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건강기행 -6-] 숙면을 유도하는 음악 
[음악건강기행 -6-] 숙면을 유도하는 음악 
  • 음악 전문 객원기자 최은혜
  • 기사입력 2021.09.06 14:23
  • 최종수정 2021.09.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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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가 건강에 미치는 대표적인 영향은? ‘기억력 및 면역력 저하’

-최근 각광받는 수면과학 활용 슬리포노믹스 사업

-불면증 치료에 좋은 막스 리히터, 윤한, 바흐의 곡

[헬스컨슈머] 우리는 수명의 1/3을 잠을 자는 데에 쓴다. 그만큼 질 높은 수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숙면은 단순한 휴식의 개념을 넘어 학습과 업무 등의 생산적이고 경제적인 활동과도 연관이 있다. 수면과 관련한 비즈니스 산업 역시 각광받을 정도다.

국내의 수면장애 환자는 64만 명에 이른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숫자로 보는 침대와 숙면’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OECD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2분에 비해 31분이 부족한 7시간 51분이다. 건강한 식습관 못지않게 편안한 숙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다.

세계수면학회는 2008년부터 매년 3월 춘분이 있는 주의 금요일을 'world sleep day 수면의 날' 로 기념하고 있다.  2021년 3월 19일, ‘수면의 날 2021’ 에서는 ‘규칙적인 수면, 건강한 미래’를 모토로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www.sleephealthfoundation.org.au
World Sleep Day (lnk.to)
출처: www.sleephealthfoundation.org.au

 

■ 수면장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수면장애(sleep disturbance)는 불면증, 기면증 (충분한 수면을 취함에도 낮에 과다하게 졸리는 증상), 수면 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수면장애의 원인으로는 주로 우울증, 스트레스, 불안 장애, 코골이, 고칼로리 식단과 야식,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면장애는 기억력과 집중력의 저하, 면역력 약화와 심혈관질환 발병위험의 증가를 가져온다. 또한 식욕을 증가시키는 코티솔 호르몬의 증가와 식욕을 억제하는 랩틴 호르몬의 감소로 비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만성적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체내에서 1차 방어작용을 하는 NK세포와 후천 면역을 담당하는 CD4+ T세포의 수를 감소시켜 면역 기능의 약화와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 수면과학을 활용한 슬리포노믹스 사업

건강한 수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Sleep(잠)과 Economics(경제)를 합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개개인의 수면 습관을 분석한 맞춤형 매트리스와 침구 체험존, 숙면을 도와주는 loT조명과 리클라이닝 소파, 차와 아로마테라피, ASMR 같은 수면 배경음악 등의 ‘질 좋은 잠’을 위한 제품과 컨텐츠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CGV영화관에서는 세계 최초로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TEMPUR) 와 템퍼시네마를 운영하며 리클라이닝 침대에서 편하게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출처) : CGV
(사진출처) : CGV

 

■ 숙면을 돕는 음악 : 수면과 음악의 상관관계

수면을 돕는 음악은 감정과 수면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키고, 이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대시킨다.

가사가 없고 느린 박자의 잔잔한 음악은 낮 동안 쌓였던 심신의 긴장을 해소하고 이완을 유도한다. 특히 심장 박동과 비슷한 속도의 템포와 규칙성을 가진 멜로디가 반복되는 음악이 수면을 유도하는 음악으로 적합하다.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개인의 면역력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아래에 소개하는 숙면을 유도하는 음악들을 훌륭한 수면 보조 도구로 활용하여 질 높은 수면의 시간을 늘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 수면 사이클에 맞춘 막스 리히터의 <sleep> 앨범

2015년, 독일출신의 현대 음악가인 막스 리히터(Max Richter)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숙면을 위한 <sleep 슬립> 음반을 출시했다. 인간의 수면 사이클인 8시간 24분에 맞춰 작곡된 <sleep> 은 막스 리히터가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먼과 함께 협업한 ‘건강과 음악 콜라보’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My personal lullaby for a frenetic world. 
A manifesto for a slower pace of existence”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사는 현대인들을 위한 자장가,
보다 느린 존재의 속도를 위한 선언문 - Max Richter 

