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유산의 위험이 높아지는 비타민D 결핍
[목요칼럼]유산의 위험이 높아지는 비타민D 결핍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2.06.16 11:02
  • 최종수정 2022.06.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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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와 유산

[헬스컨슈머] 새 생명이 생긴다는 건 그 무엇과도 비교 못할 큰 기쁨이자 온 가족의 축복이다. 하지만 유산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힘든 과정이며, 유산을 경험한 임산부라면 또 다시 유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스트레스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통계에 따르면 임산부 중 15~20% 정도가 유산을 경험한다. 실제로는 유산 여부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존재해, 대략 3분의 1이상이 임신 초기에 유산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산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유전적 이상, 내분비계 이상, 면역학적 이상, 고령 임신, 노산, 스트레스, 각종 호르몬 이상 등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여성은 유산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지난달 (5월 27일) 영국 버밍엄 대학교의 토미 국립 유산 연구 센터(Tommy's National Center for Miscarriage Research) 연구팀은 비타민D 수치와 유산 또는 반복 유산(습관성 유산)의 위험 사이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음을 세계 불임생식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임신과 불임(Fertility and Sterility)》에 발표하였다.

연구 결과 비타민D 결핍(20ng/ml 미만) 여성은 비타민 D가 정상인(30ng/ml 이상) 여성보다 유산 위험이 2배 높았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비타민D 수치는 15.5ng/ml인 결핍 수준이다. 게다가 비타민D 수치가 정상인(30~100ng/ml) 국민은 전체 3%도 안 된다.

비타민D 수치만 정상을 유지한다면 국내 유산 발생을 반으로 줄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미 7년 전 2015년 7월에도 덴마크 협동 의료 연구팀은 임신 초기의 유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임산부의 비타민D 혈중 수치를 적어도 20ng/ml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하였다.

2018년 9월 세계적인 학술지인 《랜싯 당뇨병과 내분비학(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저널에 미국 국립 보건원(NIH) 연구팀이 임신 전 충분한 비타민D 수치(30ng/ml 이상)는 태아의 생존율을 높이고 유산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의 경우 임신 전 비타민D 수치가 10ng/mL 증가할 때마다 유산 위험이 1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5월에는 충분한 비타민D 보충이 반복유산(습관성유산)의 잠재적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중국 선양의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분자의학보고서(Molecular Medicine Reports)》에 발표하였다.

 

비타민D가 유산을 예방하는 기전은 다음과 같다;

1. 면역 균형 촉진
임신 중에 산모의 면역 체계는 태아를 거부하는 것을 방지하고 감염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비타민D는 조절 T세포를 자극하여 면역 균형을 촉진한다. 그리고 비타민D는 특정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고 임신 중 및 신생아의 감염률을 전반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2. 신진대사 건강 증진
임신은 대사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여 비만, 당뇨병 및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같은 대사 장애를 발생시켜 종종 불임을 유발시킨다. 또한 임신 중 인슐린 저항성은 임신성 당뇨병, 전자간증 및 고혈압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비타민D 결핍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및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이 있는 여성의 경우 비타민D를 보충하면 인슐린 감수성과 중성지방 및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대사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 비타민D는 대사 건강을 촉진하여 건강한 임신을 지원하고 합병증의 위험을 줄인다.

3. 태아 발달 지원
비타민D는 태아 발달과 임신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임신 시에는 자체적으로 비타민D 수송 및 처리 시스템이 갖춰진다. 첫째, 비타민D는 뼈와 다른 많은 조직의 발달에 필수적인 칼슘 흡수와 대사를 돕는다. 둘째, 비타민D는 임신의 많은 주요 과정을 조절한다. 임신 초기 착상을 위해 자궁내막(자궁의 가장 안쪽 세포 내벽)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정확한 세포 분열을 촉진하고 hCG, 에스트라디올,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임신 호르몬의 생산을 조절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안타깝게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며 여성들의 초산 나이도 올라가는 추세이다. 문제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는 부부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제2의 난임으로 불리는 반복유산(습관성유산) 역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타민D를 충분히 보충만 하더라도 유산율을 획기적으로(50%)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비타민D 수치(15.5ng/ml)를 건강 수치(40~60ng/ml)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매일 비타민D 4000IU 이상 복용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일일 4000IU는 국내 및 미국 등 세계 모든 나라 정부의 보수적인 보건 정책에서도 허용하는 복용량이다. 비타민D 독성은 걱정할 필요도 없는 용량이다. 이미 일일 1만IU까지 복용해도 인체에 무해하다(NOAEL, No Observed Adverse Effects Level)고 한국과 미국 보건 정부에서 발표하기도 하였다.

현재 정부는 출산장려정책 중 하나로 임산부 전용 바우처인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계류유산, 반복유산 외에도 임신 중 관리 및 산후풍 등 출산후조리에 본인비용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각 보건소에서는 임산부들에게 엽산 보충제를 이미 무료로 지급하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 동두천시 및 순천시 보건소에서는 임산부의 건강한 출산을 위한 비타민D 지원 사업을 진행한적이 있다.

임산부들에 대한 비타민D 무료 지원 사업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