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부르는 폐경 후...호르몬 치료로 이겨내자
만성질환 부르는 폐경 후...호르몬 치료로 이겨내자
  • 조동환 기자
  • 기사입력 2022.11.22 11:20
  • 최종수정 2022.11.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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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근감소증, 혈관질환 등 예방 효과 있어

[헬스컨슈머]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폐경 나이를 조사하면 통계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50세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차가 매우 커서 50세 전후 5년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폐경의 의미는 난소에 포함된 난포들이 모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소진된 상태인데, 이에 따라 난포에서 생성되는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관련 증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월경의 정지란 어원을 바탕으로 의학에서는 폐경이라고 칭하지만, 최근엔 월경의 완료란 의미로 완경이라는 표현도 사용하고 있다. 중년을 바라보는 여성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인 폐경. 이 폐경에 대하여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다용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다.

➤ 5년 가량 진행되는 ‘폐경이행기’

폐경은 월경이 1년 이상 없는 경우 판단하게 되는데, 중요한 사실은 폐경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호르몬의 변화가 동반되는 기간 즉 폐경이행기가 수년 간 선행된다는 것이다. 폐경이행기는 흔히 갱년기라고 부르는 기간이다. 폐경보다 더 광범위한 의미 즉 여성호르몬을 생성하는 난소 기능이 점진적으로 감소해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생리적 기능 및 성기능 등이 감소되는 과도기인데, 평균적으로 5년 내외의 기간을 거친다. 호르몬 변화로 여성들은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 변화와 전신적인 불편감을 호소한다.

흔히 갱년기 증상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갑자기 아래에서 위로 열이 올라오는 느낌과 함께 얼굴이 붉어지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는 갱년기에 경험하는 가장 초기 증상으로 갱년기 여성의 약 25%에서 경험하는 증상이다. 얼굴 목, 가슴에 갑자기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 피부가 달아오르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은 여성호르몬의 부재보다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는 그 과정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갱년기 초기에 발생한다.

증상의 정도는 개인마다 다양하여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폐경 후 4년 정도가 지나면 치료하지 않아도 약 75%에서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분들은 이런 증상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릴 정도로 사회생활에 영향을 받고, 밤에도 수시로 증상이 발생하여 불면증까지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상담 및 치료를 통해 증상이 극적으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 생식비뇨기계 증상부터 골다공증까지…폐경 후 증상

폐경 후 3~4년이 흐르면 대표적인 폐경기 중기 증상인 생식비뇨기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피부와 상피 세포, 점막 세포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피부의 수분과 탄력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질과 요도계의 상피 세포와 점막 세포가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성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질염과 방광염이 발생하기 쉽고 재발이 흔해지며, 부부관계 시 통증을 유발해 고민을 하는 분도 있다. 질 주변의 지지 구조가 약해지면서 질로 자궁이 빠져 나오는 자궁탈출증이 생기기도 한다.

(사진출처) 아산병원
(사진출처) 아산병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큰 문제는 골다공증과 같은 만성질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뼈 건강은 30대 전후로 골밀도가 최고치에 달하며 그 이후에는 서서히 골감소가 일어난다. 여성호르몬은 골밀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갱년기에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뼈의 밀도가 감소하고 이러한 증상이 장기화되면서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폐경 이후 여성의 골다공증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대퇴부, 골반부 및 장골 등 힘을 지탱하는 주요 뼈가 쉽게 골절을 입을 수가 있다. 전에는 미끄러지면 고작 멍이 들었을 정도의 충격으로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골다공증성 골절은 노년기 여성들의 사망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골감소가 계속 진행되면 척추에도 영향을 미쳐 미세 골절이 발생해 뼈가 눌리고 키가 작아진다. 또한 척추의 곡선이 변하면서 허리가 짧아지고 앞가슴뼈가 늘어지는 체형으로 변하게 된다. 최근에는 골감소 외에도 뼈를 지탱하고 근력을 유지하는 근육의 감소에 대해서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도 여성호르몬 감소가 영향을 미친다.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은 여성들은 이른 시기에 폐경이 되어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여성, 흡연이나 음주 습관이 있는 여성, 또 평소 운동량이 적은 여성 등이다. 이미 진행된 골 소실을 달리 되돌리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평소에는 식생활 습관, 적절한 운동, 금연 등을 통해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한 시기에 골밀도 검사를 시행하여 필요 시 호르몬 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안전성이 밝혀진 폐경기 호르몬 치료

폐경은 여성 건강 전반에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폐경기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을 높인다고 발표되고, 이후에도 언론들이 이런 사실 위주로 뉴스를 내면서 많은 여성들이 호르몬 치료에 대해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과거 이런 결과를 보고한 연구들에서 사용한 약제의 조합은 현재 폐경기 호르몬 요법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조합이다. 호르몬 제제는 그 성분이나 적용 방법의 측면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꾸준한 개선과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아직 홍보 부족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바르는 형태의 호르몬제는 유방암의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 안전성이 밝혀져 있다.

따라서 호르몬 치료에 대해서 무작정 꺼릴 필요가 없다. 호르몬 치료의 장단점에 대해 관련 의사와 자세히 상담을 하고 필요한 경우라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도 갱년기 증상으로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고, 삶의 질이 저하될 정도로 고통을 받다가 증상이 호전되면서 전반적인 삷의 질이 상승하여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골다공증, 근감소증, 혈관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호르몬 치료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인에게 최적화된 약제 선택 및 용량, 유지 기간 등에 대해 의사와 자세히 상담을 한다면 건강한 중년 이후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