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건강기행 -4-]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음악
[음악건강기행 -4-]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음악
  • 음악 전문 객원기자 최은혜
  • 기사입력 2021.07.20 12:02
  • 최종수정 2021.07.20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더위, 열사병 및 일사병 유발할 수 있어…심하면 사망까지

-더위 식히는 여름 음악 페스티벌 ‘눈길’…국내 통영·대관령에서도 국제 음악제 열려

-리스트 ‘라 캄파넬라’, 히사이시 조 ‘Summer’ 등 들으며 여름 보내면 어떨까

지구촌이 맹렬한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에서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을 정도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한반도 역시 본격적인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만큼,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시간대의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함과 동시에 체온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청량감을 주는 음악으로 심신의 건강을 지켜나갈 때이다.

 

■ 더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열사병과 일사병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은 열사병과 일사병 등의 온열 질환에 무엇보다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다. 열사병(heat stroke)이란 우리 몸이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시 체온조절중추의 기능이 상실되어 체온이 섭씨 40°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열사병이 발생하면 두통, 어지러움, 구토, 경련, 저혈압, 시력 및 의식장애 등 중추신경계의 이상이 초래되고, 심할 경우 장기 손상이라는 응급상황으로 진행되기에 즉각적인 냉각 치료가 필요하다.

일사병(sun stroke)은 뜨거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어 체온이 37°에서 40°사이로 상승하며 과도하게 땀을 배출하는 탈수와 탈진 상태를 뜻한다.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도 표현되는 일사병은 지속되면 열사병으로 발전,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 한여름에 개최되는 음악 축제 : 여름에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즐거움

1. 해외의 음악 페스티벌

낮의 뜨거웠던 열기가 어느 정도 식고 쾌적한 바람이 부는 여름 저녁, 야외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통해 더위를 잠시 잊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매년 7~8월에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클래식 음악 축제는 전 세계 음악 애호가를 불러들이는 신명나는 페스티벌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스위스의 루체른과 베르비에 페스티벌, 독일의 바이로이트 축제, 영국의 BBC Proms 페스티벌 등 연주자와 청중들이 서로 음악으로 교감하며 하나 된다. 이러한 오감만족의 이벤트는 여름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문화적 즐거움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의 보덴 호수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축제인 ‘브레겐츠 (Bregenz) 페스티벌’ 은 수상 무대(floating stage) 장치의 시각적 즐거움까지 선사하며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어스름한 황혼이 깔리는 해 질 무렵, 광활한 호수와 하늘이 시시각각 연출하는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보면서 라이브로 듣는 음악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되기도 할 것이다. 작년 여름에는 covid-19로 세계적인 음악 축제들이 개최되지 못했지만, 올해는 대부분 7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 예전처럼 음악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브레겐즈 페스티벌,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 @bregenzerfestspiele.com
브레겐즈 페스티벌,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 @bregenzerfestspiele.com

 


2.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

한국에도 봄에 개최되는 통영 국제 음악제, 여름의 평창 대관령 음악제, 대관령 겨울 음악제가 휴양지 음악 페스티벌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7월 28일~ 8월 7일, 평창 대관령 국제 음악제(예술감독 피아니스트 손열음)가 열린다. 해발 800미터의 대관령과 ‘살아있다’라는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담아 올해 음악제는 '산'을 주제로 살 (Flesh), 끝은 어디? 별(Star), 등정(Everlast), 재생(Revive), 바람(Wishes), 거울(Mirror), 바위(Rock)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국내외의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보다 자세한 일정과 정보는 평창 대관령음악제(mpyc.kr)를 참고하면 된다.

@평창대관령음악제 공식 포스터
@평창대관령음악제 공식 포스터

매년 드넓은 올림픽공원의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파크콘서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음악회로, 올 8월에는 조성진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찾아온다. 벌써부터 많은 음악 팬들이 기다리는 파크콘서트는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싶다.

@크레디아 공식 인스타그램
@크레디아 공식 인스타그램

하지만 여러 정황상 음악 축제를 갈 수 없는 사람이 많기에,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음악을 몇 곡 소개하고자 한다. 

 

 

■ 무더위를 식혀 줄 시원한 음악 추천: Cooling Effect Music

1.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종’을 의미하는 ‘라 캄파넬라’는 프란츠 리스트(1811~1886)가 작곡한 6곡의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 중 3번째 곡으로,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의 3악장 ‘종의 론도’를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것이다. 

피아노가 음을 짧게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staccato) 주법으로 멀리서, 또 가까이서 끊임없이 들리는 맑고 영롱한 종소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라 캄파넬라’.

특히 피아노의 고음부가 빚어내는 청량하고도 눈부신 음색은  마치 깊은 숲속이나 사원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연상시키며 심신의 냉각 효과(cooling effect)를 가져다 준다.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쉬시킨이 연주하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는 투명할 정도로 맑은 종소리를 부드럽게 연결하여 잔향과 여운이 남는 연주를 들려준다.

드미트리 쉬시킨은 8월 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도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와 <라 캄파넬라>를 들려줄 예정이다.

