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비아그라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까?
여성용 비아그라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까?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2.06.03 12:58
  • 최종수정 2022.06.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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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비아그라 ‘바이리시(Vyleesi)’ 국내 상륙

-주성분 브레멜로노타이드, 욕구 등과 관련된 경로 활성화

-먹는 약 ‘애디’는 언제쯤?

[헬스컨슈머] 여성의 성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은 보수적인 우리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얼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국내 첫 여성용 비아그라 출시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신약인 만큼 약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값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여성용 비아그라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리는 그동안 꾸준히 신장되어 왔지만, 성생활에 있어서는 아직도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다분하기에 여성들이 얼마나 여성용 비아그라를 찾을지 의문점으로 남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남성용 비아그라와 그 복제품 약은 1999년 이후 매년 4~5%씩 성장해 올해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고, 성에 대한 금기를 깨뜨리는 약이 시장의 선택을 받는다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제약시장 분석업체인 글로벌데이터는 여성용 비아그라 약의 전 세계 매출이 2025년 기준으로 1억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 바이리시(Vyleesi) 국내 상륙

광동제약에서는 현재 2022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미국에서 허가받은 여성용 비아그라 제품의 국내 임상 3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임상은 성욕저하장애가 있는 폐경 전 여성들을 대상으로 서울대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 등 12개 의료기관에서 진행하고 이후 국내 허가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광동제약에서 출시 예정인 제품의 이름은 ‘바이리시’이며 미국 팰러틴 테크놀로지스사가 개발한 여성 성욕저하장애 치료용 신약물질인 ‘브레멜라노타이드(bremelanotide)’ 성분이 들어간 주사약이다. 일회용 펜 형태로 만들어진 자가 투여 피하주사제로 성교를 갖기 45분 전 스스로 자신의 대퇴부에 주사를 놓으면 된다.

성욕저하장애는 국내 기혼여성 가운데 48.9%가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불감증이나 성교통으로 성생활 자체를 기피하는 여성들에게 딱히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리시는 상대방과 갈등이나 의학적 원인이 없는데도 성적 욕구가 떨어지는 저활동성 성욕장애(HSDD) 치료제이며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지만 구입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HSDD 진단을 받은 폐경기 전 여성 126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 바이리시를 투약한 환자 중 약 25%가 성욕평가점수가 1.2점 이상 증가했다.

바이리시의 주성분인 브레멜로노타이드는 성 기능에 관련된 중추신경계 멜라노코르틴 수용체에 작용해 성적 반응, 욕구 등과 관련된 경로를 활성화한다. 24시간 이내에 1회 이상 투여하면 안 되고 한 달에 8회 이상 투여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혈압이 상승하거나 홍조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약으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에게는 추천되지 않는다.

(사진출처) : 바이리시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 : 바이리시 공식 홈페이지

 

 

■ 먹는 약 ‘애디’는 언제쯤?

바이리시는 두번째로 FDA에서 허가받은 여성용 비아그라 약이며 첫번째로 허가받은 여성용 비아그라는 2015년 미국 스프라우트사에서 개발한 애디이다. 애디의 성분은 플리반세린(Flibanserin)이며 먹는 약이기 때문에 주사제보다 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애디의 단점은 성교 30분 전 한 알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남성용 비아그라와는 달리 두 달 이상 자기 전에 한 알씩 매일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애디는 처음에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가 본래 치료 목적 외의 여성들의 성기능과 성욕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이면서 여성용 비아그라로 개발되었다. 제약사에서는 비아그라가 남성의 음경에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여성용 비아그라도 여성의 음핵 조직을 이완시켜 그 부위 혈관이 팽창되기를 희망하며 임상시험은 진행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다.

그러나 에디는 말초적인 음핵이 아니라 중추로 시선을 돌려 성관계 시에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기전으로 접근하여 여성 비아그라 제품의 효과를 인정받았다. 충동 자극 호르몬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늘리고 성욕을 감소시키는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하여 성 기능을 개선한다.

남성용과 여성용 약의 효과가 차이를 보이듯 여성의 성기능장애 치료는 남성의 치료와는 확연히 다르다. 여성은 신체적인 문제보다 자녀와의 갈등이나 경제난 등 가정 스트레스가 누적되거나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 등 다양한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서 성욕저하를 호소하게 된다.

남성의 성기능은 음경 발기가 되면 시작 가능한 말초적 개념이지만 여성은 마음과 뇌가 움직여야 시작되는 중추성의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여성은 속효성으로 제대로 된 성생활을 누리기 어렵고 약물 치료도 남성처럼 1회성이 아니라 누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꾸준히 복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 치료와 함께 부부가 동시에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성관계의 시간이 너무 짧거나 여성의 의견이 피력되지 않는 관계에는 여성에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

여성의 성생활이 입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터부시되는 사회에서 여성용 비아그라는 사회적 편견을 누그러뜨리는 장치로 작용하여 여성들을 해방시켜 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