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기침, 단순한 감기인가요?
멈추지 않는 기침, 단순한 감기인가요?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2.11.01 11:18
  • 최종수정 2022.11.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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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금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 해는 코로나와 더불어 독감 환자들이 같이 증가하는 트윈데믹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유독 기침을 하는 환자들은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의 경우 기침, 가래가 있는 급성 기관지염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급성 기침은 보통 일주일 이내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만성 기침으로 분류되며 이 경우에는 호흡기 감염이라기 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특히 젊은 층보다 노인 층에서 만성 기침 환자가 많은데 적절한 치료를 받기 보다 장기간 기침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성 기침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법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만성 기관지염]
만성 기관지염은 오랜 시간 담배를 피웠거나 직업적으로 화학 먼지, 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발병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주로 수 개월~수 년 간 만성기침과 가래 증상이 나타나며 폐렴이 진행될 경우 호흡곤란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성 기관지염의 경우 주요 깊게 살펴야 하는 부분은 가래의 형태입니다. 일반적인 가래는 침 같이 묽고 투명한 색을 띠지만, 만성 기관지염 환자의 가래는 끈끈한 점액질이고 누런색을 띠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 염증이 심하거나 예후가 좋지 않을수록 진한 색, 푸르스름한 색을 띠게 되며 스스로 뱉어내기가 어려워집니다. 색이 진한 가래는 여러 가지 세균에 감염된 증상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객혈이 동반된다면 결핵이나 폐암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만성 기관지염은 공기 운반 통로인 기관지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해로운 이물질이 쌓여 기관지 능력이 떨어지면 분비물을 배출하지 못하고 가래 때문에 기관지가 좁아져 그릉그릉하는 소리가 나고 호흡이 불편하기 때문에 기침을 자주 하게 됩니다. 장기간 계속되는 기침은 기관지벽의 지속적인 손상과 탄력을 저해하여 상태가 더 나빠지게 됩니다. 만성 기관지염 환자가 기침약을 계속 먹으면 기침 반사가 줄어서 기침의 빈도는 줄어들지만, 기관지 내에 이물질은 더 많이 쌓이므로 기관지염이 악화되고 약효가 떨어질 즈음 기침이 더 심해지게 됩니다. 
만성 기관지염 환자는 주로 아침에 대량의 가래가 배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주목하고 공기 중 해로운 오염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반드시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내를 건조하지 않게 습도를 높이고 물을 자주 마시며 기침약보다는 객담 배출을 도와주는 약을 먹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후두염]
기침약과 가래약을 달고 살고 심지어 항생제를 먹어도 기침에 전혀 소용이 없다는 환자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중에서 특히 누운 자세를 취할 때 기침이 더 심해진다면 기관지염이 원인이 아니라 식도염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강한 산성 물질인 위산이 위로 역류하여 발생하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도 식도 손상의 불편함과 자극성 때문에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지만, 누운 자세에서 위산이 역류하여 목 부위인 후두와 인두까지 자극하게 되면 역류성 후두염이 발생하여 목의 통증, 습관성 헛기침,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 이물감, 만성 기침이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서 다른 기침 환자와 구분되는 점은 후두에는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성대 기관이 있기 때문에 목소리 변화(지속적인 쉰 목소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래는 거의 없거나 투명한 가래가 나오며 기침, 목에 이물감, 쉰 소리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역류성 후두염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역류성 후두염 환자는 후두 내시경을 통해 후두 점막을 관찰하면 식도 입구 부위의 점막과 성대 아래쪽 점막이 부어있는 증상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역류성 후두염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들의 치료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치료와 동일하게 위산 분비 억제제, 위장 운동 조절제 등의 약을 꾸준히 복용하며 녹차, 카페인의 섭취를 줄이고 금주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들이고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기침약은 증상이 심할 때 잠깐 복용하는 것 외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약물 유발성 기침]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 중에서 만성 기침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혈압약이 있습니다. 바로 고혈압약 중에서 트리테이스(라미프릴), 에나프린(에날라프릴) 등 ACEI(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계열 약물인데요. 고혈압 약을 새로 시작했거나 추가된 후에 없던 기침이 생겼다면 약물에 의한 기침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문제가 되는 혈압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한 달 이내로 기침이 사라집니다. 
이 혈압약을 복용하는 모든 환자가 만성 기침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 ACEI계열 약물이 처방되고 있지만 새로운 약을 복용한 뒤로 기침이 생긴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 외에도 후비루 증후군, 축농증, 천식, 집먼지 진드기 알러지 등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은 저절로 낫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는 편이 좋습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며 기침약으로만 치료하는 것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침 시기에 관계없이 발열, 부종, 객혈, 호흡곤안, 쉰소리, 삼킴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는 조기에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