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전문성 활용·일반의약품 품목 수 확대 두고 ‘갑론을박’
약사 전문성 활용·일반의약품 품목 수 확대 두고 ‘갑론을박’
  • 헬스컨슈머 특별취재단
  • 기사입력 2022.01.24 13:03
  • 최종수정 2022.01.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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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의약품 활성화 위한 ‘품목 수 확대’ 두고 갑론을박

- 우리나라 약사, 전문성 활용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얘기해보겠다” 보건복지부 측 의견에…권영희 약사회장 “‘시작하자’고 확실히 제안드리는 것”

[헬스컨슈머] 지난 21일 국민 보건 증진을 위한 일반의약품의 합리적 규제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K-바이오헬스포럼 제6차가 개최됐다.

이날 본격토론에는 양대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행정사무관,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과장, 이소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 당선인 겸 서울시의회 의원, 김병주 참약사그룹 대표 겸 대한약사회 약국의원, 조민정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총괄팀장, 이동한 대한약국학회 약업경영위원회부위원장, 정재훈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참여했다.

앞서 발제에서는 일반의약품의 활성화를 위한 인허가 제도 개선방향과 별도의 담당 부서 개설 등이 논의됐다. 미국과 일본 등에는 별도의 일반의약품 및 셀프메디케이션(자가치료) 부서가 신설되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다. 건강보험 절감을 위해서는 해당 부서 신설이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반의약품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며 소비자가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만 하더라도 5000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부작용에 대한 집계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상당히 큰 문제로 여겨진다.

아울러 유독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만 과도한 광고 규제도 시장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강기능식품 광고의 경우 ‘안전성’, ‘면역’,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의 문구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일반의약품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일반의약품 매출을 감소시킴으로써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사진촬영) : 헬스컨슈머 특별취재단
(사진촬영) : 헬스컨슈머 특별취재단

 

 

■ 일반의약품 활성화 위한 ‘품목 수 확대’ 두고 갑론을박

이어진 토론에서 먼저 서문을 연 것은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행정과 과장이었다. 문 과장은 “2010년 기준 일반의약품의 생산실적은 2조5300억 원인데 비해 전문의약품은 11조 원가량이다. 심지어 2020년에는 전문의약품 실적이 17조 원으로 뛰었다”며 “저는 이 통계를 보면서 오히려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품목 수 확대보다는 품질 좋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이에 이소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은 “실제 약국에 들어가는 제품을 보면 2020년 기준 일반의약품이 54.5%고 전문의약품이 45.5%다”라며 “약국에서는 여전히 일반의약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동한 부위원장이 ‘안전상비의약품’ 명칭을 지적했던 것을 언급하며 “편의점 의약품 판매는 ‘상비’라는 개념으로 출발을 했던 거다. 집에 있어야 하는 약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편의점을 찾는 것”이라며 “편의점을 찾는 것은 심야나 공휴일로, 국민 대부분이 평일에는 당연히 약국에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반의약품 부분에서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특별한 위법 개념 없이 약을 본인이 먹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공급 경로에 일부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저희도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약의 공급 경로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약사들이 적극 이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몇 월 며칠에 어떤 약이 무슨 경로를 거쳐서 어느 센터에 들어갔는지 약국에서 조회가 가능한데, 약사들이 워낙 바빠 다들 조회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사진촬영) : 헬스컨슈머 특별취재단
(사진촬영) : 헬스컨슈머 특별취재단

 

 

■ 우리나라 약사, 전문성 활용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 당선인이 반론을 제기했다. 권 회장은 “일반의약품 사각지대가 많다고 한 점은 굉장히 공감”이라면서도 “우리 약사들의 역할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라며 의약품 공급 신고 조회가 약사들의 전문성이 활용될 분야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미국을 예시로 들며 미국의 경우 안전성이 확보된 전문의약품은 정기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약사들과 논의해본 것에 의하면, 우리나라처럼 환자와 상담할 수 있는 능력의 가진 의사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그 약사를 활용해서 식약처나 보건복지부가 지역주민건강관리를 진행한다면 보험비도 절감되고 국민 건강도 증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해 품목 수 확대보다는 품질 좋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는 문은희 과장의 의견에도 “절대 반대”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권 회장은 “약국에서 취급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며 “보험 제정 역시 일반의약품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증 환자들이 반드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전문의약품을 복용하면서 낭비되는 것”이라며 일반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말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오늘부터 기구를 만들어서 시작할 것을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전했다.

김병주 대표 역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커지고 일반의약품 허가 장벽은 높아지면서 약국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 국가의료비가 절감되기를 하는 바람”이라고 현직 약사의 어려움을 드러냈으며, 정은주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도 마찬가지로 “해외 직구를 통해 스테로이드 주사 및 항 정신성 의약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데,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가 아닌 전문가를 대상으로 강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정부 부처가) 다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촬영) : 헬스컨슈머 특별취재단
(사진촬영) : 헬스컨슈머 특별취재단

 

 

■ “얘기해보겠다” 보건복지부 측 의견에…권영희 약사회장 “‘시작하자’고 확실히 제안드리는 것”

양대형 보건복지부 행정사무관은 우선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명칭에 관해 “전문가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붙은 용어”라며 “당장 바꾸기 어려운 점을 이해하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또한 안전성이 겸비된 공공심야약국을 언급하며 “작년에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예산이 통과돼서 올해부터 설치되지 않은 시군구를 대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역시 약사 전문성을 활용해 투약·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제가 얘기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권영희 회장이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일부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양대형 사무관은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이 부분은 과장님과 국장님께 언급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영희 회장은 “‘고려해보겠다’ 이런 말은 안 하겠다는 말과 같다. ‘시작하자’고 저는 제안을 드리는 거다”고 확실한 뜻을 전달했다.

끝으로 정은주 박사는 “해당 주제에 관해 재차 포럼을 열 것을 약속드린다”며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전제를 놓고 행정당국과 업계가 상설하는 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빨리 추진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