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복용량보다 수치가 중요한 비타민D
[목요칼럼] 복용량보다 수치가 중요한 비타민D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2.06.30 10:26
  • 최종수정 2022.06.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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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비타민D 관리 필요성

[헬스컨슈머] 비타민D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뼈를 만드는 칼슘 및 인을 흡수하고 구루병을 예방하는 목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에 하루 400IU 정도만 복용하면 된다고 발표됐던 것이다.

그러나 비타민D 분석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현재 비타민D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 수십 조 개의 모든 세포가 하루 종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산소와 같은 존재로 밝혀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비타민D가 결핍되면 만성 질환에 걸려있거나 여러 잔병에 자주 걸리는 반면, 비타민D가 충분한 사람은 피로하지 않고 활기찬 건강을 누리고 있으며, 비타민D가 수많은 병을 예방하거나 누그러뜨린다는 사실이 숱한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 몸 거의 모든 세포와 조직에 비타민D 수용체(VDR, Vitamin D Receptor)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비타민D가 공급되야 곳곳에 있는 비타민D 수용체 모두가 비타민D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비타민D가 자신에게 충분한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검진 결과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게 혈압, 혈당, 간 수치이다. 우리는 이들 수치에 매우 민감하다. 고혈압은 80~120, 당뇨는 공복 시 100, 식후 140, 간수치는 40 이내이면 안심한다. 이들 수치가 정상 범위 밖에 놓여있으면 의사를 찾아가 정밀 검사를 받으라는 권고를 받는다. 하지만 누구도 비타민D 수치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일반 검진 항목에는 비타민D 검사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90% 이상이 비타민D 부족 및 결핍 상태임은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져 왔다. 일반적인 비타민D 수치는 30~100ng/ml가 정상, 20~29ng/ml는 부족, 10~19ng/ml는 결핍, 10ng/ml 미만은 고도 결핍으로 구분하고 있다. 

2018년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혈청 비타민D 수치 추이를 보면 한국인의 비타민D 수치는 국민 평균이 16.1ng/ml로 세계적으로 최 하위 수준이다. 국민의 77.7%가 비타민D 결핍, 15.8%가 고도 결핍, 3.7%가 부족이다. 겨우 2.8%의 대한민국 국민만이 정상 수준이다. (아래 그림 참조)

또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비타민D가 부족하였으며, 경제 활동의 주축이 되는 20, 30대일수록 비타민D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인의 비타민 D 수치 추이 (2008~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한국인의 혈청 비타민D 수치 추이: 2008∼2014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2018, 국립암센터)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비타민D가 부족한 상태인지 또는 결핍 상태인지는 모르고 있다. 비타민D 검사를 받지 않으니 자신의 수치를 모르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비타민D가 부족하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어디가 안 좋은지,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 비타민D를 복용하는 사람들조차 대충 의사나 약사가 추천하는 제품이나 용량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타민D를 하루 1,000IU 복용하면 3~4개월 뒤 수치가 10ng/mL만큼 올라간다. 2,000IU는 20ng/mL, 3,000IU는 30ng/mL, 4,000IU는 40ng/mL이 상승하지만 꼭 1대 1 비율로 증가하지 않고 비타민D 일일 복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평균 혈중농도는 완만하게 증가한다.

그러나 같은 양을 복용하더라도 혈중농도 수치는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흡수율의 차이 때문이다. 개개인의 유전자 특징 등에 따라 흡수율의 차이가 6배나 나기 때문에 같은 양을 복용하더라도 도달하는 혈중 농도가 달라진다. 하루 4,000IU를 복용한 사람 중에서도 혈중 농도는 최저 10ng/mL인 사람부터 최고 150ng/mL까지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평균 수치가 40ng/mL 초반 정도이긴 하지만 편차가 상당히 크다. (아래 그림 참조) 

비타민D 복용량에 따른 도달 수치 (사진출처) : GrassRootsHealth
비타민D 복용량에 따른 도달 수치 (사진출처) : GrassRootsHealth

모든 사람에게 비타민D 수치가 똑같이 증가하지 않으므로 비타민D 혈중농도 수치 검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족 및 결핍으로 비타민D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1년에 1~2번씩 검사 받아야 한다. 비타민D 수치는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검사 받을 수도 있다.

병원에 가서 비타민D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하면 간단한 혈액 채취를 통해 2~3일 후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검사 비용도 비싸지 않다. 1만~1만5000원 정도이다. 대부분 결과를 전화로 “정상이다, 아니다.”로 통보해주는데 이때 수치를 정확히 물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원하고자 하는 목표 혈중농도 달성을 위한 복용량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을 방문하여 결과지를 받아 자신의 비타민D 수치 관리를 위해 보관해 두는 것도 좋다.

비타민D 수치 검사는 1년에 1~2번만 하면 충분하다. 권장하는 시기는 9월과 3월이다. 9월은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한 여름을 지나 가장 수치가 높아졌을 때이고, 3월은 그 반대로 가장 수치가 낮아졌을 때이다. 두 시기의 수치를 비교해 보면서 복용량을 조절하면 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2016년 5월, 비타민D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그래스루츠헬스의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히니 교수는 대부분의 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으려면 비타민D 혈중 농도가 적어도 40ng/mL~60ng/mL에 도달해야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3~4개월 매일 최소 비타민D 4,000IU 이상을 복용하면 도달되는 혈중 농도이다.

그래스루츠헬스(GrassrootsHealth)는 2007년 48명의 의사들이 모여 설립한 미국의 비영리 단체로, 비타민D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새로운 임상 결과를 대중에게 계몽하는 단체이다. ‘비타민 D 실천 적용!(Research into Practice!)’이라는 슬로건 아래 비타민D 결핍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며, 모든 국민의 비타민D 혈중 농도를 40~60ng/mL에 도달하게 하여 임산부의 미숙아 출산 및 임신 합병증을 줄이고, 유방암 발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촉진시키는 ‘D 행동강령(D*Action)’을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히니 박사는 2015년 11월 미국 의회로부터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비타민D 결핍을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미국 대중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를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검사를 해보지도 않고 자신의 혈중 농도를 모른 채 임의로 비타민D를 복용하다 보면 비타민D 건강 수준인 40ng/mL~60ng/mL를 유지하기 어렵다.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은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며, 미숙아 출산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인의 낮은 비타민D 혈중 농도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처럼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검진 항목에 비타민D 검사를 의무사항으로 추가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비타민D 수치는 바로 정상을 넘어설 것이다. 검진 결과를 받고 자신의 수치가 부족 및 결핍을 확인한다면 누가 정상 수치를 위하여 비타민D를 보충하려 하지 않겠는가?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