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감기약이 사라졌다
약국에 감기약이 사라졌다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2.05.27 17:53
  • 최종수정 2022.05.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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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을 걷던 호흡기 약, 예상 밖의 부활

-수입약의 품귀 현상 심각

-이번 가을에 오미크론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한다면?

[헬스컨슈머] 2022년 5월에 접어들어 코로나 확진자 수도 줄어들고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선 느낌이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폭증했던 지난 3~4월 동안 약국들은 의약품 품귀 현상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타이레놀’, ‘테라플루’, ‘스트렙실’ 등 호흡기 계통 의약품 품귀 현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 이상으로 폭증하던 지난 3월부터 상비약을 챙겨두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서 약국마다 감기약 코너가 텅텅 비었었다. 뿐만 아니라 조제용 타이레놀, 조제용 기침 시럽 등도 대부분 품절되는 모습을 보였었다.

코로나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은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같은 제품을 추천받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대부분 수입약이라 유통물량을 늘리기 어렵고, 국내 제약사들이 생산하는 감기약도 증설이 어려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내리막길을 걷던 호흡기 약, 예상 밖의 부활

호흡기 질환 약의 품귀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이같은 수요 급증이 예상 밖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모임 금지로 개인 위생이 강화되면서 코로나 뿐만 아니라 다른 전염병 질환의 발생률도 많이 감소했던 상태였다. 그 때문에 2019년~2021년 사이 감기약의 판매 부진은 이어졌고 회사들도 적자를 입었다.

예를 들어 짜먹는 감기약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 대원제약은 감기약의 판매 부진을 해결하고자 호흡기 의약품의 비중을 줄이고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킨 이후였다.

이랬던 호흡기 의약품이 반전 실적을 내기 시작한 건 올해 3월에 들어서다. 오미크론에 걸리더라도 재택치료가 기본이 되면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바로 구입 가능한 일반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호흡기 의약품의 판매 부진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바꿨던 제약사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요를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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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국내 제약회사들은 구공장 라인은 24시간 100%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대원제약(콜대원) 동화약품(판콜), 동아제약(챔프), 보령제약(용각산) 등 여러 회사들이 시장 수요의 절반도 못 미치는 생산으로 여러 약국에서 품절 사태가 일어났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 등에서는 ‘약국 10곳을 돌아도 약을 구할 수가 없다’, ‘감기약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글들이 잇따르곤 했다.

그렇다고 당장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생산 라인을 증설하려면 약 5~6개월 정도가 걸린다. 수요가 그때까지 계속 될지도 미지수다. 품절 대란이 일어난 3월 이후 5월에 접어들자 벌써 수요가 거품처럼 가라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판매 호조는 오미크론이 불러온 반짝 특수에 가깝다”라며 수요가 다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가운데 증설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수입약의 품귀 현상은 더 심각

테라플루, 스트렙실 등 수입 의약품의 품귀 현상은 더 심각하다. 글로벌 제약사 GSK의 테라플루는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일동제약이 들여와 판매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국내에서 직접 테라플루를 생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고 전했다. 타이레놀도 얀센이 지난해 국내 생산공장을 철수하면서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생산기지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물량 증대를 요구하지고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다 인후염 스프레이 중 하나인 베타인 인후스프레이를 판매하는 광동제약 관계자는 “베타인 인후스프레이의 판매 급증으로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양을 늘리려고 했지만 기존 선진국에서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출량을 제한하여 수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즉 해외 생산 의약품의 경우에는 직접 생산에 관여할 수 없는 점과 더불어 자국 우선 정책 때문에 수입국의 우선순위는 밀릴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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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가을에 오미크론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한다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만큼 확진자들의 항체 효과 및 백신 접종자의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올해 가을 즈음에 다시 한번 이번과 같은 확진자 폭증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감기약 재고가 확 줄어든 올해 가을은 이번 봄보다 더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 이후 유통 과정이 수월하지 않아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여러 가지 약들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혈압약, 당뇨약, 위장약, 항생제 등 외국 약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더욱 품귀 제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의약품은 국민들에게 있어 필수 자원인 만큼 약품이 부족해지지 않게 정부에서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협력을 요청하거나 국내 제약사들이 실적 부진 때문에 의약품 생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정책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병에 걸렸을 때 약이 없어서 제때 치료받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세워놔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