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단] 한국인의 의료소비 패턴은?
[청년기자단] 한국인의 의료소비 패턴은?
  • 송서현 청년기자
  • 기사입력 2023.02.07 10:15
  • 최종수정 2023.02.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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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치료 받으려다... 정작 진료, 수술이 꼭 필요할 땐 무한 대기...”

[헬스컨슈머] 한국인의 의료 서비스 이용률은 눈에 띄게 높은 추이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8년째 OECD 회원국 중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횟수가 가장 많다. 우리나라는 다약제 약물 복용 노인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병원 내 CT, MRI 등 첨단 의료 장비 보유율도 높은 편이며, 인구 대비 병상 수는 2위, 병상 수 증가율은 세계 1위다. 의료보험 혜택이 적고 국민 1인당 의사 수가 부족한 미국의 경우 환자들이 중증 질환이나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 병원을 잘 방문하지 않는 데 반해, 의료 서비스 수혜의 문턱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는 단순 감기 등의 경증 질환으로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 전반적으로 의료 소비율이 높다.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2018), OECD 보건통계 2020 (출처: 보건복지부)

 

문제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 수혜에 대한 열망이 의료전달체계상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의료전달체계란 국가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병원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을 1차, 2차, 3차로 분류한 것으로, 1차 의료기관은 의원과 보건소, 2차 의료기관은 전문병원과 종합병원, 3차 의료기관은 상급 종합병원을 말한다.

 

국내 의료전달체계 (출처: 보건복지부)

 

국가에서는 효율적인 의료체계의 작동을 위해 경증 질환자는 1차 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방문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보다 정밀한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2차, 3차 병원을 찾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경증 환자들까지 대형병원으로 몰릴 경우, 대형병원 내 의료 인력과 설비가 부족해져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치료가 시급한 중증 질환자나 응급 환자들이 되려 적기에 치료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종합병원, 상급 종합병원 등의 대형병원이 일반 병원보다 의료 인력과 설비를 잘 갖추고 있지만 언제나 대형병원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차 병원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가볍고 일상적인 질병으로도 2차,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보거나 입원하는 비율이 높다. 2011년~2016년 의료기관 종별 총진료비와 점유율을 분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2019)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총진료비와 입원환자 수 중 일반 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약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단순 감기를 앓을 때 가정의학과나 의원을 찾기보다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찾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응급이 아닌데도 응급실을 찾고,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입원하며, 퇴원을 해도 되는 환자들이 노파심에 입원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 종별 입원환자 수 점유율 (단위: 백만원)(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9)

 

의료기관 종별 총진료비 점유율 (단위: 조원)(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9)

 

상황이 이러하니 대형병원들은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의료시설 부족으로 허덕이고, 규모가 작은 1차 병원들은 환자가 적어 번번이 적자를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차, 3차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국내 인구 대비 병상 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자가 병상 부족으로 입원 대기 중 사망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양질의 의료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가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의 차단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1차 의료 강화가 시급하다. 실제로 최근 국내 건강정책은 1차 의료 강화를 효과적인 의료자원 배분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교육과 정책을 마련하여 국민들의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의원급 병원들에 대한 신뢰 구축하며, 의사 수와 병상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지만 적기에 적절한 의료를 제공받지 못하는 의료서비스의 ‘풍요 속의 빈곤’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