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보면 병명을 알 수 있다?
항생제를 보면 병명을 알 수 있다?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1.05.20 15:08
  • 최종수정 2021.05.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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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약사가 직업이더라도 처방전에 나온 약만으로 환자의 병명을 유추하는 일은 어렵다.

왜냐하면 약은 쓰임이 한 가지인 약도 있지만 쓰임이 여러 가지인 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뇨약이나 혈압약의 경우에는 당뇨병, 고혈압 같이 한 가지 질병에 주로 쓰이는 약이지만 진통제의 경우에는 감기, 두통, 근육통 등 여러 가지 질병에 쓰이고 위장약 같은 경우에는 위장병 치료를 위해 쓰이는 경우 외에도 다른 약으로 인한 위장 장애를 예방하는 목적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약만 보고 환자의 병명을 바로 알아 차리기는 어렵다. 


항생제 약도 쓰임이 다양한 약에 속한다.

그러나 항생제 약은 종류에 따라 쓰이는 쓰임이 정해져있는 편이라 항생제를 보고 병명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따금 약사에게 '집에 남은 항생제가 있는데 먹어도 돼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항생제의 종류도 정확히 알려야 한다.

왜냐하면 항생제는 종류에 따라 쓰임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간단한 상식으로 알아두어도 좋을 항생제 쓰임에 대해 알아보자. 

 

[피부, 호흡기, 잇몸질환 - 페니실린계 항생제]

항생제는 크게 호기성 균을 죽이는 항생제와 혐기성 균을 죽이는 항생제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호기성 균이란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사는 균을 뜻하고 혐기성 균이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사는 균을 뜻한다.

산소 즉 외부 공기와 맞닿은 인체 부위는 피부, 입 안, 호흡기 등이 있다. 그러므로 피부에 상처가 나서 피가 나거나 치과에서 이를 뽑아서 피가 날 때,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걸렸을 때 병을 일으키는 주요 균을 호기성 균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때 주로 처방이 나오는 항생제는 페니실린계 항생제이다.

페니실린계 항생제에 속하는 약물은 여러 가지 종류이며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지만 페니실린계 항생제임을 기억하고 있으면 어느 용도에 쓸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페니실린계 항생제는 습기에 약해서 집에서 보관하는 경우 유효기간이 길지 않다.

가능하면 처방 나온 약을 끝까지 복용하여 집에 남는 약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고 다른 종류의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두 가지 이상 같이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장염, 방광염 - 퀴놀론계 항생제]

호기성 균을 죽이는 항생제 외에 혐기성 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인체 내부에서 세균 때문에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용도로 쓰인다.

주로 입을 통해 들어간 음식이 문제를 일으키는 장염, 소변에 균이 번식해서 생긴 방광염이나 요로감염 등이 혐기성 균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경우에는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대신 퀴놀론계 항생제를 복용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퀴놀론계 항생제는 내성균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기간만 투여하고 약효가 없으면 다른 약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퀴놀론계 항생제를 편도염이나 부비동염, 중이염에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호흡기 질환이지만 페니실린계 항생제가 효과가 없을 때 혐기성 균에 의한 감염을 의심하여 사용하는 경우이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위장장애나 설사 같은 항생제의 부작용 외에도 신경과민, 불면, 두통, 가려움, 햇빛 알러지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이 더 제한되는 편이다.

또한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사용이 허가되어 있지 않으므로 가정에서 임의로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질염 - 메트로니다졸 항원충제]

항생제는 아니지만 항생제처럼 쓰이는 약이 있다. 바로 말라리아와 같은 원충생물을 죽이는 메트로니다졸 약이다.

이 약은 세균 감염에도 쓰이며 주로 여성의 세균성 질염 치료에 쓰인다.

또한 스피라마이신 항생제와 메트로니다졸 복합제는 구강 감염증이나 치주질환 치료에 쓰인다.

그러므로 메트로니다졸이 들어간 약은 부인과나 치과에서 많이 처방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메트로니다졸이 들어간 항생제의 경우에는 호흡기 질환, 피부 질환 치료에 쓸 수 없어서 집에서 이 약이 남아있더라도 다른 질환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항생제 - 전문가의 지시대로 적절히 사용]

항생제는 과거에 의약분업이 되기 전에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바로 사 먹을 수 있는 약이었기 때문에 만병통치약처럼 가정집에 마이신을 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항생제는 질병에 따라 사용하는 종류가 구분되어야 하며 적절하지 못한 사용은 부작용 발생과 항생제 내성 발생을 일으켜서 이롭지 못하다.

다행히 지금은 처방전에 의해 항생제를 받게 되어 이전처럼 항생제를 오남용 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에 집에 남아있는 항생제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항생제는 나이에 따라 사용하는 종류, 용량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에게 물어본 다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 때 항생제의 종류를 알아둔다면 더욱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