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으로 읽는 건강 ①] 조선 임금들 단명했는데…영조가 장수한 이유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읽는 건강 ①] 조선 임금들 단명했는데…영조가 장수한 이유는?
  • 박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11.09 17:52
  • 최종수정 2021.11.09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 임금, 살인적인 스케줄·식사 과다로 당뇨 앓아

-평소 채소 반찬으로 단출하게 식사하던 영조, 82세까지 장수

-WHO가 인정한 일본 오키나와 장수 마을의 비결은?

■ 조선 임금 평균 수명, 고작 47세인데…영조는 달랐다

[헬스컨슈머]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을 보거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드는 의문이 있다. 바로 임금들이 단명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47세에 불과했다.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야참까지, 매일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임금의 배변까지 관찰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던 어의(주치의)까지 있었는데, 이들은 왜 이렇게 일찍 죽었던 것일까? 현대의 전문가들은 단명의 원인 중 하나로 ‘영양 과다’를 꼽는다.

사실 조선의 임금은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식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5시에 기상한 후 왕실에 아침 문안을 올리고 7시부터 공부를 해야 했다. 이후 각종 보고를 받고 신료 접견을 했으며, 궁궐 내 숙직자를 확인하는 것도 임금의 일이었다. 늦은 밤에는 상소문을 읽거나 독서를 했는데, 이렇게 마치고 나면 오후 11시였다고 한다. 식사가 큰 낙일 수밖에 없었다.

(사진출처) : MBC 드라마 '대장금'
(사진출처) : MBC 드라마 '대장금'

 

우리가 잘 아는 ‘고기 덕후’ 4대 세종대왕도 소갈증(당뇨)으로 인해 임기 말년에는 아들 문종에게 대리청정을 시켰으며, 이후 54세에 각종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7대 세조는 조카 단종을 죽인 후 정신질환과 불면증에 시달리다 52세에 사망했으며, 9대 성종은 폐결핵과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1대 중종은 노환으로 사망했는데, 이마저도 나이는 57세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영조는 82세까지 장수했으며, 재위 기간도 약 51년에 달한다. 그 비결은 바로 ‘소식(小食)’이다. 영조는 김치나 시금치 등 서너 가지의 채소 반찬으로 단출하게 식사했으며, 평소 술 대신 생강차를 자주 마셨다고 한다.

영조실록 71권, 영조 26년(1750년) 2월 10일의 기록을 보면 이렇게 말했다고 나와있다.

“내가 일생토록 얇은 옷과 거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자전께서는 늘 염려를 하셨고, 영빈(寧嬪)도 매양 경계하기를, ‘자봉(自奉)이 너무 박하니 늙으면 반드시 병이 생길 것이라’고 하였지만, 나는 지금도 병이 없으니 옷과 먹는 것이 후하지 않았던 보람이다. 모든 사람의 근력은 순전히 잘 입고 잘 먹는 데서 소모되는 것이다. 듣자니, 사대부 집에서는 초피(貂皮)의 이불과 이름도 모를 반찬이 많다고 한다. 사치가 어찌 이토록 심하게 되었는가?”

(사진출처) : 영화 '사도'
(사진출처) : 영화 '사도' 스틸컷

 


■ 소식 효과, 이미 여러 번 입증…최근엔 ‘단식’도 주목

소식을 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2017년 8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의학연구소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국제 공동 연구팀이 생쥐를 대상으로 저칼로리 식단에 관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저칼로리로 섭취한 생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생체시계가 더 젊게 나왔다.

일본 오키나와 북단에 있는 오오기미 마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세계적인 장수촌이다. 이곳에서는 거동이 조금 느릴지언정 심하게 아프거나, 비만인 노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주민들에게는 철칙이 있는데, 바로 ‘허리띠를 풀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라는 것이다. 식단 역시 채식 위주다. 고구마, 현미, 메밀, 쑥차, 곤약, 미역, 다시마, 김, 톳, 여주 등이다.

수년에 걸쳐 오키나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팀의 장수 전문가 댄 뷰트너는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 중 유전자는 10~20%를 차지한다. 나머지 80~90%는 생활양식이다. 장수 노인의 생활양식을 찾아보면 비결을 알 수 있다”며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단식도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라, 항상 음식물을 소화하느라 바쁘던 내장을 잠시간 쉬도록 하고 몸의 독소를 빼기 위함이다. 무리하게 하면 오히려 없던 병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8시간 일반식을 하고 16시간 단식하는 것이 좋다.

KBS1 '생로병사의 비밀'
KBS1 '생로병사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