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흡연해도 건강한 사람들…‘슈퍼 혈관’의 비밀은?
나이 들고 흡연해도 건강한 사람들…‘슈퍼 혈관’의 비밀은?
  • 박채은 기자
  • 기사입력 2022.07.27 17:25
  • 최종수정 2022.07.27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연구팀, 슈퍼변이 소유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 발견

-변이 있는 다른 유전자들의 인체 내 역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 필요

-이상학 세브란스병원 교수 “혈관질환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될 것”

[헬스컨슈머] 나이가 들거나 혈압이 높아도, 담배를 피워도 혈관이 건강한 사람들의 ‘슈퍼 혈관’ 단서가 밝혀졌다.

최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상학, 성균관의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원홍희 교수 연구팀은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위험요소가 많이 있어도 혈관이 깨끗한 사람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등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은 고령,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유전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여러가지 동시에 가진 사람은 질환 발생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여러가지 있는 고위험 환자 중에도 혈관이 깨끗한 경우가 있다. 연구팀은 이에 혈관보호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근원을 밝히는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성별과 나이,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병 등으로 향후 10년간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을 계산할 수 있는 프레밍험 위험도 점수가 14점 이상인 환자 중 관상동맥조영술과 CT 검사 등에서 정상 혈관 소견을 보이는 슈퍼혈관군 72명과, 위험점수는 같지만 실제 심혈관질환을 앓는 일반군 94명을 각각 연구했다.

또한 유전체 전체에서 변이를 발굴하는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을 활용해 슈퍼혈관과 관련 있는 유전자 변이를 발굴하고, 유전자 발현량 조절 연구(eQTL)를 통해서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량 차이가 실제로 인체 조직 변화를 발생시키는지 검증했다.

이렇게 상염색체 50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슈퍼혈관과 관련된 변이가 있는 유전자자리(locus) 10개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자리에는 혈관 생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PBX1’과 인체 시계에 영향을 주는 ‘NPAS2’ 유전자 등이 있다. 다만 변이가 있는 다른 유전자들의 인체 내 역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관질환 환자를 주로 대상으로 삼은 기존 연구를 뒤집어 혈관이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전통적인 위험요인을 넘어 새로운 의학적 표적을 발견해 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인 ‘일본 동맥경화학회지’(Journal of Atherosclerosis and Thrombosi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