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다가 눈뜰 때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수시로 재발하는 질환, 재발성 각막미란증
칼럼) 자다가 눈뜰 때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수시로 재발하는 질환, 재발성 각막미란증
  • 정재림 원장(강남아이준안과)
  • 기사입력 2021.10.18 11:51
  • 최종수정 2021.10.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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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자다가 눈뜰 때 눈이 찢어지는 듯하게 극심한 통증이 수시로 재발하는 난치성 질환이 있다.

오죽 재발을 잘하면 진단명 앞에 ‘재발성’이란 단어가 붙어 있다. 바로 ‘재발성 각막미란증’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극심한 안구 통증, 언제 다시 찾아올 지 모르는 불안감, 아침마다 눈 뜨는 것이 악몽인 질환인 ‘재발성 각막미란증’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영어로는 ‘Recurrent corneal erosion syndrome’이라고 불리며 ‘재발성 각막진무름’, ‘반복 각막미란’, ‘반복 각막진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란(靡爛)’의 의학사전에서의 정의는 ‘피부, 점막의 표피가 벗겨져 박리되는 것’이라 되어 있고, 일반 국어사전에서의 정의는 ‘썩어 문드러짐’으로 되어있다.

재발성 각막미란증의 세극등 현미경 검사 소견, 각막상피가 벗겨져 문드러진 상태가 관찰된다.
재발성 각막미란증의 세극등 현미경 검사 소견, 각막상피가 벗겨져 문드러진 상태가 관찰된다.

 

심한 재발성 각막미란증의 경우 각막상피가 문드러진 채로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사진1) 국어사전의 정의가 더 잘 이 질환을 표현해주는 것 같다.

좌측 : 각막의 수직단면 조직학적 구조로 5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음. 우측 : 전자현미경 사진을 통해 관찰되는 바닥막 부착복합체의 모식도
좌측 : 각막의 수직단면 조직학적 구조로 5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음. 우측 : 전자현미경 사진을 통해 관찰되는 바닥막 부착복합체의 모식도

각막은 5개의 세포층으로 구성되어 있다(사진2). 가장 바깥층인 상피세포, 보우만막, 기질세포, 데스메막, 내피세포 이렇게 5개의 층이다. 상피세포는 5~15개의 세포층으로 구성되어 외부세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기질세포는 가장 두꺼운 층으로 투명한 각막의 뼈대역할을 한다.

 

내피세포는 각막으로부터 수분을 빼내 투명도를 유지하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수분이 누적되어 부종이 일어나 각막이 혼탁해지며, 심해지면 수포성 각막병증이 생겨서 시력이 떨어지고, 심해지면 통증때문에 결국에는 각막이식이 필요하게 된다.

상피세포와 기질세포 사이에는 보우만막이 있으며 상피세포의 바닥막과 보우만막을 결합해주는 상피바닥막 부착복합체가 존재하여 상피세포를 보우만막에 강하게 결합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바로 이 부착복합체의 손상이 발생하게 되어 각막상피가 상피바닥막에 결합이 약해진 상태에서 낮에는 눈을 계속 깜박이기 때문에 상관없으나, 밤에는 눈을 감고 있으면 눈꺼풀과 각막상피가 약하게 달라붙게 된 상태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눈을 뜨면 바닥막 부착복합체가 강하게 결합된 부위는 상관이 없지만 약하게 결합된 부위가 떨어지면서 상피세포가 들고 일어나서 벗겨지게 되는 질환이다.

우리 신체에서 단위 면적당 신경세포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바로 각막이다.

그만큼 민감한 조직인데 상피가 벗겨지면 그 극심한 통증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게다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너덜너덜해진 상피세포가 움직이면서 통증이 극심해져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눈을 뜨지도 못한 상태로 한참 있어야 겨우 눈을 뜨게 되거나, 응급실을 방문하여 치료용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만 회복하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불시에 발생하게 되니 일상생활에 지장을 엄청나게 주며, 따라서 환자들은 항상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것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재발성 각막미란증의 원인]

 

그럼 재발성 각막미란증의 원인을 알아보자.

 

가장 흔한 원인은 외상(45~64%)이다.

이는 후천적으로 주로 단안에 발생하며 아기 손톱, 나뭇가지 등에 찔렸다가 일차적으로는 회복을 하지만 이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상피바닥막 부착복합체가 단단하게 재생되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눈을 뜰 때 각막이 확 벗겨지게 되면서 발생한다.

 

두번째로 흔한 원인은 선천적 유전성 질환인 각막상피바닥막 이상증으로 19~24%의 빈도로 발생하며 이는 주로 양안에서 발생하게 된다. 기타 드문 후천적 원인으로는 수포성 각막병증, 당뇨, 안구건조증 등이 있으며, 선천적 원인으로는 여러 각막이상증(과립, 격자, 라이스-뷔클러, 반점, 미스만) 등이 있다. 

 

[각막미란증의 증상]

증상은 이물감, 통증, 눈물흘림, 눈부심, 시력저하 등이 있으며, 미란의 위치, 범위,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통증 지속시간은 수분~수일 지속된다. 재발빈도는 수일부터 수년에 한번 정도로 발생하지만 예측 불가하여 항상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각막미란증 치료]

치료에는 비수술적 보존치료와 수술적인 치료로 나뉘어진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5% 식염수 제제인 뮤로128 안약 및 연고, 듀라티얼즈, 리포직, 솔코린 연고, 인공눈물, 항생제 안약, 항생제 연고, 자가혈청 안약, 치료용 콘택트렌즈 착용 등이 있다.

하지만 손상된 바닥막 부착복합체는 한번 손상되면 보존적 치료로는 재생되기 어려워서 치료성공률이 3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즉 보존적 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질환의 진단명 앞에 재발성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 원인도 많은 의사들이 이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보존적 치료만 해와서 그런 것 같다.

 

따라서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상된 바닥막 부착복합체를 수술적인 방법으로 제거하고 다시 새로 재생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수술적인 치료에는 전부 각막기질천자 (anterior stromal puncture), 손상된 상피제거(debridement), 표층 각막절제 & Diamond Burr Polishing, YAG레이져 epithelioplasty, 광치료각막절제술(phototherapeutic keratectomy, PTK), Alcohol delamination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모두 기본 개념은 손상된 복합체를 제거하고 다시 재생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하지만 수술적인 치료방법도 치료성공률이 60~80% 정도로 보존적인 치료보다는 낫지만 이 또한 재발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본 저자가 고안한 광치료각막절제술 및 전부각막기질천자의 병합시술과 술후에 치료용렌즈, 자가혈청안약, 안구건조증 치료 등의 철저한 술후 관리를 하는 경우 치료성공률이 85%에 달한다.

 

재발성각막미란증은 하나의 치료법으로 완치라는 것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합치료와 적절한 술후 관리를 통해 85% 정도에서는 완치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존재하며 이미 수많은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작년에 Korean Journal of Ophthalmology에 본 치료법에 대한 임상결과가 출간되었다.

따라서 아침에 눈뜰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불시에 찾아오는 지긋지긋한 재발성 각막미란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