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소독제, 과다 사용 시 폐 질환 유발…가습기 살균제와 성분 동일
코로나19 소독제, 과다 사용 시 폐 질환 유발…가습기 살균제와 성분 동일
  • 박서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3.03 12:02
  • 최종수정 2022.03.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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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의대 박은정 교수팀, 살균소독제 성분 ‘엠화벤질코늄’ 연구 결과 공개

-염화벤질코늄에 노출된 실험쥐, 폐 조직에서 만성 염증성 병변 확인돼

-박 교수 “소독제 쓸 때는 분무가 아닌 천에 묻혀 닦는 방식을 써야”

[헬스컨슈머] 코로나19 이후 소독제 사용량이 늘어난 가운데, 여기에 쓰이는 염화벤잘코늄이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1일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독성학과 응용약물학(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온라인판에 살균소독제 성분인 엠화벤잘코늄에 관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염화벤잘코늄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당시 원인으로 꼽혔던 물질로, 현재도 소독제와 항균 티슈 등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노출 시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폐 조직에 손상까지 입힌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먼저 연구팀은 실험용 암컷 쥐를 대상으로 14일간 이틀 간격을 두고 0.005%와 0.01%의 염화벤잘코늄을 5회 노출했다. 이때는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28일동안 0.01%, 0.001%, 0.005%의 염화벤잘코늄을 암컷과 수컷 쥐에 주 1회씩 총 4회 노출한 뒤 폐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최고 농도인 0.01%로 노출된 쥐의 폐 조직에서 만성 염증성 병변이 확인됐다. 아울러 폐 세포 면역체계가 일부 손상되는가하면, 일부 수컷 쥐에서는 백혈구 세포 수가 뚜렷하게 줄어들었다.

박 교수는 ”보통 세포가 망가지면 면역 세포가 손상 부위로 몰려 치유를 돕는다“며 ”그러나 염화벤잘코늄은 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손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만성 폐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염화벤잘코늄은 토양에 대한 결합력이 강해 스프레이로 뿌려질 경우 표면 토양에 달라붙거나 먼지와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닌다. 이때 기관지를 통해 체내에 유입돼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전염증 반응에서 항염증 반응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 폐 조직 손상이 오래 가는 것도 큰 단점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일상에서) 염화벤잘코늄의 농도를 0.5mg 수준으로 해야하며, 소독제를 쓸 때는 분무가 아닌 천에 묻혀 닦는 방식을 써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환경부는 소독제를 이용할 시 마른 천으로 닦아내 소독제 잔여물을 제거하고 충분한 환기를 해야한다는 세부적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