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실비보험…가입하는 게 유리할까?
깐깐해진 실비보험…가입하는 게 유리할까?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2.04.05 15:24
  • 최종수정 2022.04.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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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보험의 종류

-백내장·도수치료 실손보험 심사 까다로워진다

-공공재에 대한 시민의식의 성숙 필요

[헬스컨슈머] 우리는 현대 의학의 혜택으로 그 어느 때보다 아프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 갈 일도 많아지면서 경제적인 부담 역시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잘 정립되어있는 우리나라도 실비보험 가입자가 3500만 명에 이를 정도다.

여기서 실비보험이란, 병원에서 지출한 병원비에서 일부(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 돌려주는 보험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비보험사의 손실액이 갈수록 늘어나고 과잉진료로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진다고 판단되면서 당국과 업계가 실비보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급 기준 강화를 논의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기존 실비보험 가입자는 높아진 보험료 때문에 해지를 고민하고 신규 가입자는 낮아진 혜택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과연 현재 개편된 실비보험 제도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한 것인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실비보험의 종류

실비보험은 판매 시기를 기준으로 1세대부터 현재 4세대 제품까지 나누어 판매되었다.

1세기는 2009년 10월 이전에 판매된 상품으로, 자기부담금 없이 상해와 질병 입·통원 치료비를 보장해주던 상품이다. 2세대 실비보험 상품은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것으로, 표준화 실비보험으로 자기부담금 제도가 도입되었으며 본인이 낸 치료비의 10~20% 정도 되는 자기부담금을 빼고 나머지 금액은 돌려주는 상품이다.

3세대 실비보험 상품은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신(新)실비보험으로 자기부담금이 20~30%까지 인상되었고 비급여 주사약,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치료를 특약으로 분리했다. 마지막으로 4세대 실비보험은 2021년 7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자기부담금은 20~30%로 동일하며, 비급여 치료 전체가 특약으로 분리하고 자동차 보험처럼 할증과 할인 제도가 도입되었다.

실비보험은 2013년부터 갱신 주기가 1년 단위로 바뀌었고, 5년마다 새로 보험을 갱신하는 가입자는 5년 치 인상률을 합쳐 적용받게 된다. 때문에 한꺼번에 적용받게 되는 일부 구(舊)실비보험 가입자는 인상률이 많게는 50%에 육박한다.
 
보험 업계는 자기부담률이 낮는 구실비(1세대)와 표준화 실비(2세대)의 손해율이 너무 높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1~3세대 실비보험 가입자가 4세대 실비보험으로 전환할 경우 2022년 1년 동안 보험료를 50% 할인해주겠다는 혜택을 제시했다. 4세대 실비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하고 습관성 유산, 불임, 여드름 치료 등 급여 보장 질환이 확대되며 직전 1년 간 비급여 보험료가 얼마나 지급되었느냐에 따라 보험료의 할인 및 할증이 개선되어 적게 이용하는 분들이 혜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리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실비보험이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다는 이점 때문에 병원 이용률이 높은 고령층은 여전히 구실비보험 제품을 선호하게 된 것이며, 보험료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입자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백내장·도수치료 실손보험 심사 까다로워진다

실비보험사에서 고객들에게 애시당초 설명했던 내용과 달리 해마다 보험료를 올릴 수 밖에 없게 된 건,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로 보험료의 누수가 크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실비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에서는 손해율이 높아 실비보험 상품을 판매할수록 손해가 커지다보니 실비보험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신규 가입자에게 가입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가입을 거절하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가입자들에게도 보험료를 인상하여 병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이용료까지 떠맡게 하는 피해를 끼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보험료 인상이나 신규 가입자 제한만으로 실비보험 상품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비급여 치료에 대한 심사를 까다롭게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백내장 수술에 지급된 실비보험금은 2016년 779억 원에서 2020년 6280억 원으로 4년 새 8배 넘게 증가한데다 2021년에는 1조 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보험 업계는 과잉진료를 의심, 앞으로 녹내장 수술은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 백내장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또 과잉지급 논란이 많았던 도수 치료도 이용 횟수가 20회를 넘어가는 경우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만 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공공재에 대한 시민의식의 성숙 필요

물론 이런 제도적인 변화가 기존에 실비보험을 이용하던 이용자 혹은 신규 가입자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여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에 대한 과잉진료로 선한 피해자들이 생겨나거나 실손보험 자체가 사라져서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없는 일을 생겨난다면 모두에게 더 큰 손해가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도 현재 감소하는 출산율과 길어지는 수명으로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3년째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 환자들의 치료비가 건강보험비로 지출된 만큼 적자 폭이 더욱 커졌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좋은 제도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개인의 이기심을 버리고 공공재를 아껴서 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것이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