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위험성을 높이는 약물
당뇨 위험성을 높이는 약물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2.09.22 11:09
  • 최종수정 2022.09.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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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당뇨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대사질환의 일종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5명 중 1명 가량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흔한 질병이며 연령대와 상관없이 20~30대 젊은층에서도 흔히 발생할 수 있으므로 누구나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질병입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당뇨병은 발생 원인으로 1형 당뇨, 2형 당뇨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제 1형 당뇨병은 선천적,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슐린 생산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환자에게서 나타나며 제 2형 당뇨병은 불규칙한 생활 습관, 비만,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과거 음식이 귀하던 시절에는 당뇨 환자가 거의 없었지만 음식 소비가 쉬워지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을 앓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만큼 당뇨병은 식습관과 발병률이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질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술, 정제 탄수화물, 과일 등의 음식이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는 반면 당뇨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습니다. 식습관 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뇨가 잘 개선되지 않는 환자분이나 지금은 비록 당뇨 환자가 아니더라도 현재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당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당뇨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의 종류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각성제- 다이어트 약, ADHD약, 콧물약]
약물 중에서 각성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은 교감신경 흥분제로 작용해서 체 내 혈당 수치를 높이게 됩니다. 당뇨약은 인슐린의 효과를 높이고 당을 세포에 저장하고자 하는데 교감신경 흥분제는 이에 반대되는 작용을 하여 혈액 중에 당 수치가 잘 떨어지지 않게 됩니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 먹는 염산펜터민 성분이나 ADHD 치료를 위해 먹는 메틸페니데이트 등은 먹는 동안 혈당이 제법 높게 유지되며 빨리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당뇨 환자가 아닌 경우 약을 중단하면 바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지만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라면 본인의 혈당 수치를 계속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흔하게 접하게 되는 약 중에서 교감신경 흥분 작용이 있는 약은 콧물을 멈추는 약입니다.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들어간 비충혈제거 약은 콧물을 멈추는 데는 유리하지만 약을 복용하는 동안 혈당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뇨가 있는 환자 분이라면 콧물약 혹은 콧물약 성분이 들어간 판피린 같은 종합감기약을 장복하였을 때 당뇨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어서 주의하여야 합니다.  

[고혈압약-티아자이드, 고지혈증약-스타틴]
당뇨병 하나만 앓고 있는 환자보다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같이 앓고 있는 환자들이 더욱 혈당 수치를 관리하기가 힘듭니다. 질병 자체가 주는 악영향도 존재하고 질병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이 당뇨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 조절을 위해 이뇨제가 처방 나올 때가 있는데 이뇨제 티아자이드는 인슐린 분비 장애를 일으킵니다. 또한 이뇨제는 몸의 수분을 빼기 때문에 혈액의 점성을 올려서 혈당 수치를 그만큼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당뇨 환자가 티아자이드 처방을 받았을 때는 혈당 수치를 정밀히 모니터링하고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약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또다른 예로 고지혈증 약 중에는 스타틴 계열의 콜레스테롤 억제제가 흔하게 처방됩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혈관이 막히고 관상동맥질환이나 뇌동맥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령자들은 대부분 먹는 약입니다. 하지만 스타틴 약물의 한계는 혈당 수치를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타틴 약물을 먹기 전에는 당뇨가 아니었다가 복용 후 당뇨가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스타틴 약물을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의 종류가 적기 때문에 혈당 관리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식단 관리와 혈당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고지혈증 환자에게는 고지방식과 더불어 고탄수화물식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 약물, 피임약]
알레르기성 질환, 천식, 신경통, 류머티증 등 다양한 질병 치료를 위해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대표적으로 혈당을 올리는 약물입니다. 의료진들은 대부분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알고 있지만 다른 질병의 치료를 위해 필연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뇨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커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적절한 용법과 기간 동안만 사용해야 하며 남용하여서는 안 됩니다. 간혹 필요에 의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였어도 혈당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피임을 위해 장복하는 피임약도 역시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이기 때문에 인슐린 생성을 저해하여 혈당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35세 이상의 여성이나 과거 임신성 당뇨를 앓았던 여성의 경우는 피임약 복용 시 주의하여야 합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약물의 사용은 항상 신중하고 적절하게 필요량만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약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병원도 여러 곳을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약물을 제대로 잘 복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뇨 환자들은 특히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과 더불어 약물도 혈당 수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주치의에게 모든 사실을 꼼꼼하게 상담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