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지털 약’ 시대...”인공지능으로 신약을 만든다”
이제는 ‘디지털 약’ 시대...”인공지능으로 신약을 만든다”
  • 박채은 기자
  • 기사입력 2022.08.31 12:30
  • 최종수정 2022.08.3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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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학한림원, 제6회 스마트디지털포럼서 밝혀

[헬스컨슈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로운 질병에 대한 신약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이하 한림원)은 지난 23일 신약 개발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방향을 살펴보고자 ‘데이터, 인공지능, ICT 기술을 채용한 신약 개발의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제6회 스마트디지털포럼을 열었다.

포럼의 진행을 맡은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은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인해 새로운 질병에 대한 신약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의 긴 기간이 소요되고, 몇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면서도 그 성공률은 10%에 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성공률 개선을 위해서는 디지털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신약 개발 분야의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 포럼을 통해 신약 개발 분야 디지털 대전환과 관련된 다양하고 실속 있는 정책 방향이 제안되기를 기대한다”며 포럼의 의의를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첫 순서로는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이사가 ‘신약 후보 물질 발굴과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을 주제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김 대표는 스탠다임에서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에 있어 단순히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발굴 과정 자체의 흐름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프로젝트를 표준화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탠다임이 2015년 설립된 이후 계속된 발전을 통해 현재에는 신약 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실험실을 갖추는 단계까지 성장하였으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고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신약 후보 물질 발굴은 인공지능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이라면서 “물론 임상 단계가 진행되면서 실패 확률도 굉장히 높을 수 있지만, 후보 물질 발굴 단계에서부터 좋은 물질들을 데이터베이스 상에 확보할 수 있다면 더욱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스탠다임은 약물의 신규 타깃 단백질을 발굴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과 신약 물질을 디자인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으며, 두 플랫폼을 결합하여 양질의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이미 존재하는 약물의 다른 사용 목적을 탐색하여 새로운 가치를 재창출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스탠다임의 현행 기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 그는 현재 스탠다임이 해외 대형 제약회사나 국내 SK케미칼, 한미약품, HK이노엔 등의 회사들과 협력을 통해 발굴해낸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KIST, 아주대 등과 함께 기존 약물의 가치 재창출에 대한 협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스탠다임의 경우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후보 물질 탐색 단계에 전략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인공지능 기술 활용한 백신 디자인 플랫폼 개발

두 번째로는 우상욱 팜캐드 대표가 발제를 이어갔다. 팜캐드는 인공지능과 물리학을 결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인 ‘파뮬레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우 대표는 “팜캐드의 파뮬레이터 기술은 기본적으로 다섯 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단백질 3차원 구조 최적화 및 RNA 구조 예측 모듈, ▲가상 스크리닝 및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 모듈, ▲퀀텀 모듈, ▲독성 예측 모듈 그리고 ▲약물 합성 모듈 기술을 각각 설명하였다. 

(사진출처) :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그는 “실질적으로 많은 기업체나 대학 연구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은 물질은 있으나 그 타깃을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팜캐드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타깃을 탐색하여 찾아줄 수 있으며, 이후 기존 물질의 구조를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전했다.

우 대표는 팜캐드가 참여한 실제 신약 개발 사례를 소개하였다. 국립화학연구소와 원자력병원과의 협업 사례에서, 팜캐드는 PCW-1001이라는 유방암 치료 물질의 타깃 단백질을 밝힐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화학 구조를 최적화하여 PCW-A1001이라는 효능이 개선된 물질을 제안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팜캐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mRNA 백신을 효과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팜백’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활용하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 전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는 물리학, 화학, 약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이러한 여러 분야의 지식에 인공지능을 통해 데이터 과학을 얼마나 잘 접목하느냐에 결국 신약 개발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라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인공지능·ICT 기술 접목한 임상시험

