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원인’ 과식, 억제 신경세포 찾았다…카이스트 연구 발표
‘비만 원인’ 과식, 억제 신경세포 찾았다…카이스트 연구 발표
  • 박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6.15 16:05
  • 최종수정 2021.06.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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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에서 두 개의 독립적인 과식 억제 시스템 최초 발견

-DH44세포 활성화에 따라 과싱 섭식 행동 방지

-음식물 섭취에 의한 물리적 팽창 신호, ‘피에조’ 채널 통해 알 수 있어

-과도한 섭식으로부터 내장기관 보호하는 기능 수행

[헬스컨슈머] 2017년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비만율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과식을 비롯한 식습관이다.

이처럼 과식이 문제시되는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5일,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연구팀이 뉴욕대학교(NYU) 오양균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충분한 음식을 초파리에서 특이적으로 발견되는 두 개의 독립적인 과식 억제 시스템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뉴욕대학교 오양균 박사가 제1 저자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신경과학 전문 최고 권위 학술지인 ‘뉴런(Neuron)’의 5월 19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동물의 뇌 속에는 미각 신경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어온 영양분 감지 신경세포들이 존재한다. 서성배 교수가 뉴욕대(NYU) 재직 당시 박사후 연구워 노민카 더스 박사와 함께 발표한 2015년 논문에서는 초파리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다우레틱 호르몬(Diuretic Hormone 44, DH44) 펩타이드를 특이적으로 분비하는 신경세포(DH44+ 신경세포)가 체내 당분의 농도를 감지함으로써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선택하도록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발견한 바 있다.

DH44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발표를 한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초파리 체내에 영양분이 많은 상황에서는 DH44 신경세포를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상위 조절 신호를 발견했으며 오양균 박사를 중심으로 이들 억제 신호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먼저 연구팀은 DH44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이 단지 초파리의 음식 선택 행동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양분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동화된 초파리 섭식 행동 측정 장치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영양적 가치가 있는 탄수화물류에 대한 섭식 행동을 증가시킴을 증명했다. 즉 DH44 신경세포의 활성화는 초파리가 식사량을 증가시키며, 배가 부른 상태에서 특이적으로 활성화되는 억제 신호를 통해 DH44 활성화에 의한 과잉 섭식 행동이 방지되는 것이다.

이어 DH44 신경세포에 대한 억제 신호가 초파리 뇌 밖의 주변 장기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말단 장기에서 DH44 억제 신호를 보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파리의 뇌와 연결된 다양한 말단 장기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방식으로 억제 신호의 유래를 추적했으며, 그 결과 초파리의 위에 해당하는 내장 부위와(Crop), 척수에 해당하는 복부 신경중추(ventral nerve cord, VNC) 에서 DH44 억제 신호가 발생함을 확인했다.

DH44 신경세포가 초파리의 위에 해당하는 내장기관에 신경 가지를 뻗어서 음식물 섭취에 의한 해당 기관의 물리적 팽창 신호를 `피에조(Piezo)' 채널을 통해 인지할 수 있었다. 피에조 채널은 특정 세포나 조직에 가해지는 물리적 팽창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로 포유동물의 호흡, 혈압 조절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초파리에게서는 소화기관의 물리적 팽창 감지를 통한 식욕 억제를 유발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피에조 채널이 음식물 섭취에 의한 초파리 위의 물리적 팽창을 감지한 후 DH44 신경세포의 기능을 특이적으로 억제해 추가적인 탄수화물 섭취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과도한 물리적 팽창으로부터 내장기관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짐을 밝혔다.

초파리의 척수에 해당하는 복부 신경중추에 있는 ‘후긴(Hugin)’ 신경세포는 DH44 세포들의 신경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이미 체내 에너지가 높은 상태일 때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추가적 섭식 행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즉, 초파리 내장기관에 가해지는 물리적 압력을 인지해 활성화되는 피에조 채널과 체내에 순환되는 영양분이 많을 때 활성화되는 후긴 신경세포들이 각기 다른 물리적, 화학적 신호를 인지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으로 DH44 세포 활성화를 통해 야기될 수 있는 과식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 카이스트
(사진출처) : 카이스트

서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의 뇌 속에 존재하는 영양분 감지 신경세포의 섭식 유도기능이 상위 신호전달 체계에 의해서 특이적으로 억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라며 “과식에 대한 억제는 독립적으로 인지되는 물리, 화학적 척도를 다각적으로 종합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만큼 동물 생존에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이며, 인간의 식이장애 및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