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반약은 왜 전문약으로 전환된 걸까?
그 일반약은 왜 전문약으로 전환된 걸까?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2.12.05 15:08
  • 최종수정 2022.12.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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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춥고 건조한 겨울철이 되면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합니다. 이럴 때 병원에 방문하면 높은 확률로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줍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성분의 강도에 따라 가장 강력한  1등급에서 가장 순한 7등급으로 나뉘어지며 몇몇 순한 등급의 스테로이드 연고들은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환자들은 가려움증을 느낄 때 병원에 방문하는 대신 먼저 약국을 방문하여 순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서 쓰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기존에 처방전 없이 구입이 가능했던 많은 스테로이드 연고들이 처방전 없이는 구입이 불가능한 전문약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연고로 리도멕스 연고, 베로아 크림, 보송 크림 등이 있습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처방전 없이 연고를 사는데 익숙해졌던 소비자들은 이런 법령 개정에 의문을 표하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왜 기존에 일반약으로 분류되었던 스테로이드 연고가 전문약으로 전환된 것일까요?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상기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상기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나라 별로 의약품의 분류 체계가 다르다]
의약품은 약물의 오남용 방지 및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해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전문약은 대중광고가 허용되지 않고 의사만이 약물을 선정하여 처방전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의약품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일반약은 비교적 안전하며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바로 구입이 가능한 감기약, 소화제 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분류 체계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하지 않습니다. 나라 별로 전문약과 일반약에 해당하는 약들이 조금씩 다릅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사후피임약은 전문약이지만 미국에서는 일반약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사후피임약을 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사후피임약을 판매하면 불법입니다.

이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히 의약품의 안전성에 근거하여 전문약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후피임약의 경우에는 의약품의 안전성을 생각하면 전문의약품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지만 관계 후 48시간 혹은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단서가 붙기 때문에 병원 진료를 받기 까다로운 미국에서는 의약품의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보셔야 합니다.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일반약이었던 스테로이드 외용제 중 대표적인 리도멕스 연고는 식약처에서 7등급 스테로이드 연고로 분류하여 일반약으로 허가하였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1~7등급으로 나뉘어진 역가에 따라 6등급 이상의 제품은 전문약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약사와 대한소아과학회에서는 리도멕스 연고를 5⋅6등급(약한 강도)으로 봐야한다며 전문약으로 전환 분류를 주장하였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재판부는 리도멕스 역가를 6등급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의학적 자료가 존재하며 단순히 역가 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유효성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기존에 일반약으로 분류되던 리도멕스 연고를 전문약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삼아제약에서는 기존에 0.3% 리도멕스 대신 농도를 줄인 0.15% 리도멕스 연고를 일반약으로 새로 출시하였습니다. 이 법령 개정에 따라 기존에 일반약이었던 몇몇 스테로이드 연고들도 전문약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리도멕스 연고는 기존에 소아과에서 다빈도로 처방되었던 의약품이고 신생아에게도 사용된 점을 고려하면 일반약으로 분류되었던 때보다 전문약으로 분류되었을 때 오남용을 줄일 수 있는 방지책으로 작용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나이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서 연령이 높을수록 약의 흡수가 약해집니다. 따라서 어른들에게는 문제가 없는 연고도 아이에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오남용 시 연고의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피부가 위축되어 혈관이 노출되거나 멍이 생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아에게 주로 처방되는 연고를 전문약으로 전환한 건 안전을 위한 대비책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시행되었던 의약품 재분류]
과거 2013년에도 대대적인 의약품 재분류가 한 번 이루어졌습니다. 일반약으로 분류되어 있던 많은 의약품들이 한꺼번에 전문약으로 전환되며 약국에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몇몇 의약품들은 소비자들이 일반의약품으로 혼동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크레오신티, 어린이키미테 등이 있습니다.

크레오신티는 당시 여드름 치료제 1위 제품이었는데 항생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반복 사용 시 항생제 내성을 우려하여 전문약으로 분류 전환되었습니다. 또한 어린이키미테도 안전성을 우려로 일반약 판매를 중단하였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문약보다 일반약으로 분류되어 있는 상태를 선호합니다. 의약품 안전성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병원을 방문하여 추가로 병원비를 지불하고 처방전을 받아오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고 의약품을 올바르게 쓰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가 꼭 필요합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상기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상기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