(사진출처) :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사진출처) :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서울대학교 병원 임상약리학과 이승환 교수는 ‘의료 임상시험 분야에서 ICT 기술의 접목’을 주제로 발제하였다. 이 교수는 “신약 개발은 비용은 매우 많이 들지만, 성공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임상 단계 초기에는 안전성이 문제가 되어 탈락하는 약물이 많고, 후기 단계에서는 효능이 검증되지 않아 탈락하는 약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실패에는 약물 물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아 약이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약물 주입 용량은 지나치게 적게 설정했다든지, 약물을 적용할 대상 환자들을 잘못 설정한다든지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ICT 기술의 접목을 통해 이러한 기존 임상시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힌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임상시험의 효율화, 모바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통한 탈중앙화 임상시험,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의 적극적 활용 등을 그 방안으로 밝혔다. 이 교수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임상시험 전자 동의 시스템, 웨어러블 심전도기를 통한 24시간 환자 모니터링 등을 실제 사례로 들며, 이러한 혁신 기술의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의료 ICT 적용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항상 규제”라며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이슈는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식약처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록 제도를 통해 전통적인 의료기기와 구분된 의료기기 허가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관련 연구들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교수는 “약 배송과 같은 분야에서는 이익집단 사이 마찰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활용이 궁극적으로 임상시험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의료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

마지막으로는 이예하 뷰노 대표이사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의료 진단’을 주제로 발제하였다. “뷰노는 의료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반으로 분석하여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료 솔루션과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 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소개한 이 대표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 기술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하였을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소개하였다.

(사진출처) :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사진출처) :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세계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는 2020년 49억 달러에서 2026년 462억 달러까지 연평균 46%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내에서도 2018년도에 첫 번째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가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후, 올해 8월 기준 약 130여 개의 인공지능 의료기기들이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고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의료 영상 분석, 생체 신호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면서, 병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뷰노에서 개발한 심정지 예측 소프트웨어를 소개한 이 대표는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제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솔루션 활용에 대하여 수가가 지급되어야 병원에서도 실제 임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회사에서도 더 많은 임상 데이터를 쌓을 수 있어 선순환을 통해 더 정교하고 임상적으로 유효한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앞으로 의료기기의 발전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서 환자의 안정을 강화하고 의료기기의 효과도 더 잘 입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선순환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발제를 마쳤다.


신약 개발 혁신 위해 효과적인 정보 활용 체계 구축해야

발제 이후에는 신약 개발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어졌다.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이사는 국내 신약 개발 인공지능 플랫폼의 경쟁력과 관련하여 해외 다국적 제약회사와 비교하였을 때, 다수의 파이프라인에 적용되어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점, 신약 개발 생태계에서의 경쟁력 비교 우위,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유연성 측면에서 국산 플랫폼이 강점을 가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국내 신약 개발 인공지능 플랫폼도 충분히 훌륭한 성능을 보일 수 있으며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하여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상욱 팜캐드 대표이사는 “과거 신약 후보 물질 발굴의 경우 저분자 합성 물질에 치중된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항체, 단백질 등 고분자 형태 약물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분자 물질의 경우 구조 예측, 인공지능 데이터 확보 등의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우 대표는 “많은 난항이 있지만 또 그곳에 결국 새로운 해답이 있기 때문에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 mRNA를 비롯한 생물 분야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이해가 더 많은 데이터를 불러오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접목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승환 서울대학교 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약물의 독성 예측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 교수는 “독성 예측이 어려운 것은 데이터셋 부족의 문제인데, 앞으로도 동물 실험 데이터를 확보해서 독성 예측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결국 사람에 적용되었을 때의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고, 이는 병원의 임상 데이터와 연구실에서의 실험 데이터를 모두 활용하여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특정 질환의 기전에 대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비정량적”이라고 지적하며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부분들을 정량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예하 뷰노 대표이사는 현재 세계적으로 여러 개의 인공지능 진단 기기들이 활용되고 있다며 “일본에서 CT나 MRI를 인공지능 장비를 통해 분석하고 이에 대해 보조 수가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MRI 진단 등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진단 영역에 있어서 정부가 수가를 책정하여 돈을 투입해야만 더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고 동기부여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날 진행을 맡은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 수급, 병원의 임상 데이터 활용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끔 체제를 만드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토론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