@maxrichtermusic.com
@maxrichtermusic.com

막스 리히터는 <슬립> 음반 출시와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8시간 24분의 라이브 슬립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5년 로스엔젤레스의 그랜드 파크 야외에서 진행된 <슬립> 콘서트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었다. 야외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잠을 청하며 ‘수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으로 남을 ‘live sleep concert’는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또한 스웨덴의 가구 제조 회사인 이케아IKEA는 201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 라이브로 막스 리히터의 ‘슬립’ 음악을 들으면서 자사의 침대와 매트리스, 침구 등의 제품들을 청중이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IKEA SLEEP CONCERT  @dandad.org
IKEA SLEEP CONCERT  @dandad.org

 

2. 피아니스트 윤한의 ‘수면 과학 프로젝트’

2021년 7월, 피아니스트 윤한은 ‘수면 과학 프로젝트 Sleeping Science Project’의 일환으로 수면음악 10곡이 담긴 <The Sleep>을 발표했다.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아내를 위해 지난 3년간 수면장애와 음악에 관한 연구에 매진, 뇌과학과 신경정신학의 이론적 근거에 바탕하여 편안한 숙면을 위한 수면용 음악을 설계했다.

수면진입에서 숙면단계에 이르기까지 수면상태에서 나타나는 신체의 여러 변화-호흡, 심장 박동수, 뇌파 진동수-를 고려하여 곡의 형식과 구조, 박자와 조성까지 숙면에 효과적인 음악으로 구성한 <the sleep> 앨범. 타이틀곡인 ‘힙노시스(hypnosis 최면상태)’ 외에도 ‘슬리핑 사이언스 (수면과학)’, ‘델타 웨이브 슬럼버 (delta wave slumber 델타파 수면기), ‘솜누스(somnus 잠의 신)’ 등 제목부터 수면과 직결된 음악에 기대어 숙면을 취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윤한의<The Sleep> 에 수록된 음악들은 현재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 (IBR)의 승인을 받아, 인하대 수면센터에서 수면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음악치료 차원에서 처방될 예정이라고 한다. (vibe.naver.com/album/6316521)

@vi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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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작곡

클래식 음악사에서 바흐가 작곡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Goldberg variations BWV 988 > 은 ‘수면과 음악’ 이라는 키워드로 무척 유명한 곡이다. 18세기 독일의 드레스덴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저링크 백작은 바흐가 머물던 라이프치히로 출장을 올 때마다 불면증으로 괴로운 밤을 보냈었다.

카이저링크 백작이 자신의 전속 클라이버(clavier, 피아노의 전신인 건반악기) 연주가인 골드베르크가 수면을 촉진하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도록, 바흐에게 작곡을 의뢰하면서 탄생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건반음악의 집대성’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 32곡으로 이루어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름답고 장중한 ‘Aria’를 맨 앞에 제시하고, 이어 30개의 변주를 펼쳐낸 다음 마지막에 다시 주제를 등장시키는 수미상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줄리엣 비노쉬와 랄프 파인즈 주연의 <잉글리쉬 페이션트 English Patient>와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양들의 침묵> 영화의 주요 장면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이 Aria선율은 바흐가 1725년 그의 아내를 위해 작곡한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클라비어 곡집> 2권 속 사라방드(우아하고 느린 스페인춤) 풍의 주제에서 가져왔다.

또한 30개의 변주는 3의 배수를 이루는 카논 형식, 16번 변주곡을 중심으로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뉘는 등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되었으며, 바흐의 균형 잡힌 절제미와 자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카이저링크 백작은 이 음악으로 수면촉진의 효과를 보았고, 바흐는 거액의 작곡료를 받았다고 한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명연주로는 글렌 굴드와 로잘린 투렉의 피아노 음반과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의 하프시코드 연주를 추천한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심신을 릴랙스하는 효능이 있는 라벤더 향기를 맡으며 윤한의 ‘슬리핑 사이어언스’의 앨범 중 ‘Lavender’s calming’ 또는 막스 리히터의 ‘sleep’ 음악,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숙면을 위한 보조 도구로 활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