐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몸에 T세포는 유사한 구조를 가진 이 약물들에 대해 알레르기 교차반응을 일으킨다.

이 말은 페니실린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환자는 세파클러나 세프라딘 같은 약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록 이 환자가 이전에 세파클러나 세프라딘 약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할 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약을 복용하면 된다.

그러므로 환자는 교차내성을 피하기 위해서 본인이 알레르기를 반응을 보인 항생제에 대해 반드시 사전에 의사나 약사에게 알려야만 한다. 

 

[NSAID 진통제 알러지 교차반응]

그러면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받는 경우가 아니면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 약사에게 말하지 않아도 될까? 

처방전 없이 파는 약 중에서도 교차반응이 일어나는 약이 있다. 대표적으로 NSAIDs 진통제 알러지 교차반응이 있다.

NSAIDs란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의 약자로 부루펜, 나프록센, 클로닉시네이트 등 다양한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진통제 약을 일컫는 말로, NSAIDs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의 소염진통제 약을 쓸 수 없고 심지어 아스피린을 먹을 때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쓸 수 있는 진통제는 타이레놀 뿐이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만약 타이레놀에 대해서도 알러지 반응을 보이면 처방전을 받아서 먹는 진통제 외에 약국에서는 파는 약을 구입하여 먹으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NSAIDs는 감기약, 두통약, 생리통약 등 다양한 약들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약을 구입하기 전에 약사에게 먹어도 안전한 약인지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