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무 약이나 먹어선 예방 안 돼…올바른 약 복용 습관은?
치매, 아무 약이나 먹어선 예방 안 돼…올바른 약 복용 습관은?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1.08.05 14:24
  • 최종수정 2021.08.0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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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불면증, 우울증 등에 사용되는 항콜린제 약물은 인지기능 저하 위험 높일 수도

-약과 술 함께 복용할 시 부작용 더 커져…약물 효능 증가시켜 인지 장애 유발 가능성

-치매, 조기 진단이 중요하고 진단 즉시 약을 복용하여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

[헬스컨슈머]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인구 고령화 현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가장 급속히 증가한 질환이 치매다. 우리 나라 고령 인구 중 10%가 치매일 정도인데, 질환 특성상 환자를 계속 돌봐야 하는 엄청난 인력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크게 이슈가 되고 있다.

모든 사람은 단순히 오래만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바로 치매다. 치매는 초기에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 장애로 시작해 나중에는 사회활동과 일상생활도 혼자 해내기 힘들어질 정도로 심해질 수 있다. 결국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치매는 완치가 없는 비가역적 만성 질환이지만 조기에 치료할 경우 병의 진행을 크게 늦출 수 있고 사회 생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6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치매를 예방하는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항콜린제 약을 피하라]

알레르기, 불면증, 과민성 방광, 우울증 등 상당히 폭넓은 질환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항콜린제(anticholinergic agent)가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콜린제는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로, 심박동 저하와 혈압강하, 방광 근육 수축, 호흡근 수축 등 부교감신경이 하는 일을 억제한다. 따라서 심장병, 우울증, 알레르기, 요실금, 불면증, 통증, 소화기 질환,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고혈압, 파킨슨병, 멀미 등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물들과 심장질환 병력, 우울증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항콜린제를 최소한 한 가지 이상 복용한 노인은 복용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경도 인지장애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항콜린제 노출 정도가 높을수록 이러한 위험은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심지어 치매 위험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항콜린제를 복용하는 노인은 치매 위험 변이 유전자가 없으면서 항콜린제를 복용하지 않는 노인보다 경도 인지장애 위험이 2.5배 높았다. 
그러므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인의 경우 항콜린제 복용을 가급적 피할 필요가 있다. 약을 구입하기 전 약사에게 항콜린제가 포함된 약을 그렇지 않은 약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부 항콜린제는 갑자기 끊으면 부작용이 나타나는 만큼 다른 약으로 바꾸려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약과 술을 같이 먹지 말라]

항콜린제 약물은 술과 함께 먹었을 때 그 부작용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알러지 약, 구토억제제 약, 혈압약, 항정신성 약물 등 대부분의 약은 술과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뇌에 작용하는 약물의 효능을 증가시켜 인지 장애를 유발한다. 특히 혈압약은 매일 먹어야하는 약이니 만큼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금주가 필수적이다. 

혈압약 중 항콜린작용이 있는 약물은 자율신경 차단 기능이 있는 아테놀올이나 인데놀 등의 약이 대표적이다. 또한 수면유도제 혹은 수면제 약도 술과 함께 먹는 경우 경도 인지장애 위험이 커지므로 졸음이 오는 성분의 약과 술을 같이 먹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뇌 영양제를 복용하라]

노인들이 뇌영양제 혹은 치매예방약으로 알고 처방을 받아오는 약이 있다. 바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글리아타민 약이다. 이 약은 100개가 넘는 제약회사에서 다른 이름으로 처방이 나오며 2019년 기준 3500억원 규모로 판매된 블록버스터급 약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약은 뇌장벽을 통과하여 콜린과 글리세로포스페이트로 분해되며, 콜린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합성하는 원료로 이용되고 글리세롤포스페이트는 포스포리피드로 대사되어 신경세포막을 보호한다.

치매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고 진단 즉시 치매약을 복용하여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의 치료방법이다. 따라서 이미 경도 인지장애가 발생한 환자라면 치료를 늦추지 말고 약을 일찍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광고와 다르게 단독으로 복용하였을 때는 큰 효과가 없으므로 도네페질과 같은 콜린 분해효소 활성을 억제하는 약과 같이 복용해야 비로소 인지장애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건망증 때문에 고민이라면 서둘러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