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삶의 질’ 전망 급격한 하락세
소비자 ‘삶의 질’ 전망 급격한 하락세
  • 이주석 기자
  • 기사입력 2023.01.16 15:17
  • 최종수정 2023.01.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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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사업자가 가장 우울한 생활상 전망

[헬스컨슈머] 소비자의 삶의 질 전망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 이후 그 어느때보다 빨리,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3분기는 코로나 직후 바닥을 찍었던 2020년 3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남녀노소, 소득, 직업에 관계없이 일제히 부정 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일부 연령대와 거주지역에 따라 그 동안의 추세가 뒤집히는 현상이 나타난 점은 흥미롭다는 것이 조사기관의 분석이다.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매주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에서 `모든 것을 고려할 때 향후 6개월간 삶의 질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지` 묻고 이를 토대로 지수를 산출해 분기별로 비교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긍정적 전망이, 작으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함을 뜻한다.

다음은 컨슈머인사이트의 분석 내용이다.

■ 삶의 질 전망 추이 : 2022년 1, 2분기 코로나 이전 회복했다가 급락

삶의 질 전망지수는 조사 이후 줄곧 100 이하로 긍정보다는 부정 전망이 우세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에는 88~90선으로 비교적 일정했으나 코로나 첫해인 2020년 3분기 80선까지 급락했다.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해 2022년 1, 2분기에는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기도 했다.

상승 추이가 갑자기 꺼진 것은 지난해 3분기부터다. 지수 83으로 2분기의 90 대비 단번에 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 발생 후 기록한 분기 최대 하락폭(20년 2분기 5포인트)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최근 4년간의 추이를 정리하면 코로나 팬데믹과 고강도 거리두기에 따른 1차 급락과 완만한U자형 회복, 그리고 최근의 2차 급락으로 이어진다. 국가경제, 개인경제에 대한 전망 추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패턴을 보여 경제상황과 삶의 질이 거의 한 몸임을 알 수 있다.

코로나가 처음 닥친 2020년만 해도 소비자의 주관적인 삶의 질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은 코로나 팬데믹과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였다(참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삶의 질`도 바꿨다). 그러나 이번 2차급락은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로 위기감이 무뎌진 상태에서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등 경제문제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프로)*상기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출처 게티이미지프로)*상기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 응답자 특성별 비교 : 사업자 가운데 1인 사업자 가장 부정적

조사대상자 특성별 차이도 거의 없었다. 성, 연령, 가구소득, 거주지역, 근로고용형태에 관계 없이 거의 모든 계층에서 비슷한 궤적의 전망을 보였다. 시기적으로 지난 3분기 급락한 것도 일치했다. 여성, 청년층, 학생·정규직, 고소득층의 삶의 질 전망이 다른 계층보다 더 긍정적인 특징도 조사기간 거의 내내 이어졌다.

눈여겨 볼 만한 변화도 나타났다. 우선 40, 50대의 삶의 질 전망이 3분기 처음으로 60대 밑으로 떨어졌다. 60대는 그 동안의 조사 내내 삶의 질 전망에서 가장 부정적인 집단이었는데 40, 50대가 그 밑으로 내려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물가 급등과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경제 불안이 이어지면서 소득 감소와 지출 증가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40, 50대의 위기감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그림2].

거주 지역별로 가장 긍정적이던 호남권역(광주, 전남, 전북) 거주자가 영남 2개 권역을 제치고 가장 비관적으로 변한 것도 주목된다. 이를 경제적 요인 때문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정치적 성향이 정권교체 상황과 맞물려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지지하는 정권의 부침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방증한다.

성별 비교에서 여성이 대체로 긍정적인 성향을 보였으나 차이는 비교적 크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코로나 시기 여성의 전망이 남성보다 부정적으로 변하기도 했는데 이는 감염병과 보건위생에 더 민감한 여성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 비교를 보면 연령대에 비례해 더 부정적이던 성향이 2022년 2분기 이후 깨졌다. 가장 긍정적인 20대와 가장 부정적이던 60대의 차이는 20포인트 이상에서 10포인트 선으로 줄어든 반면 20대와 40, 50대의 차이는 5~10포인트 선에서 최대 17포인트까지 커졌다.

거주 권역별 비교에서는 거주지역을 7개 권역별로 나눠 비교한 결과 상당한 차이로 가장 긍정적이던 호남지역(광주·전남·전북)이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변했다. 다른 지역에 한 발 앞서 2022년 1분기부터 가파르게 하락했고 3분기에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권역보다도 낮은 전국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한 가구 월소득별 비교로 보면 소득이 많을수록 긍정적인 점에는 변함이 없으나 월 200만~400만원 이하 가구의 하락폭이 더 컸다. 기존에 가장 부정적이던 200만원 이하 가구와 차이가 없어졌다.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에 따라 소득 중하위권 계층의 타격이 큼을 알 수 있다.

근로고용형태별 비교측면에서는 학생층이 가장 긍정적이고 사업자와 비정규직·일용직 계층이 가장 부정적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두번째로 높던 정규직이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학생층을 제외한 모든 직업군이 비슷한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되는 모양새다. 사업자 중에서도 1인 이상 고용 사업자보다 혼자 하는 1인 사업자의 전망이 더 부정적이었다.

이와 함께 계층의식별 비교를 살피면 스스로 평가한 생활수준(계층의식)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5분위에 속한다고 응답한 계층은 대체로 지수 100을 상회할 정도로 긍정적인 반면 가장 낮은 1분위는 50~60대에 머물러 상하간 갭이 매우 컸다. 1분위의 경우 그 어느 계층에서도 볼 수 없는 70 미만에 계속 머물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암울한 집단이다. 성, 연령, 소득 같은 객관적 요소보다 주관적 계층의식에서 긍부정이 극명하게 갈렸는데 이는 ‘주관적 의식’이 삶의 질 결정에 더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하락 폭과 속도 어느 때보다 빨라

최근 삶의 질 전망 하락의 특징은 낙차와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빨랐던 점, 일부 응답자 특성별 명암이 크게 엇갈린 점이다. 연령대별, 직업별, 지역별, 소득수준별, 정치 권력의 변화도 크고 중요하지만 가장 눈을 끄는 것은 ‘주관적 계층의식’에 따른 차이다. 객관적으로 불리한 어떤 사회, 인구, 정치, 경제적 요인도 낮은 주관적 계층의식 만큼 삶의 질을 암울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낮은 주관적 계층의식이 긍정적 삶의 질의 최대 적이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프로)*상기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출처 게티이미지프로)*상기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