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진료 시즌2] (3)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주특기진료 시즌2] (3)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 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부국장)
  • 기사입력 2022.07.11 16:55
  • 최종수정 2022.07.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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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장기이식은 생명을 살리는 ‘의료의 종합예술’이다. 수술과 약 처방으로도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장기가 손상되면, 타인의 장기로 대체할 수 있다. 공여자의 장기를 수혜자의 장기로 기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최고 난이도의 수술과 거부반응 억제 기술이 필요하다.

장기이식은 살아 있는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는 ‘생체이식’과 뇌사자의 장기를 옮기는 ‘뇌사자 이식’으로 나뉜다. 신장, 간, 췌장, 폐 등 고형 장기와 각막, 골수, 뼈, 연골 등 조직이 이식될 수 있다. 국내 장기이식은 1969년 시행된 신장이식이 그 시초다. 2000년 2월부터 2021년까지 이뤄진 뇌사자 장기이식은 총 2만 6725건이다. 신장 1만 1788건, 간장 5609건, 췌장 758건, 심장 2055건, 폐 1045건, 췌도 18건, 소장 20건, 각막 5431건이며, 손·팔 이식은 1건이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은 1979년 박기일 명예교수가 최초의 신장이식을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94년 심장이식에 성공했고, 1996년에는 국내 최초로 폐 이식에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같은 해 간이식과 더불어 신장·췌장 동시 이식에 성공하고, 1999년에는 생체기증자를 이용한 간이식을 시행했으며, 2009년에는 간과 신장을 동시 이식하는 쾌거를 올렸다.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생체 기증자의 간과 뇌사자의 폐를 한 환자에게 동시에 이식한 경험을 했으며,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생체 기증자의 간 절제수술을, 2019년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 수술의 수혜자에게 로봇 수술을 적용해 성공했다. 2018년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인공 심장이식 후 소아 심장이식을 시행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베체트병 환자의 심장이식에 성공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장기이식 분야을 선도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장기이식의 성장을 위해, 환우와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도전도 펼쳐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이식을 받지 못했던 면역학적 고위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식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국내 최초로 림프구 교차반응 양성을 보여 신장이식을 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 혈장교환술과 면역글로뷸린을 투여해 교차반응을 음성으로 전환한 후 신장이식에 성공한 것과 2010년 혈액형이 맞지 않는 기증자의 장기를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 등이 좋은 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의 다학제 진료 장면  (사진출처)세브란스병원

특히 한 장기는 뇌사 기증자로부터 받고 다른 장기는 가족에게 받는 폐-간 동시 이식을 2015년에 세계 최초로 시행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에도 두 번째 수술에 성공해 크게 주목받았다. 국내 최초로 생체 간이식의 기증자 수술에 로봇을 접목, 기증자의 수술 부위 절개를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을 단축해 기증자 안전 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신장이식 기증자에서는 최소절개 후복막 접근을 통해 기증자의 회복을 돕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환자 만족도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우선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식외과, 간담췌외과, 신장내과 등 여러 과가 체계적인 팀을 이뤄 환자의 수술 컨디션을 최적의 상태로 이끌고, 치료 계획을 전략적으로 구성한다. 또 장기이식코디네이터와 사회사업사 등을 통해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태까지 고려해 대응하는 등 전인적 치료를 통해 환자 몸과 마음의 온전한 회복을 돕는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식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말기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해 복지재단 등 여러 관련 기관과 연계해 수술비 지원책을 마련한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코디네이터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코디네이터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세브란스병원

365일·24시간 원스톱 지원 체계(One-stop service)를 구축해 이식 수술 전과 후로 수혜자, 기증자, 보호자 모두에게 수시상담과 이식 교육 등 편의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응급 상황 시 신속한 대처와 이식 수술 전후로 몸과 마음의 빠른 회복을 지원한다. 환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조기 진료도 시행 중이다. 오전 7시부터 진료를 시작하며 환자들의 빠른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수혜자와 기증자의 혈액형이 다른 경우에도 간이식을 성공하고, 간암 환자에 간을 이식하는 등 간이식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간과 함께 콩팥, 심장, 폐 등 다른 장기도 동시에 이식하는 다장기 이식 수술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간이식을 위해서는 ‘혈액형 일치’가 매우 중요하다. 혈액형이 다르면 이식받은 환자의 몸에 있는 특정 항체가 이식 간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간 기증자가 나타나도 혈액형이 달라 이식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주동진 교수가 간이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주동진 교수가 간이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세브란스병원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2010년 수혜자와 혈액형이 다른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 시행을 점점 늘려 현재는 간이식 수술을 받는 전체 환자의 20%가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최근에는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2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소화기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의료진과의 다학제 진료를 통해 간암 환자에 간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전방위적 치료로 간암 환자의 병기를 낮춘 뒤 이식을 시행한다. 특히 소화기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가 환자를 동시에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시스템 기반의 항암방사선 동시요법(CCRT)이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방사선 효과를 증진해 종양 축소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간 내 전이를 억제해 환자의 병기를 낮추는 방법이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간이식 환자에 콩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 등 다장기 이식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간 질환 환자는 당뇨, 고혈압 등 다른 원인 질환으로 인해 주변 장기의 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 이 경우 간이식과 다른 장기를 동시에 이식해 전반적인 장기의 회복을 돕게 된다. 세계 최초로 뇌사기증자의 폐와 생체기증자의 간을 한 명의 수혜자에게 동시에 이식하는 의학적 성취를 이룬 것은 여러 장기별 이식팀의 긴밀한 협조가 잘 이뤄지는 ‘다학제 진료시스템’이 튼튼하게 자리잡은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