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 진료 시즌2] (14)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주특기 진료 시즌2] (14)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 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부국장)
  • 기사입력 2023.01.02 11:34
  • 최종수정 2023.01.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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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오른쪽 첫 번째)의 8천 번째 간이식 수술 장면 (출처) 서울아산병원

[헬스컨슈머] 간암은 간 질환의 최종 단계로 볼 수 있으며, 상당부분 암이 진행되었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간이식은 절체절명의 말기 간질환 환자 등 다른 치료법이 없는 간암 환자들에게 장기 생존과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자 표준 치료법이다.

간이식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뇌사자 전체 간이식은 뇌사자의 간을 통째로 적출하여 옮겨 붙이는 수술법이다.

둘째, 뇌사자 부분 간이식은 분할 간이식(하나의 간을 둘로 나누어 2명의 수혜자에게 각각 이식하는 수술법), 축소 간이식(기증된 간의 크기가 수혜자에게 큰 경우 일부 간을 절제하고 남은 간을 이식하는 수술법)이 있다.

셋째, 생체 부분 간이식은 생체 공여자의 간을 일부 절제하여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넷째, 보조 간이식은 수혜자의 간을 일부 또는 전부를 남겨 둔 채 이식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간이식의 세계적은 메카이다. 이 병원의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지난 9월 23일 간암으로 투병 중인 A씨(47)에게 아들(18)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세계 처음으로 간이식 8천례를 달성했다.

■ 8천 번의 간이식, 세계 유일무이 기록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뇌사자 간이식을 시작으로 생체 간이식 6658건, 뇌사자 간이식 1342건을 실시했다(9월 말 기준).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감염 관리를 통해 연 500례가 넘는 간이식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해왔다. 간이식의 85%는 생체 간이식인데, 이는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커서 높은 생존율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더 많은 환자를 살리려는 노력을 이어가며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수술법을 세계 간이식계에 제시해왔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가 199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변형 우엽 간이식’은 현재 전 세계 간이식센터에서 표준 수술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변형 우엽 간이식은 이식되는 우엽 간에 새로운 중간정맥을 만들어 우엽 간 전(全) 구역의 피가 중간정맥을 통해 잘 배출되도록 하는 수술법이다. 이를 통해 한 해 30례에 그치던 생체 간이식이 100례를 넘겼고 수술 성공률도 70%에서 95%를 돌파했다.

이승규 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한 ‘2대1 생체 간이식’은 간 기증자와 수혜자의 범위를 넓힌 데 의의가 크다. 기증자 2명으로부터 간 일부를 받아 수혜자에게 이식하기 때문에 기증자 간의 좌우엽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한 경우에도 간이식이 가능하다. 그동안 6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 수술법으로 새 삶을 얻었다.

간이식팀의 간이식 8천례를 기념 사진 (출처) 서울아산병원

■ 전세계 가장 우수한 수술 성공률 자랑
서울아산병원은 수술 성공률이 매우 낮은 중증 환자들을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간이식 생존율이 98%(1년), 90%(3년), 89%(10년)로 매우 높다.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의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간이식 후 1년 생존율이 평균 92%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념비적인 수치다.

2017년에는 생체 간이식 환자 361명이 모두 생존해 꿈의 수치인 사망률 0%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은 99%에 달한다.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은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으며,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대등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기증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복강경과 최소 절개술을 이용한 기증자 간 절제술은 기증자들의 회복기간을 단축시키고 흉터를 최소화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생체 간이식 기증자 중 사망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는 한 명도 없었다.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1992년 당시 42세), 국내 첫 소아 생체 간이식 환자(1994년 당시 9개월), 국내 첫 성인 생체 간이식 환자(1997년 당시 38세), 세계 첫 변형우엽 간이식 환자(1999년 당시 41세), 세계 첫 2대1 간이식 환자(2000년 당시 49세) 모두 현재까지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 해외 의료진 교육·연수에도 앞장 서
서울아산병원은 아시아 국가의 의료 자립을 돕기 위해 간암 발생률 최상위 국가인 몽골과 베트남에도 2011년부터 간이식을 전수해왔다. 의료진 50여 명이 연 2~4회씩 두 국가를 방문해 현지 의료진을 양성했고 현지 의료진 250여 명이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 결실로 몽골 국립 제1병원과 베트남 쩌라이병원, 호치민대학병원에서 간이식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의술 전수 대상 국가를 넓혀 2001년 터키 최초 성인 생체 간이식, 2004년 프랑스 최초(유럽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 2006년 터키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 2016년 중동 카타르 최초 성인 생체 간이식, 2019년 카자흐스탄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 등을 성공시켰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간이식 불모지에서 차곡차곡 수술 기록을 쌓아 8천례까지 이를 수 있던 배경에는 단단한 팀워크가 자리해있다.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은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장기이식센터의 모든 의료진이 ‘원팀’이 되어 절체절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매 순간 혼신을 다해왔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간질환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