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 날 특집 ③] “나를 그냥 무시해주세요”…일상 속 장애, 투렛 증후군
[정신건강의 날 특집 ③] “나를 그냥 무시해주세요”…일상 속 장애, 투렛 증후군
  • 박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10.26 17:37
  • 최종수정 2021.10.27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틱 장애, 평균 7세 전후에 증상 나타나…환자 10%는 자연치유 어려워

-“회사 직원, 시끄러워서 짜증이 나려고 해” 게시글 비판받은 이유

-올해 4월, 복시 및 강박장애 등과 법적 장애로 인정 받아

-편집자 주-

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다. 이를 맞이해 각 지자체 등에서는 10월 한달간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리 신문 역시 가스라이팅-ADHD-틱 장애 등 총 세 개의 정신건강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신건강 상식을 전달하고자 한다.

[헬스컨슈머] 2014년 방영했던 SBS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작품 속에는 박수광(이광수 분)이라는 틱 장애 환자가 나온다. 이 인물에게는 소원이 있는데, 바로 좋아하는 사람과 스킨십을 할 때 틱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분위기가 잡힌다 싶으면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자꾸만 얼굴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를 보며 누군가 놀라자 홈메이트이자 주치의인 조동민(성동일 분)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투렛 증후군이야. 1분만 참으면 돼.”

특징적인 점은, 다른 사람들도 박수광의 틱 증상을 유난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여자친구 오소녀(이성경 분)는 박수광이 본인과 함께 있을 때 틱 증상을 보이자 말없이 귀에 헤드셋을 끼워준다. ‘무시’의 탈을 쓴 이 따뜻한 ‘배려’ 덕분에 박수광은 점차 틱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틱 장애, 2018년 기준 환자 수 1만8000명 넘어…증상·원인은?

틱(tic)이란, 갑자기 반복적으로 일정하게 몸짓을 하거나 소리를 내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러한 증상은 긴장 또는 스트레스가 고조되거나 게임, TV 시청과 같이 반쯤 집중한 상황에서 흥분할 경우 두드러지며, 반대로 편한 상태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 증상의 정도가 완화된다.

틱 증상은 크게 운동 틱 증상과 음성 틱 증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운동 틱 증상이란 사소하게는 눈을 깜빡이는 수준에서부터 시작해 고개를 흔들거나, 배 근육에 갑자기 힘을 주거나, 어깨를 들썩거리는 등 몸 근육을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음성 틱이란 반복적으로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킁킁’거리는 것, 심한 경우 반복적으로 욕설을 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 두 개를 모두 경험하는 것을 복합 틱이라고 하는데, 흔히 알려진 ‘투렛 증후군(Tourette’s Disorder)’이 바로 이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틱 장애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1만8024명이다. 이 중 소아·청소년의 비율이 무려 77%에 달하는데, 틱 장애가 평균 7세 전후로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 중 70%는 성인기가 되면 틱 증상이 없어지며, 나머지 20%도 상당히 완화된다. 다만 10%는 여전히 틱 증상을 보인다.

틱 장애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스트레스 및 긴장과 크게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혼란스러운 환경에 놓여있는 아동일수록 발병률은 더욱 높아진다. 반드시 근육을 풀어주면 안 되는 외과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그 불쾌한 마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몸을 움직이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누군가에게는 ‘짜증’, 누군가에게는 ‘유튜브 아이템’

틱 장애가 대중 매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다. 휴먼 다큐멘터리 등에서 소개된 환자들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틱 장애란 ‘고치라고 타박해서는 안 되는 질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틱 장애를 보는 시선은 좀처럼 따뜻하지 못하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회사에 틱 장애로 보이는 분이 있는데 자제해달라고 말해도 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본문에서 글쓴이는 “제목 그대로 회사에 틱장애인가 싶은 분이 있다. 그 직원 분이 연속으로 계속 코를 킁킁거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일하느라 집중해야 하는데, 좁은 사무실에서 너무 신경이 쓰인다. 신경 쓰이다 못해서 짜증이 나려고 한다”며 “그분에게 코 킁킁거리는 거 자제해달라고 말해도 되는 건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에 자신을 틱 장애 아동의 부모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고민하시는 분이 어떤 마음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5~6년을 치료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내 아이가 미래에 겪을 일이기도 하기에 마음이 무너진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네티즌 역시 “의사가 말하길, 틱 장애를 지적하는 것은 눈이 안 좋아 안경 낀 아이에게 왜 눈이 안 좋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더라”며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지난 2020년에는 한 유튜버가 거짓으로 투렛 증후군 행세를 하며 수익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유튜버는 틱 장애를 연기하면서 젓가락으로 방울토마토를 옮기거나 통조림의 완두콩을 옮기는 등의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사실이 밝혀진 후 콘텐츠를 보며 그를 응원하던 많은 네티즌이 분노했다. 그의 도전을 통해 용기를 내던 ‘진짜’ 투렛 증후군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기댈 곳 없던 틱 장애, 2021년 돼서야 장애 질환 인정돼

틱 장애는 의학적으로 명백한 장애지만, 오랫동안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2015년 7월, 양평군에서는 한 투렛 증후군 환자가 학업 및 사회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 행정기관에 장애인 등록 신청을 했다가 거절을 당한 일이 있었다. 바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투렛 증후군이 포함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이 환자는 양평군을 상대로 장애인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했다. 2019년, 결과는 승리였다.

대법원은 “특정 장애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조항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도 그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인 복지법상 장애인이 분명하고 단순한 행정입법 미비가 있을 뿐이라 보는 경우, 행정청은 장애인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며 “이 경우 행정청은 시행령 조항 중 해당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 유형에 관한 규정을 찾아 유추적용함으로써 최대한 모법 취지와 평등원칙에 부합하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올해 4월에는 투렛 증후군이 정식으로 장애인정 질환으로 추가됐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발표하며 복시, 기면증, 강박장애 등과 함께 투렛 증후군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건은 진단 척도 30점 이상, 2년 이상 지속적인 치료가 인정 기준이다.

오랫동안 정체되어있던 행정법안이 조금씩 바뀌면서, 투렛 증후군 환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사회에 발을 딛는 이들의 옆을 함께하는 것이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동민처럼, 오소녀처럼,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정신건강의 날 특집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