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피임약이 무조건 좋은 피임약일까?
순한 피임약이 무조건 좋은 피임약일까?
  • 최장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1.05.17 11:49
  • 최종수정 2021.05.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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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여성 사전피임약은 과거 종류가 한정적이였으나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차츰 갯수가 늘어나 현재는 20여가지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그에 따라 제약회사들도 인터넷, TV, 각종 매체들을 통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경쟁 중이다.

여성 소비자의 심리를 사로잡기 위해 성분 뿐만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나 영상으로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특히 공통적으로 몸에 부담이 없는 저함량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함량이 낮을수록 좋은 제품일것만 같은 생각을 들게 하는데, 그에 수반하는 부작용은 따로 없는지 미리 체크해 보는것이 좋다.
        

[저함량을 내세우는 이유]

피임약에는 '에티닐 에스트라디올'로 표기된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핵심성분으로 들어있는데, 지속적으로 체내농도를 유지하면서 난포의 성장과 배란을 억제하는 원리로 쓰이게 된다.

통상적으로 3주동안 일정시간 복용 뒤 1주 휴약기를 가지는 것을 1사이클로 한다. 이 때, 몸에 필요 이상으로 호르몬이 들어오게 되면 편두통과 가슴통증을 비롯해 메스꺼움, 구역, 구토와 같은 위장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에스트로겐성 부작용이 지속된다면 원하는 피임효능은 지키는 범위 내에서 함량을 조금씩 낮춘 제품으로 바꿔서 복용해 볼 수 있다.

현재 1정당 에티닐 에스트라디올 초저함량 0.015mg 제품부터 0.03mg의 높은 함량 제품까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닷컴
(사진출처) : 픽사베이닷컴

 


                         
[필요에 따른 선택이 중요]
 
하지만 에스트로겐성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초저함량 제품을 복용하는 것도 완벽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중 피임약의 용량이 최대 2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광고나 상품의 디자인만 보고 너무 낮은것을 먹게되면 개인 몸 상태에 따라서 사이클 중간 예기치 못한 '부정출혈'의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생리와 헷갈리기도 하고 불안감이 증폭되며 복약순응도가 떨어지게 된다.

간혹 2~3사이클을 지나게 되면 서서히 몸이 호르몬에 적응하면서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자주 반복된다면 오히려 용량을 올릴 필요가 있다.

또한 다른것보다 피임약 선택기준이 무엇보다 확실한 피임, 확실한 생리 지연을 원하는 것이라면 다소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초저함량은 피하는 것이 좋다.
 
 

[프로게스테론에 의한 부작용]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약에 들어있는 또 한가지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다.

자궁경부의 점액농도를 증가시켜 정자의 운동을 방해해 수정을 억제하는 역할의 프로게스테론 종류에 따라 피임약을 2~4세대로 분류하게 된다.

보통 프로게스테론 활성이 강한 2세대 약은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양이 많은 경우, 생리주기 후반에 부정출혈이 일어나는 경우 복용하게 되는데 부작용으로 탈모, 여드름, 체중증가, 부종 등을 겪을 수 있다.

남성호르몬성 효과가 과하게 발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작용으로 인한 불편함이 심하다면 3세대나 4세대 피임약으로 선택해야 한다. 

(사진출처) : 픽셀스닷컴
(사진출처) : 픽셀스닷컴

 

         

 

 

[혈전 위험성]

마지막으로 체크할 점은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이 가장 약하거나 오히려 항 남성호르몬 효과로 여드름 치료에도 쓰이는 4세대 피임약이 무조건 좋다고도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분명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확실히 피할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은 있지만 반대로 체내 혈액이 응고되는 혈전, 그리고 혈전이 떨어져서 다른 혈관을 막는 색전의 위험성이 대폭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35세 이상이면 고위험군으로 속하기 때문에 혈전생성의 위험도가 낮은 2세대 제품의 복용을 권장한다.

혈전은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같은 생명과 관련있는 질환의 중요한 인자이기 때문이다.

피임약 복용기간 중 이유없이 숨이 차거나 한쪽 다리가 심하게 붓는지 등 몸의 변화를 잘 관찰해야 하고, 큰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뇌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경구피임약은 금기다. 흡연자라면 혈전을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사진출처) : istockphoto.com
(사진출처) : istockphoto.com

 

 

[종합적인 판단의 필요성]

즉, 피임약 선택시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의 복합적인 작용 고려, 혈전위험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택기준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요즘은 피임 뿐만 아니라 생리 연기, 월경통, 생리전 증후군, 여드름 치료 등등 피임약을 먹는 목적이 굉장히 다양하므로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