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살 예방의 날’, 대한민국의 성적표는?…OECD 자살률 1위·치료는 꼴찌
‘세계 자살 예방의 날’, 대한민국의 성적표는?…OECD 자살률 1위·치료는 꼴찌
  • 박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9.10 16:59
  • 최종수정 2021.09.1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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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국내 자살자 수 1만 3,799명…65세 이상 장년층 가장 높아

-그러나 치료율은 ‘꼴찌’…세계서 유일하게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 시행

-대한신경과학회 “한국은 우울증 환자들의 지옥, 또 우울증 치료에 있어 비정신과 의사들의 지옥”

■ 경제 선진국? 속은 문드러진 ‘우울증’ 대한민국

[헬스컨슈머]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여러 지자체에서 각종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여전히 OECD 국가 1위를 차지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 3,799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26.9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이는 전년 대비 129명 증가한 수치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특히 이러한 양상은 30~40대,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70대의 경우 10만명당 46.2명이며, 80대 이상일 경우 67.4명까지 숫자가 뛴다. 또한 65세 이상 장년층을 기준으로 할 때 남성의 자살률은 76.7명이다. 여성 자살률인 24.0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자살의 원인은 정신건강문제가 34.7%로 가장 많으며, 경제생활문제도 26.7%의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 뒤로 육체적 질병 문제(18.8%), 가정문제(8.0%), 직장이나 업무 문제(4.5%) 등도 주요 자살의 원인이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사회적 고립감은 물론 생계의 어려움을 겪으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실태조사 등에 의하면 2018년 2.34점이었던 사회적 우울감은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2020년 5.7점으로 무려 2배나 늘어났다.

 

■ 한국, 세계 유일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 국가…북한에도 없는 법

우리나라와 외국이 유독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이다. 2002년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비정신과 의사가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처방을 할 때는 60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규제가 있다.

이러한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만이 유일하다. 인권 문제로 지적당하는 북한이나 중국, 르완다 등의 국가에도 이런 규제는 없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의사가 환자에게 SSRI 항우울제를 제한없이 처방할 수 있다.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우울감을 호소하지만, 처방 규제로 인해 제대로 치료도 시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마는 셈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나 주변에 정신건강의학과가 없는 시골 마을의 노인들은 접근성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70대 이상 고령층 사이에서 자살률이 더 높은 것도 이러한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수잔 오코너 OECD 자문관도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일본의 가네모토 정신과 의사 역시 “위험한 삼환계 항우울제는 제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SSRI 처방을 제한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대한신경과학회 역시 오늘(10일) 보도자료를 통해 SSRI 처방 제한 규제의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학회 홍승봉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간호사도 SSRI 항우울제를 처방하는데 한국 의사들은 국가의 규제로 인해 처방할 수 없다”며 “한국은 우울증 환자들의 지옥이며, 또 우울증 치료에 있어 비정신과 의사들의 지옥”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출처) : 뉴스1
(사진출처)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