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피임약은 왜 처방전을 받아야 살 수 있을까?
사후피임약은 왜 처방전을 받아야 살 수 있을까?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1.05.31 10:29
  • 최종수정 2021.05.3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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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면서 자기 몸에 대한 선택권이 커지고 원치 않은 임신을 중절시킬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사후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 외국처럼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현재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면 왜 한국은 미국처럼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일까?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여성 건강에 대한 우려]

사후피임약은 응급 피임약이라고도 불리며 사전에 피임을 하지 않은 채로 성관계를 한 뒤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일반 피임약의 10~20배 정도 고농도로 처리한 호르몬 약품을 말한다.

체내 호르몬 농도를 인위적으로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

이 고농도 호르몬은 여성의 생리체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생리 주기 변동, 부정 출혈, 배란 장애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혈전을 다량으로 생성하는 혈액순환계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사후피임약을 구하지 못한 10대 소녀들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피임약을 관계 후 10알 정도 복용하여 임신을 피하려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사후피임약은 매일 복용하는 경구피임약과 다르게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성분은 없고 프로게스테론과 유사한 성분인 레보노게스트렐 성분만 10배 정도 들어있다.

왜냐하면 프로게스테론 성분은 고농도로 복용해도 인체에 발생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지만 일반 여성이 에스트로겐을 고농도로 복용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로게스테론 성분은 무작정 많이 먹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호르몬 약은 다른 성분 약에 비해 체내에 오래 남고 유발하는 부작용도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어지럼증,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도 자주 발생하며 무월경이나 자궁내막 비후증, 정맥색전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후피임약은 1년에 2회 이하로 복용하는 것을 권장하며 한 달에 2회 이상 복용하지 않도록 하고 사후피임약과 경구피임약을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병원에 방문할 경우 이런 복용법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사후피임약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

사후피임약은 관계 후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복용하여야 피임을 기대할 수 있는 약이다.

성교 후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성교 후 24시간 후에 약을 복용할 때 피임 효과는 95%이고 72시간 후에 약을 복용할 때 피임 효과는 58%이다.

그러므로 접근성 때문에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기를 요구하는 여성들이 많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우리나라는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좋고 반드시 산부인과에 가지 않더라도 다른 과에서도 사후피임약 처방은 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 병원은 전문약의 경우 처방 기록이 남기 때문에 사후피임약을 과다복용하지 않도록 환자에게 조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5년 간 사후피임약은 98만 여 건이 처방되었고 처방약의 10% 정도는 10대에게 처방되었다.

현재 전문약으로 분류가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처방전을 받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음을 의미한다.

미국처럼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는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여성의 피임과 중절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루어지면서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과 여성의 건강에 대한 관리 문제를 종합적으로 따져서 가장 나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 번 법을 변경한 뒤 발생하는 문제들은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