@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2.쇼팽 에튀드 Op.25-11, 겨울바람

피아노 연주 테크닉 향상을 위한 단순한 연습곡 이상의 아름다운 예술성을 가진 쇼팽의 에튀드(Etude 연습곡). 1833년에 출판된 쇼팽의 에튀드는 작품 번호 10번과 25번의 각 12곡, 쇼팽의 사후 출판된 유작 3곡을 합쳐 모두 27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작품 번호 25번의 11번째 곡인 <겨울바람>은 콩쿠르나 입시의 단골 과제곡일뿐만 아니라 곡이 가진 드라마틱한 분위기로 피아노 리사이틀에서도 자주 연주된다.

처음엔 Lento(느리게)로 폭풍 전야처럼 장엄하고 무겁게 시작한다. 이후 pp(피아니시모: 아주 여리게) 와 rit(리타르단도: 점점 느리게)로 속도를 늦추고 잠시 숨을 고른다. 이윽고 반전처럼 갑자기 Allegro con brio(씩씩하고 활기차고 빠르게) 로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겨울바람. 4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연주 시간의 쇼팽의 <겨울바람> 연주가 끝날 때면, 무더위를 몰아내는 혹독하고 매서운 동장군의 위력을 느낄지도 모른다.

피아니스트 김세훈의 연주는 특히 겨울바람이 불기 직전의 장중하고 정적인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영상 33초) 모든 것을 얼려버릴 기세로 달려드는 겨울바람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명쾌하고도 섬세하게 살려내고 있다. 

 

3.조지 거쉰 <랩소디 인 블루>

유럽 클래식 음악에 미국의 재즈 감성을 접목시킨 <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는 1920년대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악이다. 조지 거쉰(George Gershwin 1898~1937)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지휘자인 폴 화이트먼의 의뢰를 받아 피아노와 관혁악을 위한 작품 <랩소디 인 블루>를 작곡하였고, 이 곡의 대성공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자리매김했다. 

피아노 협주곡처럼 3악장 형식을 갖춘 균형감에, 독주악기가 아닌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교향곡 재즈'의 시초가 된 <랩소디 인 블루>는 1984년 LA 올림픽의 개막식에서도 사용될 정도로 가장 미국적인 음악으로 꼽힌다.

2020년 가을,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의 피아노 협연으로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 연주를 들어보자. 

클라리넷이 뿜어내는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도입부는 시원한 블루 톤의 조명이 있는 재즈바로 청중을 단숨에 데려간다. 금관악기의 매끄럽고도 시원한 음색, 경쾌하면서도 흥이 느껴지는 재즈풍의 피아노 카덴차, 바이올린과 튜바의 우수에 젖은 멜로디 등 <랩소디 인 블루>는 열대야를 잠시나마 잊게 해 줄 음악으로 손색이 없다. 

한편 <랩소디 인 블루>가 1924년 초연되고, 다음 해에 미국 문학의 가장 대표적인 소설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발표된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2013년에 개봉된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데이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집착하는 성공한 사업가 개츠비가 자신이 주최한 파티에서 ‘I'm Gatsby’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절묘하게 흐르는 <랩소디 인 블루>의 선율. 미국의 경제 대공황 이전, 금주법과 밀주가 성행했던 1920년대 미국 재즈의 황금시대를 펼쳐 보인다. 

또한 우디 알런 감독의 1979년 영화인 <맨하탄> 오프닝에서도 <랩소디 인 블루>의 선율 위로 다채롭게 변화하는 뉴욕의 풍경이 나온다.

 

4. 조지 거쉰 <피아노 협주곡 F장조>

빙상을 질주하는 동계 올림픽의 꽃인 피겨 스케이팅의 음악 역시 무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프리 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 선율에 맞춰 무결점의 연기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1악장의 찰스턴 리듬, 2악장의 시적인 블루스, 3악장의 맥박이 뛰듯 역동적인 래그타임(ragtime) 등 전 악장에 걸쳐 재즈의 영향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찜통더위에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날,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에 맞춰 빙상을 빠른 속도로 가로지르는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영상을 본다면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5. 히사이시 조’의 Summer 
    
1999년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메인 테마곡인 ‘summer’는 청량하고 산뜻한 여름 감성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오랜 파트너이자,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음악 작곡가인 히사이시 조.

그가 연주하는 summer의 피아노 선율을 들으면, 여름날 밖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정감 어린 추억과 순수한 동심이 살아난다.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틀어놓고 선풍기 앞에서 수박을 먹고, 나른하게 낮잠도 청하며 90년대의 행복했던 감성을 떠올려 보는 것도 꽤 괜찮은 피서법이지 않을까 싶다.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가 7월 24일에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8월에는 부산과 대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음악의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는 필름 콘서트 영상은 유튜브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코로나 바이러스와 온열 질환이 극심한 여름,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으며 무더위를 식히는 건 어떨까? 7월 23일부터 시작될 세계 유명 음악 축제가 오르페오 TV채널에서 생중계되고, 2021년 18회 쇼팽 국제 콩쿠르 예선전은 현재 실시간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제공되니, 2015년의 우승자인 조성진의 뒤를 누가 이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듯하다. 

다음 주 2018년의 폭염을 능가할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한반도에 열대야와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열사병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 안전 수칙들을 준수하면서 듣는 순간 상쾌함과 청량감을 선사하는 음악을 들으며 2021년 여름도 모두 건강하게 보내길 바란다.

 

-다음 회에는 제대로 여름휴가를 떠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물과 바다가 있는 곳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곡들, ‘음악으로 떠나는 휴가’로 찾아뵙겠습니다. 소개한 음악에 대한 영상은 제 블로그(blog.naver.com/pnmozart)에서 바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