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자, 흡연·음주 확률 높고 운동·수면 시간은 짧다…‘건강에 악영향’
장시간 근로자, 흡연·음주 확률 높고 운동·수면 시간은 짧다…‘건강에 악영향’
  • 박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12.08 16:32
  • 최종수정 2021.12.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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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 연구팀, 근로 시간과 생활습관 상관관계 분석

-주 40시간·52시간 근로자 차이 뚜렷…근로 시간 길수록 흡연·음주 확률 높아져

-연구팀 “우리나라 근로 시간, OECD 3위…장시간 근로는 삶의 유해요인” 지적

[헬스컨슈머] 근로 시간이 길수록 생활 습관이 나빠지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교신저자)와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이동욱 교수(제1저자) 연구팀이 2011~2014년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활용해 근로자 6,937명을 대상으로 주 평균 근로 시간과 건강 관련 생활습관 위험요인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평균 근로 시간이 증가할수록 나쁜 생활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선형적 연관성 분석법을 이용해 근로시간과 생활습관 위험요인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에 실렸다. 제일 먼저 특징적인 것은 흡연으로, 주 평균 근로 시간이 증가할수록 흡연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같은 흡연자라도 근로 시간이 길수록 흡연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음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근로 시간이 길수록 음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음주량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근로시간이 길수록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비율이 줄었으며, 수면시간 역시 감소했다. 연구팀은 연간 단위로 반복측정된 패널 자료를 이용해 시간불변 변수를 통제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

주 40시간 근로자와 52시간 초과 근로자의 생활습관도 비교 분석했다.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의 흡연 가능성은 40시간 근로자보다 21% 높았으며, 흡연자 중 흡연량 역시 6.7% 더 많았다. 고위험 음주 가능성 역시 12% 높았으며, 음주량은 9.1% 더 많았다.

그러나 운동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았다. 규칙적인 운동을 할 가능성은 40시간 근로자에 비해 2% 낮았으며,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2.8% 더 짧았다. 과로로 쌓인 스트레스를 숙면이나 규칙적인 운동이 아닌 흡연과 음주 등으로 해소하는 경향이 짙은 것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장시간 근로가 뇌심혈관 질환과 연관성이 있다는 역학적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또한 장시간 근로가 스트레스인자로 작용해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과 혈압 상승 등의 기전을 통해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 역시 제시돼왔다.

연구팀은 “장시간 근로가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근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결과 역시 일관적이지 않았으나, 이번 연구에서 장시간 근로가 근로자의 흡연과 음주, 운동, 수면에 미치는 악영향을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제시했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강모열 교수는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장시간 근로는 단순히 개인이 근로할 시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등 삶의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요인으로 우리 사회가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질병 심의 시 개인 생활습관이 나쁠 경우, 질병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며 “그런 생활습관도 사실 근무 조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